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협은행, 기업대출 비중 49%로 확대…농업금융 정체성 흔들리나

수익성 제고 및 리스크 분산 위해 기업대출 확대 농업금융 지원 역할 희석...관련 여신 관리해야

2025-04-28     박금재 기자
[사진=NH농협은행]

[녹색경제신문 = 박금재 기자] 농협은행이 최근 수년간 기업대출을 적극 확대하며 대출 포트폴리오에 큰 변화를 주고 있다.

이에 따라 농협은행이 전통적으로 유지해 온 '농업금융 중심' 정체성이 흔들리고 있다는 지적이 금융권 일각에서 제기되고 있다.

28일 한국신용평가에 따르면 2024년 9월 기준 농협은행의 대출 포트폴리오는 기업대출 49.0%, 가계대출 47.5%로 구성돼 있다. 이는 2021년 말 대비 기업대출 비중이 무려 5.3%포인트 상승한 수치다. 특히 기업여신 중 84%가 중소기업 차주로 구성돼 있으며, 담보 및 보증대출 비중이 약 74%에 달해 어느 정도 신용 보강을 확보하고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가계대출 부문은 여전히 주택담보대출이 중심이다. 주택담보대출은 전체 가계대출의 약 77%를 차지하고 있으며, 2019년 이후 꾸준히 증가세를 이어왔다. 다만 2024년 들어 서울 등 주요 지역 부동산 가격 반등과 맞물리면서 가계여신 규모 역시 다시 상승세로 전환된 모습이다.

농협은행이 기업대출 비중을 빠르게 끌어올린 배경에는 수익성 제고와 리스크 분산이라는 전략적 판단이 깔려 있다. 시장금리 인상기에 가계대출 규제가 강화되면서 은행권 전반에 걸쳐 기업대출 수요가 늘어난 것도 한 요인이다. 농협은행은 이에 대응해 포트폴리오를 다변화하는 한편, 중소기업 지원을 통해 지역경제 활성화를 꾀하고 있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농협은행이 본연의 정체성인 농업금융 지원 역할을 점차 희석시키고 있다는 비판도 나온다. 농협은행의 모체인 농협중앙회는 농업인의 복지 증진과 농업 활성화를 목적으로 다양한 금융·비금융 사업을 운영해왔다. 이런 배경을 고려할 때, 농협은행의 기업대출 확대 기조가 농업금융 기관으로서의 역할과 충돌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특히 농업금융 지원은 일반 상업은행이 쉽게 대체할 수 없는 농협은행만의 고유한 사회적 책무로 여겨진다. 최근 농업 관련 대출이나 금융서비스 확대에 대한 뚜렷한 계획이 제시되지 않은 점도 농민 단체나 정책 당국의 경계심을 키우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이에 대해 은행권 관계자는 "기업대출 확대는 중소기업 금융 접근성을 높이려는 지역경제 활성화 전략의 일환일 것"이라며 "농업금융의 정체성을 지키는 동시에, 건전성과 수익성까지 고려한 균형 잡힌 포트폴리오를 구축하기 위한 노력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전문가들은 농협은행이 농업금융 기관으로서의 위상을 유지하려면 농업 관련 여신 비중을 일정 수준 이상으로 관리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한다. 또한, 기업대출 확대에 따라 늘어날 수 있는 잠재 부실 리스크에 대비해 내부 리스크 관리 체계를 한층 강화해야 한다는 조언도 덧붙였다.

향후 농협은행이 기업대출과 가계대출, 농업금융 지원 간 균형을 어떻게 맞춰 나갈지 금융권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국내 금융시장이 빠르게 변동하는 가운데 농협은행의 정체성 고민은 더 깊어질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