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 대출 연체율 6년 만에 최고치"...中企·가계 자금조달 더 어려워진다
- 중소기업·개인사업자 연체율 0.84%로 상승...6년 3개월 만에 최고치 - 연체율 증가에 은행 대출태도 강화...대기업은 완화기조 유지 - 금감원 "손실흡수능력 유지 및 부실채권 매각 통해 건전성 관리 강화"
[녹색경제신문 = 나아영 기자] 국내은행의 2월 말 원화대출 연체율이 0.58%를 기록해 6년 3개월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중소기업과 개인사업자 대출을 중심으로 연체율이 크게 상승했다.
25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2월 말 기준 국내은행의 원화대출 연체율(1개월 이상 원리금 연체 기준)은 0.58%로 전월 말(0.53%) 대비 0.05%포인트(p) 상승했다. 이는 2018년 11월(0.60%) 이후 63개월 만에 최고 수준이다. 특히 중소기업을 중심으로 한 기업대출 연체율 상승이 전체 연체율 증가의 주요 원인으로 작용한 것으로 나타났다.
주목할 만한 점은 2월 중 신규 연체 발생액이 2조9000억원으로 전월(3조2000억원) 대비 3000억원 감소했고, 연체채권 정리규모도 1조8000억원으로 전월(1조원)보다 8000억원 증가했음에도 불구하고 연체율은 오히려 상승세를 보였다는 사실이다. 이는 금융권의 적극적인 연체관리 노력에도 경기 불확실성이 지속되면서 차주들의 상환 능력이 전반적으로 약화되고 있음을 의미한다.
부문별로 살펴보면 기업대출 연체율은 0.68%로 전월 말(0.61%) 대비 0.07%p 올랐다. 이 중 중소기업대출 연체율은 0.84%로 전월(0.77%) 대비 0.07%p 증가한 모습이다. 특히 중소법인 연체율은 0.90%, 개인사업자대출 연체율은 0.76%로 각각 0.08%p, 0.06%p 상승하며 가장 큰 폭의 증가세를 나타내고 있다.
반면 가계대출 연체율은 0.43%로 전월과 유사한 수준을 유지 중이다. 주택담보대출 연체율은 0.29%로 전월과 동일한 수준이나, 주택담보대출을 제외한 가계신용대출 등의 연체율은 0.89%로 0.05%p 상승한 것으로 조사됐다. 이는 고금리 영향으로, 상대적으로 금리 부담이 큰 신용대출 상환에 어려움을 겪는 가계가 늘어나는 추세를 반영하는 수치다.
금융감독원 관계자는 "2월 말 연체율은 신규 연체 감소 및 정리 규모 증가에도 불구하고 전월에 이어 상승했다"며 "전년 동월 말과 비교 시 0.07%p 상승했는데, 이는 중소기업 연체율이 상대적으로 크게 상승한 데 주로 기인한다"고 설명했다.
이와 함께 은행권은 연체율 상승에 대응해 대출 심사를 강화하는 추세다. 한국은행이 지난 22일 발표한 '금융기관 대출행태 서베이' 결과에 따르면 2025년 2분기 은행의 대출태도 종합지수는 -6으로 전분기(7)보다 13p 하락했다. 이는 대출태도를 완화하겠다는 은행보다 강화하겠다는 은행이 더 많아졌음을 의미한다.
특히 대출 수요자별로 살펴보면 차이가 두드러진다. 대기업 대출태도지수는 6으로 완화 기조를 유지하는 반면, 가계 일반대출(-8), 주택대출(-6), 중소기업 대출(-6) 태도지수는 모두 마이너스로 전환됐다. 이는 연체율이 높아진 중소기업과 가계에 대해 은행들이 대출 문턱을 높이고 있음을 보여주는 지표라 할 수 있다.
한국은행 관계자는 "가계대출의 경우 정부의 가계부채 관리 기조에 따른 금융권 자율 관리 등으로 대출태도가 다소 강화될 것"이라고 밝혔다. 또한 "중소기업대출은 대내외 경제여건 불확실성 증대에 따른 여신건전성 관리 기조로 취약업종을 중심으로 대출태도가 다소 강화될 전망"이라고 덧붙였다.
한편, 금융권 내부에서는 연체율 상승과 대출태도 강화가 악순환으로 이어질 가능성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대출 심사가 까다로워지면 자금이 필요한 중소기업과 개인사업자들의 유동성 확보가 더욱 어려워져 결국 연체율이 더 상승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금감원은 이 같은 상황에 대응해 "향후 신용위험 확대 가능성에 대비해 은행들이 충분한 손실흡수 능력을 유지하도록 유도하는 한편, 적극적인 연체·부실채권 상·매각 등을 통해 자산건전성 관리를 강화하도록 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시장 전문가들은 중소기업과 자영업자 중심의 대출 연체율 상승 추세가 단기간에 반전되기 어려울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특히 은행들의 대출태도 강화로 이들의 자금조달 환경이 더욱 악화할 가능성이 크기 때문에 금융당국의 선제 대응과 금융권의 효과적인 리스크 관리가 더욱 중요해질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