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신평 "종투사 제도개선, 대형 증권사 경쟁력 분수령 될 것"
- 모험자본 의무투자 비중 2028년까지 25%로 확대...부동산 한도는 10%로 축소 - 미래에셋·한투 등 초대형 증권사, IMA 사업 진출 가능성 높아 - 금융투자업계 "투자처 부족 우려...부동산 시장 구조적 변화 불가피"
[녹색경제신문 = 나아영 기자] 신용평가업계가 금융위원회가 발표한 종합금융투자사업자(종투사) 제도 개선안이 향후 대형 증권사들의 사업 경쟁력을 제고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나이스신용평가는 10일 발표한 보고서에서 이번 종투사 제도 개선안이 증권업의 기업 금융 경쟁력을 제고하는 데 긍정적인 영향을 줄 것으로 평가했다.
금융위는 9일 발표한 '증권업 기업 금융 경쟁력 제고방안'에서 종투사들이 발행어음 운용자산의 25%를 중소·중견기업 자금 공급, A등급 이하 채무증권, 벤처기업·하이일드펀드 투자 등 모험자본에 의무적으로 투입하도록 했다. 모험자본 의무 투자 비중은 2026년 10%를 시작으로 2028년 25%까지 단계적으로 높아진다. 반면 부동산 자산 운용 한도는 현행 30%에서 2027년 10%까지 축소된다.
이번 조치는 종투사들이 그동안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에 자금을 집중해 온 것과 달리 본래 제도 도입 취지였던 모험자본 공급 기능을 강화하기 위한 것이다. 김병환 금융위원장은 지난해 8월 증권사 CEO들과의 간담회에서 "혁신기업에 대한 자본 공급이 미미하고 부동산 금융에 편중돼 있다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고 지적한 바 있다.
나이스신용평가는 이번 제도 개선으로 대형 증권사 간 경쟁 지위 차별화가 나타날 것으로 전망했다. 특히 "대형사별로 보유한 차별화된 경쟁력을 얼마나 효율적으로 발휘하느냐에 따라 대형사 간 경쟁 지위 차별화도 나타날 것"이라고 분석했다. 부동산 금융으로의 과도한 쏠림현상을 억제하고 당초 정책목표였던 모험자본 투자 확대의 방향성이 보다 명확해진 점도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금융위는 종합투자계좌(IMA) 제도도 구체화됐다. 자기자본 8조원 이상 종투사는 고객 자금을 통합 운용하고 실적에 따라 수익을 지급하는 IMA 업무가 가능하다. IMA 운용자산의 70% 이상을 기업 금융으로 운용하고, 전체 운용자산 중 25%의 모험자본 공급 의무가 부과된다.
현재 IMA 업무를 영위할 수 있는 조건을 충족하는 증권사는 미래에셋증권과 한국투자증권 두 곳이다. 한국투자증권이 발행어음사업에 공격적으로 나서고 있어 IMA 사업 의지가 더 강하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NH투자증권과 삼성증권도 자기자본을 7조원 안팎으로 끌어올리며 IMA 진출을 염두에 두고 있다.
나이스신용평가는 IMA가 운용보수 증가와 추가 이용고객 확보 등 종투사의 사업영역을 다변화할 수 있다는 측면과 만기 1년 이상의 수신기능 확대를 통한 조달원 다변화가 가능하다는 측면에서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특히 최근 대형사를 중심으로 경쟁이 심화되는 환경에서 IMA를 통한 추가 이용고객 확보는 위탁매매 등 다른 리테일 사업부문의 잠재 이용고객으로 활용할 여지가 있다고 분석했다.
다만 신용평가업계는 IMA 운용 과정에서 리스크 확대 여부에 대한 모니터링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나이스신용평가는 "IMA 상품의 리테일 판매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불완전판매 이슈와 평판위험, 관련 내부통제시스템의 구축 여부에 대해서도 IMA 업무 개시 이후 살펴볼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금융당국은 종투사 지정 요건도 내년부터 강화한다. 연말 결산 기준으로 2년 연속 자기자본 요건을 충족해야 하며 8조원 종투사 지정 시에는 변경인가 수준의 대주주 요건도 도입된다. 3조원→4조원(발행어음)→8조원(IMA)이란 초대형 IB 단계마다 2년이 지난 뒤 다음 단계로 넘어가도록 할 방침이다.
금융위는 이번 제도 개선을 통해 내년부터 4조원, 3년 내 10조원 넘는 자금이 중소·중견기업과 벤처기업 등으로 흘러 들어갈 것으로 기대했다. 지난해 말 종투사의 발행어음 조달금액은 41조5000억원으로, 단순 계산하면 내년부터 4조1500억원을 모험자본에 투입해야 한다. 2027년에는 8조3000억원, 2028년에는 10조3750억원으로 늘려야 한다.
한편, 금융당국은 종투사의 순자본비율(NCR) 산출체계도 개편하고 나섰다. 중장기적으로 종투사의 NCR 산정방식을 '영업용순자본/위험액' 형태로 개편하고, 요구자본을 결정하는 위험 값도 여·수신기능을 감안해 강화할 방침이다. 나이스신용평가는 이러한 개편이 기존 종투사의 자본적정성 지표로서 NCR이 보유하고 있던 한계점을 보완할 수 있는 긍정적인 방향이라고 평가했다.
그러나 대형 증권사들은 이번 제도 개편으로 수조원 규모의 자산 배분 전략을 근본적으로 재설계해야 하는 과제에 직면했다. 업계에서는 국내 모험자본 시장의 협소함이 새로운 병목 현상을 일으킬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금융투자업계 한 관계자는 "현 시장 구조에서 갑작스러운 자금 유입은 적격 투자처 부족으로 인한 수익률 하락과 리스크 증가라는 역설적 상황을 초래할 수 있다"며 "특히 A등급 회사채 시장에서 일시적 가격 왜곡 현상이 나타날 가능성이 높다"고 지적했다.
부동산 금융 시장에도 상당한 구조적 변화가 예상된다. 또 다른 금융권 관계자는 "증권사 자금 이탈로 인한 자금조달 비용 상승이 단순한 시장 조정을 넘어 개발사업 전반의 사업성 재평가로 이어질 것"이라며 "특히 중소 건설사와 시행사를 중심으로 유동성 위기가 발생할 가능성이 높아지면서, 부동산 개발 생태계 전반에 연쇄적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