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국민은행 22억 부당대출 적발..."금융권 전반 금융사고 잇따라"
- 내부 직원 신용등급 임의 상향해 22억원 부당대출…올해 두 번째 금융사고 - 신한은행도 '내부통제 모범생' 명성 무색…금융권 전반 내부통제 부실 지속 - 책무구조도 도입에도 사고 반복…금감원 "경영진 책임" 압박 강화
[녹색경제신문 = 나아영 기자] KB국민은행에서 또다시 21억8902만원 규모의 금융사고가 발생했다. 대출 담당 직원이 특정 업체의 신용등급을 임의로 상향해 부당 대출을 일으킨 사건으로, 올해 들어 KB국민은행에서만 두 번째 금융사고다. 금융권의 내부통제 강화 노력에도 불구하고 사고가 계속되면서 은행 경영진의 관리책임론이 거세지고 있는 모양새다.
KB국민은행은 지난 18일 홈페이지를 통해 21억8902만원 규모의 금융사고가 발생했다고 공시했다. 이번 사고는 은행 내부 직원이 2023년 3월부터 2024년 9월까지 수차례에 걸쳐 특정 업체의 신용등급을 임의로 조정해 부당 대출을 실행한 것이다. 은행 측은 자체 상시 감사를 통해 이 같은 사실을 적발했으며, 현재 해당 직원을 대기발령 조치했다고 밝혔다.
KB국민은행은 자체 조사를 마치는 대로 해당 직원을 업무상 배임 혐의로 형사 고소할 계획이라고 전했다. 업체와 직원 간 금전적 거래 여부나 개인적 관계는 아직 조사 중이며, 회수 가능할 것으로 예상되는 금액도 현재로선 가늠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이번 사고는 올해 들어 KB국민은행에서 발생한 두 번째 금융사고라는 점에서 주목된다. 앞서 지난 2월에는 외부인이 명의를 도용해 약 22억원을 불법 대출받은 사고가 발생했다. 당시 사고는 세종 지역에서 발생한 전세 사기와 연관된 것으로 알려졌다.
금융권에서 금융사고가 잇따라 발생하면서 은행들의 내부통제 시스템에 대한 의구심이 커지고 있다. 특히 '내부통제 모범생'으로 불리던 신한은행도 올해 들어 여러 건의 금융사고가 발생하며 명성이 무색해졌다는 평가다. 신한은행은 2월 19억9800만원 규모의 외부인에 의한 사기 혐의 사고를 공시했고, 3월에는 한 직원이 2021년 12월부터 2023년 7월까지 총 17억720만원을 횡령한 사실을 뒤늦게 확인해 공시한 바 있다.
신한은행의 경우 2년 6개월에 걸친 횡령 행위를 뒤늦게 발견했다는 점에서 내부통제의 한계를 드러냈다는 지적이 나온다. 해당 직원은 서울 압구정지점에서 수출기업을 대상으로 무신용장 거래를 담당하며, 문서를 조작해 가상의 거래를 만든 뒤 거래에 필요한 어음 매입을 요청하는 방식으로 자금을 챙겼다. 지점과 본점 모두 이를 인지하지 못했고, 해당 직원은 올해 초 회사에 퇴사를 통보한 뒤 잠적했다고 한다.
금융권은 내부통제 강화를 위해 다양한 노력을 기울여왔다. KB국민은행은 지난해 11월 책임감 있는 내부통제 체계를 확립하기 위해 'KB책무관리실'을 신설했다. 이 조직은 준법감시인 산하에서 책무구조도 운영 및 점검 등 은행의 책무관리 업무를 전담한다. 주요 업무로는 ▲책무 관련 제도의 기획 및 운영 ▲책무 이행점검 및 책무 관리시스템 운영 및 관리 ▲내부통제위원회 운영 및 지원 등이 있다고 은행 측은 설명했다.
신한은행도 지난해 금융권 최초로 '책무구조도'를 도입했다. 책무구조도는 금융업계의 내부통제를 강화하기 위한 제도로, 금융사 임원 등의 책임 범위를 정해 놓고 내부통제 및 위험관리에 대한 역할이 미진할 때 제재하는 방식이다. 그러나 이러한 제도적 장치에도 불구하고 금융사고는 계속해서 발생하고 있어 실효성에 의문이 제기되는 상황이다.
금융감독원은 내부통제의 실효성 강화를 지속적으로 요구하고 있다. 이복현 금감원장은 지난 2월 19일 국내은행 은행장들과의 간담회에서 "조직문화를 과감히 쇄신하고 실효성 있는 내부통제를 구현할 수 있도록 경영진이 앞장서 달라"고 주문했다. 금감원은 책무구조도 도입 등 제도개선에도 불구하고 금융사고가 반복되고 있다며 아쉬움을 표명한 바 있다.
금융권에서는 금융사고가 개인의 일탈이 아닌 조직 운영 전반의 문제로 인식하는 분위기다. 금감원은 최근 금융사고에 대해 경영진의 책임을 강조하며, 검사 및 제재의 초점을 경영관리 전반으로 확대하고 있다. 이에 따라 금융권은 내부통제 시스템의 실효성을 높이기 위한 다각적인 노력을 기울이고 있으나, 여전히 금융사고는 계속되고 있어 근본적인 대책 마련이 시급한 상황이다.
금융감독원이 지난 2월 발표한 '2024년 금융지주·은행 주요 검사결과'에 따르면 지난해 우리·국민·NH농협은행에서 482건의 부당 대출이 발생했고, 전체 금액은 3875억원에 달했다. 특히 IBK기업은행에서는 882억원 규모의 부당 대출이 적발되기도 했다. 이는 금융권 전반에 걸쳐 내부통제 부실 문제가 지속되고 있음을 보여주는 사례다.
이러한 상황에서 금융지배구조에 대한 문제도 제기되고 있다. 4대 금융지주가 공개한 '2024년 지배구조 및 보수체계 연차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4대 은행 사외이사들의 이사회 안건 찬성률은 100%였다. 4대 은행 사외이사가 지난해 결의한 안건은 382건인데, 모두 가결된 것이다. 이는 조직 감시 등의 역할이 부여된 사외이사들이 주어진 역할을 제대로 수행하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는 배경이다.
일각에서는 금융사고에 대한 처벌 강화가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금융권 관계자들은 은행 경영진에게 금융사고는 숙명과도 같지만, 그렇더라도 관리 책임을 피할 수 없다고 입을 모은다. 특히 내부통제를 핵심 경영 메시지로 내세운 경우라면 기준이 더욱 엄격하게 적용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이번 사고를 계기로 금융권 전반에 내부통제 강화 압박이 더욱 거세질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