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0개 넘는 계좌 판매하는 동안 내부통제 관리 소홀"....기업은행 '디스커버리' 판매 최대 80% 배상

- 판매사 내부통제 부실 책임 물어...기업은행 공통가중비율 30%로 상향 - 기업은행 1012계좌·신영증권 198계좌 판매...장기간 리스크 점검 소홀 - 이미 합의된 건도 추가 배상 검토 필요...연내 피해구제 일단락 전망

2025-04-23     나아영 기자
[사진=금융감독원]

[녹색경제신문 = 나아영 기자] 금융분쟁조정위원회(이하 '분조위')가 지난 22일 IBK기업은행과 신영증권의 디스커버리 US핀테크글로벌채권펀드 불완전판매에 따른 손해배상 책임을 인정하고 투자자에게 최대 80%를 배상하도록 결정했다.

23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이번 결정은 2021년 5월 분조위 당시보다 배상비율을 최대 10%포인트(p) 상향한 것으로, 판매사의 펀드 부실위험 점검 소홀과 내부통제 부실에 대한 책임을 강화했다는 평가다.

분조위는 양 금융사가 투자자 성향을 먼저 확인하지 않고 부적합한 상품을 권유했으며 펀드 투자구조와 담보 여부, 연체율 등 중요 투자 위험정보에 대한 설명을 누락했다고 판단했다. 특히 신영증권은 "6개월씩 끊어서 투자할 수 있는 확정금리 상품이 있다"며 "연 4.4%에요"라고 설명하는 등 불확실한 수익률을 단정적으로 안내한 부당권유 위반도 확인됐다.

이번 손해배상비율 산정에서 주목할 만한 점은 판매사에 대한 공통가중비율이다. 분조위는 기업은행에 30%p, 신영증권에 25%p의 공통가중비율을 적용했다. 이는 "펀드 부실위험에 대한 점검 필요성이 커 보임에도 장기간 다회차에 걸쳐 판매하면서 자체 리스크 분석을 소홀히 한 내부통제 부실"을 반영한 결과라고 분조위는 설명했다.

기업은행은 1년 5개월간 33회에 걸쳐 1012계좌를, 신영증권은 1년 1개월간 11회에 걸쳐 198계좌를 판매했다. 금융당국은 이처럼 장기간에 걸친 다수 판매 과정에서 펀드 부실위험 징후를 파악하고 대응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편, 금감원은 지난 2023년 9월부터 올해 3월까지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와 법정관리인 등을 통해 펀드 기초자산의 부실 여부를 규명하기 위해 노력했다. 이 과정에서 부실자산을 액면가로 매입하고, 부실을 인식한 후 이를 해결하기 위해 투자구조를 변경하는 등의 부실 정황은 확인했으나, 객관적 증빙 부재로 착오에 의한 계약취소는 인정하지 않았다.

판매사 입장에서 이번 결정의 쟁점은 기초자산의 부실 여부와 규모를 확정할 객관적 증거가 없어 착오에 의한 계약취소가 인정되지 않았다는 점이다. 그러나 판매 과정의 불완전성에 대한 책임은 명확히 인정되어 높은 배상비율이 적용됐다.

사례별로 살펴보면, 기업은행 고객인 일반투자자 甲씨는 '위험중립형' 투자성향임에도 '매우높은위험(1등급)' 펀드를 권유받았고, 계약서류 부실과 모니터링콜 미실시 등의 이유로 80% 배상 결정을 받았다. 신영증권 고객인 乙법인은 투자목적(단기간 안정적 운용)과 맞지 않는 상품을 권유받았지만, 영리법인이며 과거 수익경험이 있어 59% 배상으로 결정됐다.

양 당사자는 조정안 접수 후 20일 이내 수락 시 재판상 화해와 동일한 효력이 발생한다. 이와 관련해 분조위원들은 "이미 합의가 완료된 건에 대해서도 이번 배상기준을 적용하는 등 기업은행의 적극적인 검토가 기대된다"는 의견을 제시했다. 이는 지난 2021년 분조위 당시보다 공통가중비율이 상향됐기 때문에 이전 합의 건에 대해서도 추가 배상 검토가 필요하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금융당국은 이번 분쟁조정 결정으로 글로벌채권펀드 환매연기로 피해를 본 기업은행 209계좌, 신영증권 35계좌의 투자자 구제가 일단락될 것으로 기대한는 입장이다. 금감원에 따르면 지난 22일 기준 기업은행과 신영증권 대상 잔여 분쟁조정 건수는 총 42건(기업은행 35건, 신영증권 7건)으로 알려졌다.

금융권에서는 이번 결정이 금융회사들에게 금융상품 판매 시 리스크 관리와 내부통제 강화의 중요성을 다시 한번 각인시키는 계기가 될 것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특히 장기간에 걸친 펀드 판매 과정에서 지속적인 모니터링과 위험 평가의 중요성이 부각됐다는 분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