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은행, 가상자산 실명계좌 확보 노린다…어떤 효과 노리나

케이뱅크 지분 보유한 우리은행, 거래소 제휴 통해 예치금 확대·MZ세대 유치 노린다 커스터디 사업 한계 직면… 직접 실명계좌 제휴로 가상자산 시장 영향력 강화 시도

2025-04-18     박금재 기자
[사진=우리은행]

[녹색경제신문 = 박금재 기자] 우리은행이 가상자산 실명확인 입출금계좌 확보를 위해 본격적인 움직임에 나서고 있다. 최근 가상자산 시장이 다시 활기를 띠면서, 국내 주요 은행들도 가상자산 관련 사업 강화에 속속 관심을 보이고 있는 가운데, 우리은행 역시 거래소와의 직접 제휴를 통해 영향력 확대를 노리는 것으로 분석된다.

정진완 우리은행장은 최근 한 포럼에서 “향후에는 1거래소-1은행 방식이 아니라, 1거래소가 여러 은행과 계좌를 운영하는 형태로 변화해야 한다”며 시장 변화를 강조했다. 이는 사실상 현재 독점적 관계를 맺고 있는 주요 거래소-은행 모델이 장기적으로 바뀔 가능성을 시사한 것으로 해석된다.

18일 녹색경제신문 취재결과를 종합하면 업비트와 케이뱅크의 독점적 실명계좌 제휴가 변화할 조짐을 보이면서 우리은행에게도 새로운 기회가 열릴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업비트와 케이뱅크는 현재 전략적 제휴를 맺고 있지만, 일정 조건 충족 실패나 규제 변화에 따라 제휴가 재편될 가능성이 꾸준히 제기돼 왔다.

업비트와 케이뱅크 관계가 흔들릴 경우, 케이뱅크 지분 약 12%를 보유하고 있는 우리은행에도 상당한 파장이 있을 수 있다. 현재는 지분 관계를 통해 간접적인 이해관계를 가지고 있지만, 직접 가상자산 거래소와 실명계좌 제휴를 맺게 된다면 우리은행은 더 주도적인 위치를 점할 수 있다.

한편, 우리은행은 이미 가상자산 커스터디(수탁) 시장에 진출해 있지만, 아직 국내 시장 내 영향력은 제한적이다. 국내 커스터디 수요 자체가 아직 초기 단계에 머물러 있으며, 대형 거래소와 연계되지 않은 상태에서는 규모의 경제를 만들기 쉽지 않기 때문이다.

업계에서는 “커스터디는 수수료 기반 수익 모델이라 직접 거래소의 예치금 운영이나 실명계좌 관리로 연결되지 않으면 단독으로는 한계가 있다”고 지적한다. 즉, 거래소와 실질적 금융 파트너십을 맺어야 커스터디 사업도 확장할 수 있다는 뜻이다.

거래소와 직접 제휴를 맺으면 거래소에 예치된 고객 자금을 은행이 운용하거나 관리할 수 있게 되고, 이는 예수금 증가, 대출 여력 확대 등 은행 수익성 강화로 직결된다. 특히 최근 기관투자자 유입과 맞물려 가상자산 법인예치금 시장이 커질 조짐을 보이는 만큼, 은행 입장에서는 거래소 제휴가 더욱 절실해지고 있다.

MZ세대 고객 포섭 측면에서도 가상자산 거래소 제휴는 매력적인 전략이 될 수 있다. 최근 은행권에서는 MZ세대를 주요 신규 고객군으로 삼고 있으며, 가상자산 투자에 적극적인 이들을 끌어들이기 위해 다양한 시도를 하고 있다.

업계 한 관계자는 “기존 은행업만으로는 MZ세대를 장기 고객으로 유치하기 어렵다. 가상자산이라는 관심 분야를 통해 신뢰를 쌓고, 이후 종합 금융 고객으로 전환하는 전략이 필요하다”며 “우리은행이 거래소 실명계좌 제휴를 추진하는 것은 단기 실적보다 장기적인 생존 전략과 연결돼 있다”고 분석했다.

향후 우리은행이 어떤 거래소와 손을 잡을지에도 관심이 쏠린다. 업비트 외에도 빗썸, 코인원, 코빗 등 주요 거래소들이 실명계좌 재편에 관심을 보이는 상황에서, 우리은행이 협상력을 어떻게 발휘할지가 관건이다. 특히 거래소 입장에서도 복수 은행과의 제휴는 리스크 분산 차원에서 긍정적이기 때문에, 시장 재편 가능성은 충분히 존재한다.

우리은행이 거래소와 제휴에 성공할 경우, 단순 수탁 사업을 넘어 가상자산 생태계 내 핵심 금융기관으로 자리매김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가상자산 시장이 점차 제도권 안으로 들어오면서, 은행과 거래소 간 파트너십은 금융 산업의 새로운 성장동력이 될 가능성이 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