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불 등 잇단 기후재난에…공공기관 주도 '지수형 기후보험' 활성화 나서
경기도·환경부 등 기후 위기 대비 지수형 기후보험 나서고 있어 해외에서는 활발하지만 국내는 지수형 보험 미비 "지수형 보험은 특히 기후위기 대처에 유용, 피보험이익 명확 등 당국 개입 필요"
[녹색경제신문 = 유자인 기자] 기후위기에 따른 이상기후 증가로 보험업계가 커다란 손실을 보고 있다. 이에 정부 부처 등 공공기관이 먼저 기후보험 상품을 출시하고 있는 상황이다. 해외의 경우 기후 위기를 대비한 지수형 보험이 활성화되고 있는 만큼 국내 보험사들도 적극 나서야 한다는 평가다.
기후이변에 보험사 손해율↑... 정부, 지수형 기후 보험 활성화 나선다
21일 녹색경제신문의 취재를 종합하면 현재 기후위기로 인해 보험업계의 손실이 증가하는 것으로 밝혀졌다.
기후 변화로 유발된 재해로 인해 지난해 자동차보험 손해율은 급증했다. 폭우와 홍수 등으로 인해 자동차보험 상위 4개사(삼성화재·DB손해보험·현대해상·KB손해보험)의 지난 9월 기준 손해율은 ▲삼성화재 86.5% ▲DB손보 87.5% ▲현대해상 86.3% ▲KB손보 86.0%로, 모두 손익분기점 적정 손해율로 여겨지는 80%보다 높았다.
지난 2월 도로결빙과 폭설, 한파로 인해 자동차보험 손해율은 ▲현대해상 93.2% ▲DB손보 88.5% ▲삼성화재 87.3% ▲KB손보 85.1% 순으로 집계됐다.
지난 3월 평년보다 유달리 높은 기온, 낮은 강수량·상대습도와 강풍으로 인해 심한 피해를 일으킨 경북 산불 역시 대표적인 기후 변화로 인한 재해로 여겨진다.
기존 기후위기 관련 손해보험은 농협의 농축산물 관련 재해보험이 존재하지만 이 외에도 정부기관들이 먼저 기후보험을 출시 중이다.
경기도는 전국 최초로 도민의 건강과 안전을 지키기 위해 ▲온열질환·한랭질환 진단비 ▲감염병 진단비 ▲기상특보 관련 4주 이상 상해 시 사고위로금을 정액 보장하는 기후보험을 출시했다.
지난 11일 한화손해보험 컨소시엄(농협손해보험, 에이스손해보험)과 계약을 체결해 실시된 기후보험은 내년 4월 10일까지 경기도민이면 누구나 자동 가입돼 기후 관련 건강피해에 보험금을 보상받는다.
이날 환경부 역시 보험업계 및 관련 학계와 기후위기 취약계층 보호를 위해 ‘기후보험 도입 및 활성화를 위한 업무협약’을 체결한다. 협약 참여기관에는 정부기관인 환경부는 물론 민간에서는 손해보험협회와 코리안리 재보험, 학계에서는 한국환경연구원·보험연구원·한국리스크관리학회가 있다. 이들은 업무협약에 따라 기후보험 상품 개발과 시범사업 등을 추진할 계획이다.
이날 세미나에 따르면 환경부에서는 지수형 보험을 추진중이다. 지수형 보험이란 사전에 정한 지표(지수)가 특정한 조건을 충족하는 사건 발생 시 보험금이 자동으로 지급되는 상품이다. 지수형 보험의 예시로는 지난해 국내 도입된 항공기 지연보험이 있다. 항공기 출발이 2시간 이상 지연되면 4만원, 추가 지연 시 시간당 2만원(최대 10만원)을 지급한다.
환경부는 이날 협약을 통해 앞으로 발전소나 지자체별 지수형 날씨보험을 활성화하겠다는 계획이다.
특히 이날 세미나에서는 기후 위기로 인한 의료시설 이용시 교통비를 보상하는 보험 상품과 건설업 특화 기후비용보험이 논의됐다. 사전에 정해진 기후 트리거, 예로 폭염, 폭설, 폭우 등으로 인해 공사기간이 지연되는 경우 지연되는 기간동안 발생한 건설기계 임대료, 이자비용을 보상하는 내용이다.
해외에서는 활발한 지수형 보험, 국내선 도입 미흡... “당국이 적극적으로 나서야”
실제 해외에서는 기후위기 대비를 위한 지수형 보험이 활성화된 상태다.
미국 농무부(USDA) 산하 위험관리기관(RMA)는 농작물보험 제도의 관리·운영을 총괄하는 재해보험 전담기관이다. RMA에서 실시하는 강수량 지수 보험은 일정 기간 강수량이 기준 이하일 경우 농작물 피해를 전제로 자동으로 농민들에게 보상을 지급한다. 정부 주도 하에 민간 보험사와 협력 구조로 운영중이다.
올해 들어 2월 최고기온인 38°C를 기록한 인도의 케랄라주의 경우 케랄라 협동조합 우유 마케팅 연맹(KCMMF, 밀마)는 주정부 부속 기관으로 현재 급격한 폭염에 대비해 지수형 보험을 운영중이다.
국내에서는 한화손보 컨소시엄과 경기도의 협약 하에 이뤄진 ‘경기 기후보험’ 외에도 메리츠화재가 지난 3월부터 가축재해보험 상품 판매를 개시하고 농업정책보험금융원과 가축재해보험 활성화를 위해 노력중이다.
한 보험업계 관계자는 “지수형 보험이 특히 기후 보험에서 유용하다”며 “사람의 경우에도 적정 활동 온도가 있고 이를 넘어서면 생육에 위협이 되는 온도가 있다. 가축이나 식물도 마찬가지고, 이 외에도 폭우나 가뭄 등 특정 지수 이하나 이상의 기후가 지속되면 커다란 피해를 보는데 이런 일에 대처하기에 지수형 보험이 유용해 지수형 보험이 주로 기후 보험에 쓰이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다른 관계자는 “국내 지수형 보험 도입 미흡은 여러가지 요인이 있다” 며 “먼저 손해가 없더라도 보험금이 지급될 수 있어 피보험이익이 불명확하다는 점, 보험계약자는 보험사고 발생 전보다 더 많은 재산상 이익을 취하면 안 되는데 지수형 보험은 특정 조건만 맞아떨어지면 자동적으로 보상을 받기에 이 점에서 문제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피보험이익이란 보험사고가 발생하였을 때 피보험자가 얻을 경제적 이익을 뜻한다.
아울러 “지수형 보험 특성상 실제 손해와 지급되는 보험금 간에 차이가 발생하여 보장이 왜곡될 수 있다”며 “이런 상황에서는 실제 손해는 있었지만 보험금 지급 기준을 충족하지 못해 보상이 이루어지지 않아 지수형 보험에 대한 신뢰도에 직접적인 악영향을 줄 수 있어 사기업 측에서는 활발히 상품을 개발하기 어렵다. 피보험이익을 명확히 하고 날씨 지수 정교화, 당국이 적극 나서야 할 부분”이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