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미 매출 뒤처지는 오뚜기...뒤늦은 '첫 미국 공장' 설립 통할까?
지난해 미국 매출 18% 감소...경쟁사와 격차 벌어져 베트남·할랄 시장 공략, 동남아선 ‘성장 가능성’ 부각 북미 첫 공장 착수했지만 제품·시기 미정...실효성 주목
[녹색경제신문 = 서영광 기자] K라면 수출이 전 세계에서 호황을 누리는 가운데 오뚜기만 유독 글로벌 시장에서 존재감을 드러내지 못하고 있다. 오뚜기는 최근 미국 현지에 첫 생산 공장 설립을 공식화하며, 수출 확대로 반전을 내걸었다.
21일 업계에 따르면 오뚜기는 오너일가를 중심으로 미국 법인 ‘오뚜기 아메리카’ 사업에 본격적인 드라이브를 거는 모습이다. 함영준 회장의 장녀 함연지 씨와 사위 김재우 씨가 미국 현지 법인에서 직접 근무에 나서며, 미국 캘리포니아 지역에 공장 부지를 확보하고 인허가 절차를 진행 중이다. 다만 구체적인 생산 품목과 가동 시점은 아직 정해지지 않았다.
오뚜기의 미국 시장 실적은 수년째 정체 상태다. 지난 2024년 미국 매출은 858억원으로, 전년보다 18% 감소했다. 지난 2005년 미국 법인을 설립했지만 존재감은 미미했고, 최근에는 경쟁사들의 현지화 전략에 밀리며, 반사이익조차 제대로 누리지 못하고 있다는 평가다.
한편 삼양식품은 미국 현지에서 ‘불닭볶음면’ 열풍을 기반으로 지난해 3829억원의 매출을 기록했다. 이는 전년 대비 두 배 이상 성장한 수치다. 농심도 미국 공장 2곳을 중심으로 5331억원을 올렸다. 반면 오뚜기는 진라면과 일부 소스류 위주의 수출에 머물러 있으며, 최근 진라면 포장에 ‘JIN’을 강조하고 글로벌 모델로 BTS 진을 기용했지만 시장 반응은 미지근한 것이 사실이다.
해외 전체 매출에서도 격차는 분명하다. 지난해 오뚜기의 전체 매출은 3조5391억원으로 농심보다 많았지만, 해외 매출은 3614억원(10.2%)에 그쳤다. 삼양식품(77%)과 농심(35%)의 수출 비중과 비교해 턱없이 낮은 수준이다. 특히 삼양식품은 오뚜기보다 매출 규모는 작지만, 수출액은 4배 가까이 많다.
시가총액에서도 이 같은 흐름은 그대로 반영된다. 삼양식품이 최근 7조원대를 넘어선 데 비해, 오뚜기는 1조6000억원에 머물러 있다. 지난해 6월 51만원대까지 올랐던 주가는 현재 40만원 선에서 횡보 중이다.
반면 동남아 시장에서는 다른 흐름이 나타나고 있다. 오뚜기 베트남 법인은 지난해 841억원의 매출을 기록하며, 전년 대비 22% 증가했다. 코로나19 이후 꾸준한 성장세에 이어, 베트남 북부·남부에 2곳의 현지 공장과 하노이·호치민 영업 사무소를 기반으로 유통망을 확대 중이다.
오뚜기는 이를 토대로 인도네시아 등 할랄 시장으로의 진출도 본격화하고 있다. 지난해 말 인도네시아 할랄 인증기관 MUI로부터 11개 제품에 대한 인증을 받았다. 또한 이달부터 현지 유통 채널을 통해 제품 판매를 시작했다. 동남아시아를 새로운 성장 거점으로 삼겠다는 전략이다.
오뚜기는 현재 약 60개 국에 제품을 수출 중이며, 오는 2030년까지 해외 매출을 1조1000억원으로 확대하겠다는 목표를 제시하고 있다. 하지만 이 같은 계획이 실현되려면 북미 시장에서의 반전이 필수적이다. 현재로서는 공장 설립이 유일한 돌파구지만, 제품 전략과 유통망 확충이 수반되지 않으면 한계가 뚜렷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한 식품업계 관계자는 <녹색경제신문>에 “오뚜기가 글로벌 무대에서 반전을 꾀하려면 미국 시장에 보다 빠르고 과감한 투자가 필요하다”며 “첫 공장이 반등의 계기가 될 수도 있지만, 이 시점에서도 전략적 결정이 늦어진다면 오히려 기회를 다시 놓칠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