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인, 국내주식 1.6조원 '털고' 채권 5.9조원 '담았다'...자산 배분 전략 변화
- 주식 1.6조원 순매도, 채권 5.9조원 순투자...뚜렷한 자산 선호도 변화 - 싱가포르 2.6조원 대규모 매도 vs 영국·미국 순매수...국가별 투자 패턴 엇갈려 - 5년 이상 장기채 6조원 순투자...안정적 수익 추구 전략 뚜렷
[녹색경제신문 = 나아영 기자] 외국인 투자자들이 국내 주식시장에서 8개월 연속 '팔자' 행진을 이어가는 동안 채권시장으로는 대규모 자금이 유입되는 뚜렷한 투자 패턴 전환이 감지됐다. 금융감독원이 18일 발표한 '2025년 3월 외국인 증권투자 동향'에 따르면 외국인은 지난달 상장주식 1조6370억원을 순매도한 반면, 상장채권에는 5조8740억원을 순투자해 총 4조2370억원의 순투자가 이뤄졌다.
외국인 투자자들의 주식 매도세는 지난해 8월부터 꾸준히 이어지고 있다 . 금감원에 따르면 3월 한 달간 외국인 투자자들은 유가증권시장(코스피)에서 1조1240억원, 코스닥시장에서 5130억원을 각각 순매도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로 인해 3월 말 기준 외국인의 국내 상장주식 보유 비중은 지난해 7월 30.1%에서 27.3%로 2.8%포인트 하락했다.
이러한 매도세는 지역별로 뚜렷한 차이를 보였다. 아시아 지역에서 2조4170억원, 중동에서 2490억원 규모의 순매도가 이뤄진 반면, 미주 지역에서는 8290억원의 순매수가 발생했다. 특히 싱가포르에서 2조6010억원의 대규모 매도세가 집중됐고, 노르웨이(6260억원), 네덜란드(2190억원)도 순매도에 가세했다.
반면 영국(6520억원), 미국(5740억원), 케이맨제도(5050억원)는 순매수 흐름을 보이며 지역별 투자 패턴의 차이를 드러냈다. 이처럼 국가별로 엇갈린 투자 행태에도 불구하고 전체적으로는 순매도 기조가 지속되는 모습이다.
주목할 만한 점은 주식시장에서 빠져나간 외국인 자금이 채권시장으로 대거 유입되고 있다는 사실이다. 외국인은 3월 한 달간 상장채권 14조3090억원을 순매수했고, 이 중 8조4350억원은 만기 상환됐다. 실질적인 순투자 규모는 5조8740억원으로, 2개월 연속 채권 투자 증가세가 이어지고 있다.
채권 투자는 국채와 장기물 중심으로 이뤄졌다. 국채는 4조6000억원, 통화안정채권은 1조2000억원이 순매수됐다. 잔존만기별로는 5년 이상 장기 채권에 6조원, 1~5년 미만 중기 채권에 8000억원이 순투자된 반면, 1년 미만 단기 채권에서는 9000억원이 순회수됐다. 이는 외국인 투자자들이 단기보다는 중장기 투자에 무게를 두고 있음을 보여준다.
지역별로는 아시아 지역이 2조9000억원으로 가장 많은 채권 순매수를 기록했고, 중동(8000억원), 미주(4000억원) 순으로 투자가 이뤄졌다. 이로써 3월 말 기준 외국인의 상장채권 보유액은 278조6000억원으로 전체 상장잔액의 10.6%를 차지하게 됐다.
3월 말 기준 외국인의 국내 상장 주식 보유액은 703조9410억원으로 집계됐다. 국가별로는 미국 투자자 비중이 282조7000억원으로 전체 외국인의 40.2%를 차지했고, 유럽은 218조8000억원으로 31.1%를 기록했다. 아시아 지역은 102조5000억원으로 14.6%, 중동은 11조5000억원으로 1.6%의 비중을 보였다.채권과 주식을 합한 외국인의 총 상장증권 보유액은 982조5620억원에 달한다. 3월 한 달간 4조2370억원의 순투자가 이뤄진 것은 주식시장에서의 자금 유출에도 불구하고 채권시장으로의 자금 유입이 더 컸기 때문이다.
외국인의 주식 이탈과 채권 선호 현상은 투자 포트폴리오 재조정의 신호로 풀이된다. 특히 채권 투자에서 5년 이상 장기물 선호 현상이 두드러지는 점은 외국인 투자자들이 안정적인 장기 수익을 추구하는 방향으로 투자 전략을 전환하고 있음을 시사한다.
금융시장에서는 이러한 외국인 자금 흐름의 변화가 국내 금융시장의 변동성에 미치는 영향에 주목하고 있다. 주식시장에서의 외국인 매도세가 지속될 경우 추가적인 시장 조정 가능성이 있는 반면, 채권시장으로의 자금 유입은 장기 금리 안정에 긍정적 요인으로 작용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국내 금융기관들은 외국인 투자 패턴 변화에 맞춰 자산 배분 전략을 재검토할 필요성이 제기되고 있다. 특히 채권 운용사와 자산운용사들은 외국인들이 선호하는 5년 이상 장기 국채와 통화안정채권 시장의 수급 상황을 면밀히 모니터링하며 대응 전략을 마련하는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