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대금융지주, 대통령 파면·미국 상호관세 이중충격에 '비상대응체계' 가동
- 4대 금융지주, 탄핵 선고와 미국 상호관세 충격에 비상대응체계 가동 - 금융권, 환율 변동에 따른 자본건전성 지표 관리에 총력 - 정치 불확실성 해소에도 강달러 우려...비상경영체제 지속
[녹색경제신문 = 나아영 기자] 4일 헌법재판소가 윤석열 대통령을 파면한 가운데 4대 금융지주가 금융시장 변동성에 대비해 비상대응체계를 가동하고 나섰다. 정치적 불확실성과 미국의 상호관세 충격이 겹치면서 환율 추이 등을 면밀히 모니터링하며 자본건전성 관리에 집중하는 모양새다.
금융업계에 따르면 KB·우리·신한·하나금융지주는 이날 12월 계엄령 사태 발생 직후 세워둔 컨틴전시 플랜(비상대응계획)을 검토하거나 실행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KB금융은 탄핵 선고일인 4일 임원 긴급회의를 개최해 시장 변동성 상황 점검과 대응 방안을 논의하기로 했다. 특히 달러당 원화값 진폭이 커질 가능성에 대비해 유동성 리스크 모니터링을 강화하고, 자금 시장동향을 실시간으로 관찰하며 진행 중인 사업에 미치는 영향을 파악할 계획으로 알려졌다.
신한금융도 최고경영자(CEO) 주재로 그룹 위기관리위원회를 열고 지난해 12월 신설한 '신한 기업고충지원센터'를 통해 중소기업 신용장 만기 연장 지원에 나서기로 했다. 또한 원화환율 하락에 따라 일시적으로 결제자금이 부족한 중소기업을 대상으로 한 여신 지원도 지속할 방침이다. 업계에 따르면 신한금융은 그룹 미래전략연구소의 거시경제 분석에 기반한 경기 진단 체계를 구축해 향후 실물경제 회복을 위한 다양한 지원 방안을 마련할 계획이다.
하나금융은 거시 경제지표 변동에 따른 단계별 취약업종 관리 계획을 선제적으로 수립해 운영 중이다. 경영난이 심화될 것으로 예상되는 중소기업과 소상공인을 위해 6조3000억원 규모의 긴급 금융자금을 공급하기로 결정했다. 구체적으로는 기존 주거래 우대 장기대출을 3조원 증액하고, 추가로 3조원 규모의 금리우대 대출을 신규 지원한다는 계획이다. 관세 피해로 유동성 위기에 직면한 기업에는 원금상환 없는 기한연장, 분할상환 유예, 금리 감면 등의 혜택도 제공할 예정이다.
금융지주들이 가장 주목하는 부분은 자본건전성 지표 관리다. 금융지주 핵심 건전성 지표인 보통주자본비율(CET1)은 지난해 말 13.07%로, 전분기 말 대비 0.26%포인트(P) 하락한 상황이다. CET1은 위험가중자산(RWA) 대비 보통주자본 비율로, 은행이 예상치 못한 손실이 발생했을 때 이를 감당할 수 있는 능력을 가늠하는 지표로 활용된다.
금융권에서는 환율이 오를 때마다 금융지주가 보유한 외화자산 원화 환산액이 증가하면서 RWA가 확대되어 환율 10원 증가 시 CET1 비율이 0.01~0.03%P 하락할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역대급 환율이 이어지는 상황에서 금융당국 최소 권고 비율인 CET1 12%선을 지키기 위해 시장 동향을 면밀히 살피며 대응하는 것이 중요한 시점이다.
한 시중은행 고위 관계자는 "일단 4일에 탄핵이 결정되면 환율 하락세가 나타날 것"이라면서도 "만약 탄핵 선고 이후에도 원화 약세 흐름이 잡히지 않거나 환율이 1500원대에 진입할 경우 지난해 세워둔 경영 계획에 컨틴전시 플랜을 가동해야 한다"고 말했다. 실제로 헌재의 윤 대통령 파면 선고 직후인 4일 오전 11시 22분 원·달러 환율은 1435.5원으로 하락했다.
또 다른 시중은행 고위 관계자는 "러시아 우크라이나 전쟁이 끝나고, 글로벌 공급망이 안정화되면 긴 호흡에서 늦어도 3·4분기에는 환율이 안정세를 보일 것으로 보고 있다"면서도 "자기자본비율 관리 압박을 느낄 은행들 입장에서는 고민하고 있던 대형 인수합병(M&A)은 추진하기 어려운 상황"이라고 우려를 표했다.
일각에서는 국내 정치 이슈보다 글로벌 정세가 환율에 더 큰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탄핵 심판 이후 정국 불확실성이 해소되어도 미국 관세와 내수 경기 영향으로 강달러 현상이 이어질 수 있다는 전망이다.
금융지주들은 이번 정치적 불확실성과 상호관세 충격을 넘어서기 위해 비상경영체제를 유지하면서 대내외 리스크 관리와 자본건전성 확보에 총력을 기울이는 모습이다. 특히 자본비율 관리와 유동성 지원을 통해 금융시장 안정화에 기여하는 한편, 기업 고객들의 위기 극복을 위한 실질적 지원책 마련에도 나서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