[박진아의 유럽이야기] 로마 교황청이 선출한 미국인 새 교황과 그 속뜻
- 역사상 최초 미국인 가톨릭 교회 지도자 - 영화 ‚콘클라베’와 유사한 점도 있어 — 미국・남미 국적 소유 - 소원해진 미-유럽 간 대서양관계 도울 종료적 가교 역할 가능성
[녹색경제신문 = 박진아 유럽 주재기자] ‚우리의 교황 아버지가 나왔다(Habemus papam)‘! — 오후 6시 20분경 바티칸 성 베드로 성당 광장에 모여있는 신자 군중들은 갑자기 박수를 치며 환호성을 외쳤다.
5월 8일 목요일 오후 6시경, 정오 경부터 검은 연기가 풀풀 나오던 로마 교황청 시스티나 성당 굴뚝에서 드디어 흰색 연기가 피어 나왔다. 성 베드로 대성당 바깥에서 새 교황 선출 소식을 간절히 기다리는 전 세계 14억 명 독실한 가톨릭 신자들에게 새 교황이 선출됐음을 알리는 신호다.
가톨릭 교회의 최고 권력자인 교황이 통치하는 로마 시내 바티칸 시국(Vatican City State)에서는 지난 4월 21월 타개한 프란치스코 교황을 뒤이을 차대 교황을 선출하기 위해 전 세계 70개국을 대표하는 추기경 133명이 시스틴 예배당에서 ‚콘클라베‘라는 추기경단 비밀회의를 진행한 후 투표로 새 교황을 선출하는 의식을 거쳤다.
‚콘클라베(Conclave)’라는 타이틀로 2024년 개봉된 미스터리 스릴러 영화에서 현실감 있게 잘 묘사된 바 있다.
대중이나 언론으로부터 완전히 차단돼 철저히 극비밀리에 추진되는 가톨릭 교회 내 최고 권력 집단의 종교적 지도자 선출 과정과 그 과정에서 권력을 향한 야심으로 불타는 추기경들의 파벌 다툼, 권모술수, 추문 폭로 사건들을 펼쳐 보여주며 우리가 성스러움과 고결함의 최고봉이라 여기는 종교 조직 또한 세속세계와 다를 바 없는 지극히 인간적인 소우주임을 보여준 영화다.
새로 선출된 제267대 로마 교황청 교황은 즉위명으로 레오 14세(Leo XIV)를 선택한 본명 로버트 프란시스 프레보스트(Robert Francis Presvost)라는 69세 미국 국적의 아우구스티노회 소속 전(前) 추기경이다.
그는 미국 시카고 출신이지만 2014~2023년 10년 동안 남미 페루의 치크라요 시 주교로 일하면서 페루 시민권도 취득한 2중 국적인이다.
그는 왜 교황 즉위명으로 레오 14세라는 이름을 선택했을까?
새로 즉위되는 교황들의 교황 즉위명 선택은 절대로 우연이나 무작위적인 결정이 아니다. 과거 선출된 교황들은 저마다 과거 2,000년 카돌릭 교회 조직과 전대 교황들의 역사적 의미와 업적을 세심하게 고려한 후 그에 기반한 교리적 전통을 현대 사회에 재반영할 것을 소통하는데, 바로 그 종교적 의지와 지도적 방향이 즉위명에 담겨있다.
레오 14세 새 교황이 롤 모델로 삼은 레오 13세 전 교황은 구교의 전통적 교리를 보존하되 교회를 근대인들에게 폭넓게 개방한 업적으로 가톨릭 교회의 역사에 기록돼있는 인물이라고 한다.
레오 13세가 남긴 ‚새로운 사태(레룸 노바룸, Rerum Novarum, 일명 ‚노동헌장, ’1891년 출간)‘라는 회칙은 규제없는 자본주의와 사회주의를 공히 비판하며 노동자 인권과 일의 존엄성을 강조한 것이 주요 내용이었다. 당시 산업혁명과 산업사회의 도래로 근대기로 접어드는 서구 사회에서 카톨릭 교회의 권위 유지와 보수적 교리 해석을 고집했던 지성적 진보주의자로서 바티칸 교회는 그를 평가한다.
이에서 미루어 볼 때 새 교황이 레오를 교황명으로 선택한 데에는 두 가지 지도 목표 — 전통적 가톨릭 교리와 21세기 디지털 테크로 급변하는 현대사회와 경제 사이의 간극 연결과 균형 유지 —를 신호하는 레오13세의 계승자가 될 것이 라는 추측이 나온다.
새 교황 선출 소식이 전해지자마자 전 세계 정치 지도자들은 축하 메시지를 앞다퉈 전달했다.
특히, 새 교황이 성 베드로 성당 발코니에서 가진 공식 선언식에서 ‚평화’와 ‚희망’ 기원한 것에 착안,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 우르줄라 폰데어 라이엔 EU 집행위원장과 안토리오 코스타 유럽연합 이사회장,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이 축하 메시지를 SNS을 통해 표했다.
세계 역사 최초로 미국인 교황을 배출한 만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도 자신 소유의 SNS 플랫폼인 트루스 소셜(Truth)에서 레오 14세의 교황 당선은 미국의 영광이라고 반응했다.
그런 한편으로, 레오 14세는 올 초인 2월 3일, JD 밴스(JD Vance) 미 부통령이 ‚이방인(이민자) 보다 자기 가족을 우선시하는 것이 기독교인답다’고 한 발언에 대해 밴스 부통령의 주장은 잘못됐다며 미국 폭스뉴스 TV 방송 인터뷰와 소셜미디어 사이트 X(옛 트위터)에서 반박한 바 있는데, 이는 그가 속해있는 성 아우구스티노 수도회가 추구하는 이웃, 형제 사회적 약자와의 일치 추구의 교리적 철학을 반영한 것이다.
향후 세계 최초의 미국인 출신 교황인 레오 14세는 21세기 인류가 처한 제4차 디지털 산업혁명이라는 패러다임 전환적 국면 속에서 인류에게 어떤 영혼적 방향성을 제시할 것인가? 그런가 하면 유럽에서 10년이 넘게 계속된 신자 감소세로 고심하는 가톨릭교회 교세에 활력을 불어넣을 수 있을까에 대한 기대도 나오고 있어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