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영도의 ESG칼럼] 선거철 단골 공약, 가계통신비 인하: 국민요구인가, 포퓰리즘인가(1)
이번 대통령 선거엔 전 국민 대상 무료 AI 서비스 제공이라는 공약 등장 통신 3사는 전기통신사업법 제1조 "전기통신사업의 건전한 발전과 이용자의 편의를 도모함으로써 공공복리의 증진에 이바지함"에는 소홀하고 주주중심 경영 최우선 단기적인 표심을 얻기 위한 포퓰리즘보다는 통신시장의 현실과 미래를 고려한 지속 가능한 정책 설계 필요 : 유선통신망 공영체제 전환
대통령 선거의 계절이 돌아오면 어김없이 등장하는 메뉴가 있다. 바로 ‘가계통신비 인하’ 공약이다. 스마트폰이 현대인의 필수재가 된 지 오래고, 통신비가 가계경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상대적으로 높아 유권자들의 관심이 큰 편이다. 선거 때만 되면 주요 대권주자들은 저마다 통신비 절감방안을 제시하며 표심을 공략해 왔다. 이번에도 그럴 것으로 예상된다. 과거 정부에서 통신비 인하 정책은 주요 국정과제 중 하나였으며, 몇칠 전에는 대선후보자가 전 국민 대상 무료 AI 서비스 제공이라는 공약까지 등장하였다.
통신비 인하공약은 당장의 가계경제에 긍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점에서 국민들의 큰 호응을 얻기 쉽다. 그러나 이러한 공약들이 실현 가능한 정책인지, 아니면 단순히 선거철 표를 얻기 위한 포퓰리즘인지에 대한 비판적인 시각도 존재한다.
통신산업은 통신 인프라에 막대한 투자와 유지보수 관리가 지속적으로 요구되는 분야이며, 초연결 사회에서는 경제, 사회, 일상생활의 필수적인 기본 서비스로서 공공적인 역할에 대한 요구가 증대되고 있다. 2018년도 아현국사 화재로 인한 통신재난의 사례에서 경험했듯이 통신의 장애는 사회 및 경제시스템뿐만 아니라, 일상생활의 멈춤을 가져오고 안전이 위협받을 수 있다. 그래서 요금 인하는 장기적인 산업 발전과 통신망의 안정성 문제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야 할 것이다.
통신비 인하 공약의 현실적인 딜레마: 통신서비스의 안정성과 보편성
선거철마다 통신비 인하 공약이 되풀이되는 이유는 국민들의 통신비 부담에 대한 공감대가 넓기 때문이다. 스마트폰 사용이 보편화되면서 데이터 사용량은 꾸준히 증가하고 있으며, 이에 따라 가계 통신비 또한 만만치 않은 수준이다. 특히 경제 불황이 지속되는 시기에는 통신비 절감에 대한 국민적 요구가 더욱 커질 수밖에 없다. 정치권은 이러한 국민들의 요구에 부응하여 통신비 인하를 주요 공약으로 제시함으로써 유권자들의 표심을 얻고자 한다.
고착화된 과점체제로 운영되는 통신 3사는 전기통신사업법 제1조에 규정하고 있는 ‘전기통신사업의 건전한 발전과 이용자의 편의를 도모함으로써 공공복리의 증진에 이바지함을 목적으로 한다’는 공공적 역할을 소홀히 하고 주주 최우선 경영중심으로 사회적 빈축을 산 경우도 많다. 그 대표적인 사례로 조단위 영업이익을 실현하면서 2018년 5G주파수 할당시 KT 등 통신 3사가 국민과 약속한 28Ghz 대역 서비스를 당장의 수익성 확보가 어렵다는 이유 등으로 할당받은 주파수를 반납한 사례, 정부의 압박에 마지못해 5G 중간요금제 도입 사례 등이 있다.
역대 선거에서 제시된 통신비 인하 공약들은 기본료 폐지, 데이터 요금 인하, 저가 요금제 확대, 알뜰폰 활성화 등 다양한 형태로 나타났다. 일부 공약은 정책에 반영되어 가계 통신비 절감에 기여하기도 많은 기여를 했다. 이는 SKT 등 통신3사가 전기통신사업법 제3조에 규정된 '전기통신역무의 요금은 전기통신사업이 원활하게 발전할 수 있고 이용자가 편리하고 다양한 전기통신역무를 공평하고 저렴하게 제공받을 수 있도록 합리적으로 결정되어야 한다는 의무를 충실히 이행하지 않기 때문이다.
통신비 인하 공약의 현실적인 딜레마는 통신 산업, 특히 유선통신망의 특성에서 비롯된다. 유선통신망의 네트워크 구축 및 유지보수에 막대한 투자와 비용이 소요되지만 유선통신서비스 수익이 여기에 미치지 못하고 있다. 5G, 6G, AI, 양자통신 등 미래 기술발전에 발맞춰 유선통신망의 지속적인 투자와 유지보수가 이루어져야만 고품질의 통신 서비스를 안정적으로 제공할 수 있다. 정부의 과도한 요금 인하 압박은 민영 통신사들의 수익성을 악화시키고 투자 여력을 위축시켜 장기적으로 통신망의 안전성을 위협하고 통신 서비스 품질 저하 및 혁신 지연을 초래할 수 있다. 특히 전국 방방곡곡에 유선통신망을 구축 운영하고 있는 KT의 경우에는 주주들에게 일정수준의 배당을 하면서 유선통신망 투자와 운영에 소요되는 엄청난 비용을 감당하기 어려운 현실에 직면해 있어서 계속되는 통신비 인하는 유선통신망의 안전성을 확보에 문제가 생길 수 있길도 있어 보인다.
그러나 현재 유선통신망이 각 통신사업자, 지역자치단체 등에서 별도 네트워크 시설을 구축 운영하고 있어서 이를 통합하여 공영 체제로 운영된다면, 중복투자 및 관리의 효율화 등으로 가계통신비 인하 여력과 더불어 안정적인 서비스 제공과 미래투자를 우선시할 수 있을 것이다. 인공지능 대전환시대를 맞아 현재 통신사업의 운영체제하에서 정부의 과도한 개입에 의한 가계통신비 인하보다는 유선통신망의 공영체제로 전환 등으로 공공성, 안전성, 효율성을 확보를 통한 가계통신비 인하방안을 모색해야 할 시기에 도래하였다. 이를 통해 안정적인 통신 인프라 제공에 집중하여, AI 서비스 활성화를 위한 기반을 마련하는 데 기여할 수 있다.
지속 가능한 통신정책 방향 모색: 유선통신망 공영체제 전환
선거철 통신비 인하 공약이 포퓰리즘에 그치지 않고 진정으로 국민들의 통신비 부담을 완화하고 통신 서비스의 질을 향상시키는 방향으로 나아가기 위해서는 신중하고 장기적인 접근이 필요하다. 단기적인 표심을 얻기 위한 포퓰리즘보다는 통신시장의 현실과 미래를 고려한 지속 가능한 정책 설계가 이루어져야 한다. 특히 유선통신망의 공영 체제 전환은 이러한 지속 가능성을 확보하는 중요한 방안이 될 수 있다.
우선, 통신요금 인하 정책은 유선통신망의 공영체제 전환이라는 큰 틀 안에서, 통신망의 안정성 확보와 서비스 품질 유지, 미래 투자를 위한 재원 확보를 고려하여 합리적인 수준으로 추진되어야 한다. 정부는 공공기관 운영의 효율성을 높이고, 투명한 예산 집행을 통해 국민 부담을 최소화하면서도 안정적인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을 것이다. 또한, 저소득층 및 취약계층에 대한 맞춤형 요금 지원 정책을 강화하여 통신서비스 접근성을 높이는 방안도 고려해 볼 수 있다.
통신 시장의 공정한 경쟁 환경 조성은 유무선 통신 시장 전체의 발전을 위해 중요하다. 유선통신망이 공영으로 운영되더라도, 무선 통신시장의 경쟁을 촉진하고 알뜰폰 사업자의 경쟁력을 강화하여 소비자들이 다양한 요금제와 서비스를 합리적인 가격으로 선택할 수 있도록 유도해야 한다.
미래 사회의 핵심 인프라인 유선 통신망의 안정성과 보안을 강화하기 위한 투자와 제도적 장치 마련에도 소홀해서는 안 된다. AI 시대에는 초고속, 초저지연, 초연결 네트워크가 필수적이며, 통신망 장애는 사회 시스템 전체의 마비로 이어질 수 있다. 공영체제 하에서는 단기적인 이익보다는 장기적인 안정성 확보를 위한 투자를 우선시하고, 사이버 공격 및 재난 대비 시스템 구축을 의무화하는 등 통신망 안전 강화를 위한 노력을 지속해 나갈 수 있을 것이다.
더 나아가, 통신 서비스의 공공성을 강화하는 방안도 모색해야 한다. 디지털 격차 해소를 위해 공공 와이파이 확대, 통신망 접근성이 낮은 지역에 대한 투자 확대 등을 추진하고, 교육, 의료 등 공공 서비스와 통신망을 연계하여 국민들의 편의성을 높여야 한다. 통신은 단순한 상업적 서비스를 넘어 국민의 기본적인 권리라는 인식을 바탕으로, 모든 국민이 저렴하고 안정적인 통신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는 것이 중요하다. 유선통신망의 공영체제로의 운영은 이러한 공공성 강화에 기여할 수 있다.
선거철 통신비 인하 공약은 국민들의 경제적 부담을 덜어주고 통신 서비스 접근성을 높이기 위한 중요한 정책적 고민에서 비롯된다. 유선통신망의 공영 체제 전환은 이러한 고민에 대한 근본적인 해결책의 하나가 될 수 있으며, 포퓰리즘에 기댄 단기적인 정책보다는 장기적인 관점에서 통신 공공성을 강화하고 안정적인 서비스 제공 기반을 마련할 수 있다.
정부, 지방자치단체, 통신 사업자, 그리고 소비자는 유선통신망의 공영 운영이라는 큰 틀 안에서 통신비 부담 완화, 통신망 안전성 확보, 미래 기술 투자, 서비스 품질 향상 등 다양한 목표를 조화롭게 달성하기 위해 함께 노력해야 한다. 포퓰리즘적인 공약에 매몰되기보다는, 심도 있는 논의와 숙고를 통해 미래 지향적이고 지속 가능한 통신 정책을 만들어나가는 것이 인공지능 대전환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 모두의 과제이다. 유선통신망의 공영체제전환은 이러한 지속 가능한 통신 생태계 구축에 중요한 역할을 수행할 수 있을 것이다.
[녹색경제신문 = 한영도 지속경영연구원장/ESG전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