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계 경제단체, '트럼프 관세 전쟁' 대응 총력전...이재용·최태원·정의선·구광모 '4인4색' 행보
- 무역협회 등 7개 단체 합동, 미국 관세정책 대응 미국 출장 - 최태원, 아웃리치 사절단 등 대응...6개 시너지 분야 집중 - 이재용, 중국 일본 광폭 행보...전기차 전장 등 협력 '앞장' - 정의선, 트럼프 앞에서 대규모 투자 발표 등 대응 강화 - 구광모 "고객에게 더 사랑받는 LG 미래 만들자" 사기 진작
[녹색경제신문 = 박근우 기자]
한국무역협회를 비롯 업종별 단체 등 총 7개 단체가 합동으로 미국 트럼프 2기 행정부의 관세정책 등에 대응하기 위해 미국 출장에 나서며 총력 대응에 나섰다.
앞서 지난 2월 최태원 대한상공회의소 회장이 이끈 '아웃리치 사절단'이 미국을 다녀온 바 있다. 오는 5월에는 윤진식 무역협회 회장을 비롯 주요 대기업 경영진이 참여한 무역사절단이 미국을 찾을 계획이다. 최근 류진 한국경제인협회 회장도 미국을 찾는 등 관세 파고에 대응해, 재계의 움직임이 다시 빨라지고 있다.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 최태원 SK그룹 회장,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회장, 구광모 LG그룹 회장 등 총수들도 '4인 4색' 현안 대응에 나서고 있다.
재계에 따르면 한국무역협회, 한국자동차모빌리티산업협회, 한국반도체산업협회, 한국배터리산업협회, 한국철강협회, 한국조선해양플랜트협회, 한국원자력산업협회는 '통상 대표단'을 꾸리고 13일 미국 출장길에 올랐다.
대표단에는 이인호 한국무역협회 부회장과 김정회 한국반도체산업협회 부회장, 박태성 한국배터리산업협회 부회장, 이경호 한국철강협회 부회장 등이 참석했다. 반도체, 배터리, 철강 등 관세에 직·간접적인 영향을 받는 곳들이다.
대표단은 오는 17일까지 워싱턴 싱크탱크와 미국 정부, 의회 등을 두루 접촉할 계획이다. 대표단은 한국과 미국 경제협력에 따른 미국의 실익을 중심으로 설명해 나갈 것으로 전망된다.
윤진식 무역협회 회장은 오는 5월 중순 주요 대기업 회장단과 함께 무역사절단으로 미국을 찾을 계획이다. 현대자동차, LG전자, 효성그룹, 대한항공 등 국내 주요기업들이 대거 참여할 것으로 예상된다.
최태원 대한상공회의소 회장은 지난 2월 '아웃리치 사절단'을 이끌고 미국을 다녀왔다.
그는 지난 3월 회장 취임 4주년 간담회에서 미국 워싱턴DC에서 하워드 러트닉 미국 상무장관과 만났던 내용을 소개했다. 최태원 회장은 "외국인 직접 투자(FDI)는 지속적으로 할 예정이고 에너지 등 미국 상품을 더 많이 사는 방향으로 (미국의) 무역 적자를 해소하며 한국과 미국이 다 이익을 볼 수 있는 새로운 종의 6가지 시너지 분야를 만들자는 아이디어를 러트닉 장관에게 소개했다"고 설명했다.
최태원 회장은 SK그룹의 미국 투자에 대해선 "이미 계획돼 있는 투자는 그대로 갈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보조금 이야기도 있고 나머지 정책에 대한 이야기도 같이 있는데 시장 상황에 따라 달라지기는 하겠지만 이는 비즈니스이기에 지금의 관세 정책과 결부돼 있다고 보이지는 않는다"고 전했다.
대한상공회의소의 조사에 따르면, 미국 관세로 가장 큰 피해(직·간접 포함)가 예상되는 업종은 2차전지(84.6%)가 차지했다. 자동차가 81.3%로 뒤를 이었고 반도체(69.6%), 의료정밀(69.2%), 전기장비(67.2%)가 뒤를 이었다.
재계 총수들의 움직임도 바빠지고 있다.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은 지난 2월 부당합병 항소심(2심) 재판에서 무죄를 선고받은 이후 중국과 일본을 잇달아 찾았다.
이재용 회장은 지난 3월 22일부터 28일까지 중국을 방문, 2년 만에 중국 고위급발전포럼에 참석했다. 이재용 회장은 중국 출장 중 샤오미·BYD를 방문해 전기차 전장(전자장치) 사업 협력에 나섰으며, 베이징 인민대회당에서 열린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글로벌 최고경영자(CEO) 면담에도 참석했다.
이어 지난 2일에는 일본 출장길에 올라 일주일간 머물다 돌아왔다. 이재용 회장은 출강 기간 중 삼성의 일본 내 협력회사 모임 'LJF'에 있는 소재·부품 협력사들을 만난 것으로 전해졌다.
최태원 SK그룹 회장은 대만을 찾아 세계 최대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업체인 TSMC를 비롯한 반도체 기업들을 만났다. 곽노정 SK하이닉스 사장도 동행했다.
최태원 회장의 대만 출장은 약 10개월여 만이다. 최태원 회장은 작년 6월 웨이저자 TSMC 이사회 의장(회장) 등과 만나 "인류에 도움되는 AI 시대 초석을 함께 열어가자"고 제안하고, HBM 분야에서 양사 간 협력을 강화하는 데 뜻을 모은 바 있다.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회장은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취임 이후 여러차례 미국 출장길에 오르면서 각별히 공을 들였다. 지난 2월엔 트럼프 2기 체제 핵심 인사로 떠오른 도널드 트럼프 주니어와 밀월하며 접점을 늘려갔다.
그 결과 정의선 회장은 트럼프 2기 행정부 출범 이후 가장 먼저 트럼프 대통령과 면담한 국내 경제인이자 최초로 백악관에서 대규모 투자를 약속한 한국 기업인이 됐다.
정의선 회장은 지난 3월 24일 백악관에서 트럼프 대통령과 함께 210억달러(약 31조원) 투자를 발표했다. 이는 현대차그룹이 미국에 진출한 이후 실시한 투자 중 가장 큰 금액이다.
이번 투자 계획은 미국 조지아에 건설한 현대차그룹 메타플랜트 아메리카(HMGMA)의 생산 능력을 기존 연산 30만대에서 50만대로 20만대를 증설해 현지 생산 120만대 체제를 구축하는 것이 주요 골자다. 또 자동차 부품과 물류, 철강 분야를 포함해 현지 생산 밸류체인 강화에도 나섰다.
트럼프 대통령은 "현대차는 대단한 기업", "아름다운 발표"라며 정의선 회장을 추켜세웠다.
구광모 LG그룹 회장은 지난 9일 경기도 이천 LG인화원에서 열린 '2025 LG어워즈'에 참석해 "차별적 미래가치를 향한 여정은 계속된다"며 "고객에게 더 사랑받는 LG의 미래를 만들어 나가자"고 당부했다.
최근 관세장벽 등 사업 불확실성이 커지는 상황에서도 경영원칙 대로 '고객을 위한 끊임없는 혁신이 최우선 과제임'을 강조하며 임직원의 사기 진작에 나선 것이라는 관측이다.
한편, 안덕근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은 이르면 내주 워싱턴DC를 방문해 제이미슨 그리어 미국 무역대표부(USTR) 대표, 하워드 러트닉 상무장관 등 미국 고위 당국자들과 만나 한국에 대한 관세 조정 협상에 나서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25%로 예고된 한국 관련 상호관세율이 제시된 가운데 이뤄지는 이번 협의에서 안덕근 장관은 미국 측의 최우선 관심사인 무역 균형 추구를 위한 우리 측보다 구체화한 로드맵을 제시하면서 상호관세 면제 또는 완화를 요구할 것으로 관측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