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양·ABL 노사 갈등 격화, 건전성 악화...MG손보 전철 걷나

금융위, 우리금융의 동양·ABL생명 인수 늦어지면서 동양·ABL 건전성 급속 악화해 노조, 위로금으로 기본금 1200% 요구... 과한 요구라는 지적도 MG손보, 메리츠화재와 협상하다 노조갈등으로 무산... 결과는 고객 불안, 건전성 급락 "동양·ABL 노조도 과욕 대신 가입자들의 입장 고려 필요"

2025-04-16     유자인 기자
[사진=우리금융그룹

[녹색경제신문 = 유자인 기자] 금융위원회의 우리금융에 대한 동양생명·ABL생명 인수 승인이 늦어지면서 두 회사의 건전성이 급격히 악화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동양·ABL 노조원들과 회사측간 갈등이 격화되며 노조갈등 끝에 결국 매각 실패로 위기에 처한 MG손보처럼 되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현재 MG손보는 건전성 급감 및 고객들의 불안이 극에 달한 상황으로, 일각에서는 노조의 과도한 요구가 모두에게 안 좋은 결과를 초래했다는 평가다. 

동양·ABL생명 건전성 추락하는데...노조 “기본급 1200%의 위로금 지급하라”

16일 녹색경제신문의 취재를 종합하면 동양·ABL생명의 건전성은 급격히 악화되고 있다. 당초 계획은 이달 금융위에서 조건부 승인을 검토한다는 입장이었다. 

금융위는 지난달 27일 첫 심의에 이어 두 번째로 지난 10일 안건 소위원회를 열고 우리금융의 동양·ABL생명 인수 관련 논의를 진행했으나 결론이 나지 않았다. 금융위는 3차 안건 소위원회를 열어 재논의를 거칠 계획이기에 이달 내로는 인수합병(M&A) 성사 여부가 사실상 나오기 힘들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동양생명의 지난해 말 현재 지급여력비율은 155.7%로 2023년 말 193.4%와 비교하면 37.7%포인트(p)나 줄어들어 금융 당국의 규제 비율인 150%에 가까워졌다. 자본확충이 절실한 상황이지만 금융감독원의 정기 검사를 전후로 인수 작업이 늦어졌다. 우리금융은 해당 검사에서 경영실태평가 3등급을 받아 원칙적으로는 자회사 편입승인을 받을 수 없어 금융위가 조건부로 승인을 해줘야 한다.

매각설에 따라 동양생명의 전반적인 영업력도 약해지는 중이다. 2022년 보험 신계약 규모는 9조8462억 원이었지만 2023년에는 7조3784억 원, 지난해에는 7조5168억 원 수준을 보였다. 보유계약 역시 ▲2022년 90조6149억 원 ▲2023년 88조122억 원 ▲2024년 86조8958억 원 등으로 꾸준히 축소되고 있다. 

ABL생명도 비슷하다. ABL생명의 지난해 말 기준 지급여력비율 역시 전년대비 32.28%p나 하락해 153.68%로 당국의 가이드라인인 150%에 가까워졌다. 상품 판매가 중단되면서 단체 보유계약 역시 크게 줄어 2022년 114만861건에 달했던 단체 보유계약은 2023년 56만1820건을 거쳐 지난해 1045건까지 급감했다. 

이런 상황에서 두 회사 노조는 현재 우리금융으로의 인수에 따른 보상으로 기본급 1200%의 위로금을 요구중이다. 전날 오전 서울 광화문 세종대로 정부서울청사 앞 동양생명·ABL생명 노조원들은 “중국 다자그룹과 우리금융지주는 동양·ABL생명 직원들의 고용 보장과 보상 방안을 즉각 제시하라”며 “우리금융지주는 노동조합의 요구를 무시하지 마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통상적으로 매도자가 매각 차익을 보면 임직원들에게 위로금을 주는 관행이 있다. 오렌지라이프가 신한금융그룹에 인수될 당시 평균 기본급 4개월의 위로급이 지급됐다. 다만 동양·ABL생명 사례는 매각 차익이 없어 상황이 다르고, 양사 노조가 당국에 빠른 승인을 요구하면서도 과도한 위로금과 고용 보장을 내세우고 있어 우리금융의 인수 작업을 더 어렵게 만들고 있다는 지적이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현재 금융위 결정이 나지 않은 상태기에 우리은행측에서 양사 노조의 요구를 들어줄 방법이 없다”며 “물론 조건부 인수 가능성이 높다고는 하지만 만에 하나 인수 승인이 안 나는 경우 애초부터 M&A을 할 수 없게 되는데 선제적으로 요구를 들어줄 수는 없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이어 “고용 보장 등은 M&A시 어느 노조에서나 요구하는 것이므로 해당 안건에 대해서는 우리은행측도 협조적으로 나올 것이다”라며 “그러나 아무리 관례라고 해도 기본급 1200%의 위로금 지불 요구는 위로금 자체가 차익이 있어야 지불하는 것이기 때문에 과도하다고 생각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노조갈등으로 M&A 실패한 MG손보, 현재 ‘산 넘어 산’

이에 메리츠화재와 매각 협상이 진행되다 노조갈등으로 실패한 MG손해보험처럼 되는 게 아니냐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앞서 메리츠화재는 지난해 12월 MG손보의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됐으나 3개월간의 협상 과정에서 MG손보 노조가 고용 승계를 요구하면서 갈등을 빚어 어려움을 겪었다. 메리츠화재는 직원 10% 고용 유지와 250억원 규모의 위로금을 제안했으나 합의에 실패했다.

노조는 고용 승계 10%만 보장하겠다고 앞서 제시한 메리츠화재가 인수를 포기한 건 당연한 결과라고 지적했으나 MG손보 소속 보험설계사들은 메리츠화재라도 MG손보를 신속히 인수해 주길 바라며 대립했다. 

지난 17일 노조가 MG손보에 대한 정상 매각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개최한 자리에 보험설계사들이 나와 매각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고객들이 불안해하는 상황을 호소했다.

MG손보는 현재 124만 고객을 보유중인데, 금융당국은 삼성화재·DB손보·KB손보·현대해상·메리츠화재 등의 임직원들을 두 차례 만나 계약이전을 논의했지만, 이들 대형 5개 손보사는  건전성, 수익성 등에 악영향을 미칠 MG손보 계약을 고스란히 떠안을 수 없다며 난색을 표했다. 

MG손보의 지난해 결산보고서를 보면 누적된 영업 손실로 이익잉여금은 -3591억원까지 악화했고 자본총계는 -1254억원으로 전환하며 완전 자본잠식 상태에 빠졌다. 지난해 말 기준 지급여력비율은 4.13%다. 금융당국의 최소 권고 기준인 100%에 전혀 미치지 못하는 수준이다.

예금자보호법에 따라 최대 5000만 원까지는 해약환급금을 보장받지만, 이를 초과하는 금액에 대해서는 별도의 보상 장치가 없다. 파산 시 절차에 따라 일부 파산 배당을 받을 가능성은 있다.

이런 상황에서 실제 불안한 가입자들의 MG손보 계약해지에 대한 문의가 계속 이어지고 있고, 보험료 납입과 보험금 청구에 대한 문의도 이어지고 있다. 또 MG손보 계약을 해지하는 가입자들도 속출하고 있다.

한 보험업계 관계자는 “MG손보 노조의 과도한 요구의 결과로 MG손보 설계사들도, 고객들도 피해를 보고 있는 상황이다”라며 “고객인 가입자들의 계약과 보장은 안중에도 없는 처사”라며 지적했다. 

이어 “매각 실패된 후에야 MG손보 노조가 비교적 유화적으로 나오기 시작했지만 이미 너무 늦었다고 생각한다”며 “동양·ABL생명의 경우에도 노조의 과욕으로 인해 매각이 무산되면 여러모로 부정적인 결과를 초래하게 되니 가입자들의 입장 역시 고려해줬으면 하는 바람이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