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시 쇼크' 대기업 오너일가 주담대 물량 '마진콜 주의보'
1주 새 코스닥 일부 기업 반대매매로 최대주주 변경 홍라희 관장, 삼성 지속적 주가하락에 마진콜 가능성
[인사이트녹경 = 조영갑기자] 미국 트럼프 행정부가 쏘아올린 관세전쟁의 여파로 국내 증시가 급락 일변도를 걷고 있는 가운데 주식담보대출(주담대)을 활용하고 있는 국내 오너가 사이에 반대매매 혹은 마진콜 압박이 점증하고 있다. 대기업 가운데 주담대 관련 반대매매가 실현된 사례는 찾아보기 힘들지만, 마진콜(추가증거금 요구)은 왕왕 발생한 사례가 있어 주가 폭락기에 주의가 요구된다는 지적이다.
9일 KRX정보데이터시스템에 따르면 지난 2일 2505.86을 기록하던 코스피 지수는 9일 현재 2,295.13로 6거래일 동안 8.41% 가량 떨어지는 급락세를 보였다. 코스피 200지수 역시 같은 기간 336.26에서 9일 현재 304.04로 약 10% 가까이 빠졌다. 코스닥 지수 역시 같은 기간 684.85에서 640.38로 6.5% 가량 빠진 상황이다. 전체 주식시장의 시가총액은 2일 약 2407조원에서 9일 현재 2211조원으로 약 200조원 가량 빠졌다. 패닉 상태로 불러도 과언이 아니다.
이에 따라 일부 종목에서는 일시적으로 빠지는 주가를 막지 못해 반대매매로 최대주주가 변경되는 등 시장 혼란이 가속되고 있다. 대형주는 아니지만, 전자제품과 모바일 제품에 적용되는 광모듈부품을 제조하는 코스닥 상장사 아이엠의 경우 2일 종가 865원에서 7일 396원으로 54% 가량 급락하면서 근질권설정돼있던 최대주주(타이거플러스알파조합) 보유주식 131만4059주 중 130만9577주가 반대매매 당하면서 소액주주로 내려앉았다. 회사 측은 주주명부를 통해 새 최대주주를 확인하고 있다.
아직 코스피 등 대형주의 오너 혹은 특수관계인 중 보유 주식의 반대매매가 발생한 사례는 아직 없지만, 업계에서는 이런 추세의 급락세가 지속될 경우 마진콜 요구에 따른 반대매매가 충분히 이뤄질 수 있다는 지적이다.
IB업계 한 관계자는 "개별적 주담대 계약 체결 시점과 주가, 담보비율에 따라 달라질 수 있지만 패닉 상태가 지금처럼 지속된다면 소형주는 물론 대형주에서도 반대매매 리스크가 터질 수 있다"고 강조했다. 2023년 9월 국제유가 급등으로 국내 주식이 급락세를 보이던 시기, 하루 5200억원 가량의 반대매매가 이뤄진 것이 단적인 사례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와 기업데이터 분석 전문기업 리더스인덱스 등에 따르면 올 2월 말 기준 대기업 집단의 오너일가 588명 중 164명이 보유 주식을 담보로 맡기고 약 9조4000억원 가량의 대출을 받았다. 지난해 반기 대비 1조4600억원 가량 증가한 수치다. 경영권 분쟁을 지속하고 있는 영풍그룹 오너 일가가 지분 확대 및 경영권 방어를 위해 일시적으로 4700억원 가량을 대출 받은 것이 전체 데이터에 영향을 미쳤다. 영풍의 대주주는 지난해 반기 말 1.5% 에서 86.2%로 담보비중이 치솟았다.
영풍의 경우 지난해 9월 보유한 고려아연 주식 169만주 가량을 NH투자증권에 담보로 제공하고, 3000억원 가량을 대출 받았다. 공개매수를 진행하는 MBK를 지원하기 위한 목적이다. 당시 고려아연의 주가는 주당 70만4000원 수준(9월25일 종가)이었다. 이후 경영권 분쟁이 격화되고 분수령이 될 임시주총을 앞두고 지난해 연말 장중 240만원까지 치솟았던 고려아연의 주가는 9일 현재 64만7000원 수준으로 빠진 상황이다. 당시 담보가치 평가액은 주당 약 66만원으로 설정한 걸로 알려졌다. 주가가 빠지면서 담보가치가 대출원금을 하회하기 시작했다.
개인별 담보대출 금액이 가장 많이 늘어난 삼성가도 주가 급락에 따른 압박이 가시화되고 있다. 상속세를 연부연납하고 있는 홍라희 리움미술관 명예관장이 대표적이다. 홍 관장은 올 2월 기준 주식담보대출 금액을 3400억원 가량 늘리며, 총 대출액 2조1200억원을 기록했다. 지난해 반기 말에는 1조7800억원이었다. 특히 2024년 9월 잇따라 체결한 주식담보대출 건의 담보비율이 기존 비율 대비 높은 140% 수준이라 최근의 주가 흐름을 감안하면 마진콜의 위험성이 상존한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홍 관장은 지난해 9월 10일 하나증권과 주담대 계약을 체결하고, 보유 삼성전자 주식 912만주 가량을 담보로 4000억원 가량을 대출했다. 더불어 9월 4일 782만주 가량을 담보로 3000억원을 대출했다. 당시 삼성전자의 주가는 7만원에서 6만원 후반대로 급락하던 시기다. 담보가치를 각각 최소 5000억~6000억원 이상으로 평가한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최근 잇딴 급락으로 삼성전자의 주가가 5만3000원 수준으로 떨어지면서 담보유지구간을 하회 구간에 진입했다. 지난해 말 기준 홍 관장의 주담대 1조250억원 물량의 담보유지비율은 140%, 최소 주가는 5만8000원 선이다. 이 때문에 지난해 11월 삼성전자 주가가 4만원 대로 하락하자 홍 관장은 마진콜에 대응하기 위해 담보주식을 늘리고, 삼성물산 주식 140만주를 담보로 한 1000억원의 주담대를 신규로 체결하기도 했다.
주담대 비중이 매우 높은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의 경우도 비슷하다. 올 2월 기준 신 회장은 지난해 2분기 말 대비 대출을 160억원 가량 늘리면서 기존 주담대 비중이 74.7%에서 86% 대로 상승했다. 신 회장은 롯데지주 주식 1368만주와 롯데쇼핑 289만주 중 총 1432만주(86.4%)를 담보로 제공하고 있다. 주담대의 대부분의 비중을 차지하는 롯데지주의 주가는 지난해 4월 2만8000원을 찍은 이후 지속적으로 하락해 9일 현재 2만원 수준으로 약 30% 가량 빠진 상황이다. 이 때문에 지난 2월 기존 계약을 변경하면서 롯데지주 담보 주식을 기존 1234만주에서 1388만주로 늘렸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주요 오너가를 중심으로) 기존 주담대 체결 당시의 주가가 지속적으로 하방하고 있는데다 최근 미국발 관세 리스크로 낙폭이 더 커지면서 오너 일가에 대한 상환 부담이 점점 커지고 있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