줄어드는 은행권 정규직... "채용문 좁아지고 비정규직 늘고"

11개 국내 은행, 5년 새 정규직 8.52%↓·비정규직 19.81%↑ 디지털 금융의 일상화로 고용 구조 변화... "IT 전문인력 위주로 비정규직↑" 정규직 감소에 비판·지적도 뒤따라... "안정적인 일자리 창출하고 비정규직 보호 강화해야"

2025-04-16     이준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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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녹색경제신문 = 이준성 기자] 은행권이 최근 몇 년 새 정규직은 줄이고 비정규직은 늘린 것으로 나타났다. 금융의 디지털화에 따른 불가피한 흐름이라는 것이 은행권의 입장이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은행권이 고용 측면에서 사회적 책임을 소홀히 하고 있다는 비판과 함께 각 은행들이 비정규직 직원에 대한 고용 보호 등을 강화해야 한다는 지적을 내놓고 있다. 

16일 <녹색경제신문>이 금융감독원 금융통계정보시스템을 확인한 결과 신한·하나·우리·국민·농협·경남·광주·부산·전북·제주·iM 등 11개 국내 은행의 지난해 말 기준 직원(임원·해외근무 임직원 제외) 수는 8만4282명으로 5년 전인 2019년 말 대비 6% 감소했다.  

눈에 띄는 부분은 직원 감축이 정규직을 중심으로 이뤄졌다는 점이다. 같은 기간 이들 11개 은행의 정규직 직원 수는 8만1921명에서 7만4934명으로 8.52% 감소했다. 5년 동안 7000명에 달하는 정규직 직원이 사라졌다는 얘기다. 

반면 비정규직 직원 수는 되려 늘었다. 지난해 말 기준 이들 은행의 비정규직 직원 수는 9348명으로 5년 전 대비 19.81% 증가했으며, 이에 따라 이들 은행의 직원 고용 형태에서 비정규직이 차지하는 비중도 8.69%에서 11.09%로 상승했다. 은행권의 비정규직 의존도가 한층 심화된 셈이다.

아울러 주요 은행들의 정규직 축소 경향은 채용 기조에서도 드러난다.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김현정 더불어민주당 의원실 등에 따르면 지난해 4대 시중은행(신한·하나·국민·우리)의 정기 공채 인원은 1197명으로 전년 대비 20% 가량 줄었으며, 올 상반기 계획한 채용 규모(540명) 역시 지난해의 절반 이하로 쪼그라들었다.

은행권은 이처럼 정규직은 감소하고 비정규직이 증가한 배경에 일상화된 디지털 금융이 자리한다고 입을 모은다. 모바일·인터넷 뱅킹 등 비대면 거래가 갈수록 활발해지다 보니 영업점이 갖는 중요성은 떨어지고 디지털 전문성에 대한 수요는 커지면서 고용 형태별 채용 비중에도 변화가 생겼다는 설명이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디지털 금융이 대세가 되면서 각 은행들이 비용 관리 등 경영 효율화를 위해 영업점 수를 줄이고 있다"며 "이로 인해 정규직 직원 수가 자연스레 감소한 것"이라고 전했다. 

이어, "비정규직이 증가한 것도 디지털 금융 강화를 위해 정보기술(IT) 분야의 경력직을 위주로 계약직 채용을 늘렸기 때문"이라며 "금융의 디지털화가 급속도로 진행되면서 은행들도 불가피하게 고용 구조에 변화를 주고 있다"고 덧붙였다.

하지만 '어쩔 수 없는 일'이라는 은행권의 항변에도 불구하고 노동계 등에서는 은행권의 고용 기조에 대한 비판적인 여론이 커지고 있다. 최근 수 년간 연달아 호실적을 달성한 은행권이 효율성 등을 앞세워 안정적인 일자리를 줄이는 것은 사회적 책임을 저버리는 행동이라는 의견이다. 

노동계 한 관계자는 "은행권은 국가 경제의 한 축을 담당하는 기업시민으로서 안정적인 일자리를 꾸준히 만들어낼 필요가 있다"며 "(은행권이) 정규직은 줄이고 비정규직은 늘리는 지금의 고용 기조를 이어간다면 사회로부터 이익은 얻어가면서 책임은 외면한다는 무거운 질책을 결코 피할 수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와 함께 한편에서는 은행권이 비정규직에 대한 고용 안정 등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일부 은행을 중심으로 비정규직 직원들의 고용 불안 현상이 관측되고 있다는 이유에서다.

해당 은행들은 비정규직 직원과 체결한 근로계약을 연장해야 할 경우 '경영상의 조치'라는 명목으로 이를 거부한 뒤, 해당 직원의 자리에 동일한 업무를 수행하는 새로운 비정규직 직원을 채용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계약 연장 시 비정규직 직원의 연봉 등이 높아질 수 있다는 점을 고려한 것으로 보인다.

금융권 한 관계자는 "IT 직군의 비정규직 직원들은 개발 기간 등이 종료되면 자연스럽게 은행을 떠나는 경우가 많지만 비IT 직군의 비정규직 직원들 중에선 업무를 활발하게 진행하던 도중에도 갑작스럽게 '계약 연장 불가'를 통보받는 이들이 적지 않다"며 "몇몇 은행이 이 문제를 놓고 비정규직 직원들과 갈등을 겪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전했다. 

이어, "이런 일이 반복되면 은행권은 '사람을 쉽게 쓰고 쉽게 버리는 곳'이라는 오명을 쓸 수 밖에 없다"며 "필요에 따라 비정규직을 확대해야 한다면 (비정규직) 고용 안정 방안 등을 더욱 신경써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