펫보험 가입 어려워진다...보험업계 "가뜩이나 가입률도 낮은데..." 울상

금융당국, 펫보험 부작용 우려해 선제조치 취하기로 업계 "상품 개발에 더 신경써야 할 것" 보험업계 전반 "펫보험 시장, 가입률 낮은데 더 축소된다"

2025-05-02     유자인 기자
[사진=반려동물]

[녹색경제신문 = 유자인 기자] 금융당국이 반려동물보험(펫보험) 상품 관련 본인부담률을 강화시키는 등 선제조치에 나섰다. 금융당국은 비급여 의료비가 급격히 늘면서 손해율이 높아지는 등 부작용을 우려한 조치라고 설명했다. 이에 펫보험에 적극 나섰던 보험사들은 “앞으로 상품 개발에 더 신경을 써야 할 것”이라면서도 "전반적으로 향후 펫보험 시장이 위축될 수 있다"는 우려를 내놨다. 

금융당국, 펫보험 상품 본인부담률 올려

2일 녹색경제신문의 취재를 종합하면 금융당국은 전날 반려동물 과잉 진료가 늘어나는 등 부작용을 우려해 선제조치를 취하기로 했다. 자기 부담률을 올리고 재가입 기간 역시 단축시킨다는 결정이다. 

이에 국내 보험사들은 금융당국 지침에 따라 펫보험 상품 관련 기준을 개정했다. 기존 펫보험은 최장 20세 만기에서 3∼5년 주기로 재가입이 이뤄졌으나 이젠 1년으로 축소된다. 치료비 보장 비율도 70% 이하로 제한되며, 치료비의 30% 이상은 가입자가 부담하게 된다. 최소 자기부담금 3만원도 있다.

이는 펫보험이 ‘제2의 실손보험’이 될 수 있다는 우려에서다. 반려동물 진료는 아직 진료명과 진료 방법이 표준화돼 있지 않다 보니 진료비가 천차만별이다. 2023년 농림축산식품부 조사에 따르면 서울 내에서 개 초진 진찰료가 최대 22배까지 차이 나는 것으로 나타나기도 했다. 

실손보험은 도수치료 등 비급여 의료비가 급격하게 늘면서 실손보험 손해율이 높아지고, 고객들의 보험료 인상으로 이어지는 악순환이 반복됐기에 동일한 사태의 재발을 막겠다는 취지다. 

2008년 도입한 반려견 동물 등록제도 지지부진한 상태라 보험 가입 동물을 다른 동물로 ‘바꿔치기’해 보험 혜택을 받을 수 있다는 지적도 나왔다.

지난해 10월 농림축산식품부(농식품부)는 진료비 표준화 등에 나섰다. 농식품부는 ‘동물 진료의 권장 표준’을 마련해 병원에서 자주 행해지는 20개 진료항목에 대한 표준화된 권장 진료 절차를 고시했고, 지난 25일 농식품부는 100여개 항목의 질병명과 명칭, 표준 진료 절차를 발표했다. 

한 농식품부 관계자는 “현재 명칭과 표준 진료 절차를 고시한 다음 금융당국과 보험사 등 펫보험을 활성화하기 위해 논의를 진행중이다”며 “실질적인 상품 가이드라인이나 설계 등은 농식품부가 아닌 금융위원회에서 담당하고 있는 만큼 활성화 관련 지원을 하고 있는 상황이다”라고 설명했다. 

보험업계 “상품 개발에 더 신경쓸 것...펫보험 시장 축소된다” 한목소리

현재 펫보험 업계 1위는 메리츠화재지만, 2위인 DB손해보험은 지난해 대한수의사회와 ‘펫보험 시장의 안정적 성장과 동물진료 향상을 위한 업무협약’(MOU)를 체결했고, 지난 3월에는 반려동물 전용 헬스케어 플랫폼 온힐과 '동물병원 협력 기반 펫보험 활성화를 위한 업무협약(MOU)'을 체결하는 등 펫보험에서 차별화를 통해 시장 공략에 적극 나섰다. 

또 지난 2월에는 '반려인 입원 후 상급종합병원 통원 시 반려동물 위탁비용 보장'과 '반려동물 무게별 보장한도 차등화 급부방식'에 대해 각각 6개월의 배타적 사용권을 획득하는 등 펫보험 개발에 열심히 뛰어들었다. 이와 같은 상황에서 금융당국의 선제조치가 발표되자 DB손보는 난처한 상황에 처해졌다는 설명이다. 

한 DB손보 관계자는 “금융당국의 지침에 따라 업계 공통적으로 자기부담금 등을 강화하는 상황이다”라며 “앞으로 신규 담보라든지 상품 개발 쪽으로 신경을 앞으로 써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DB손보 이외에도 보험업계는 공통적으로 펫보험 시장이 위축될 수 있다는 우려를 표했다. 한 보험업계 관계자는 “현재도 가입자가 많진 않다”라며 “자기 부담률이 30%로 올라가고 재가입 기간이 단축되면 당연히 소비자 입장에서는 보험 가입을 꺼려하게 될 가능성이 있다. 설계사에게 지급하는 수수료율도 떨어질 수 있다”고 설명했다. 

실제 전국의 펫보험 가입률은 1.8%로 매우 저조한 것으로 알려졌다. 보험사들은 새로운 시장 개발에 앞서 최장 20년까지 보장에, 진료비용에 따른 보장 비율은 50∼100%까지 선택할 수 있어 자기 부담금이 없는 상품을 출시하고 보험금 수령에 따른 보험료 할인·할증 제도도 따로 없는 상품을 개발하는 등 적극 개척에 나섰었다. 

이러한 활성화 노력에 펫보험 가입자 수는 조금씩 증가하던 추세로, 지난해 상반기 계약건수(13만2764건)는 전년 대비 21.7% 증가한 수준이었다. 다만 금융당국의 발표에 따라 앞으로는 이전같은 혜택이 어려워질 전망이다. 

‘불행 중 다행’으로 기존 가입자는 갱신 주기가 돌아오더라도 기존에 든 보험을 그대로 유지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되지만, 한동안 펫보험 시장 위축은 피할 수 없다는 평가다. 

다른 보험업계 관계자는 “당장 보험료가 오르는 것은 아니다”라며 “하지만 소비자가 매년 재가입해야 하므로 그 사이 치료 이력이 있으면 다음해에는 가입이 거절되거나 보험료가 크게 인상될 가능성이 있다. 이런 상황에서는 당연히 시장이 위축될 것”이라는 분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