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상호관세 폭탄, 은행권 기업금융에 ‘빨간불’

기업 수익성 악화...대출 리스크 증가 우려 기업 대출 심사 강화할 듯...리스크 관리 차원

2025-04-04     박금재 기자
5대

[녹색경제신문 = 박금재 기자] 미국과 주요 교역국 간 무역 갈등이 격화되면서 국내 은행권의 기업금융에도 불확실성이 커지고 있다. 미국이 중국, EU, 한국 등 주요 무역국을 대상으로 고율의 상호관세를 부과할 가능성이 높아지면서, 수출 기업들의 자금 조달 부담이 가중될 전망이다.

4일 녹색경제신문 취재결과를 종합하면 은행권은 대기업부터 중소·중견기업까지 수출 기업에 대한 대출과 무역금융을 핵심 사업으로 운영해왔다. 그러나 관세 부담이 커질 경우, 기업들의 수익성이 악화되면서 신용도 하락과 대출 리스크 증가가 우려되고 있다.

국내 주요 은행들은 미국의 관세 조치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수출 의존도가 높은 국내 기업들의 실적 악화가 예상되는 만큼, 대출 연체율 상승이 우려된다”며 “특히 반도체, 자동차, 배터리 등 대미(對美) 수출 비중이 높은 업종의 기업금융 리스크를 면밀히 모니터링 중”이라고 밝혔다.

반도체와 자동차 산업은 이번 관세 부과에서 핵심 쟁점이 될 가능성이 크다. 미국이 특정 산업군에 대한 추가 관세를 결정할 경우, 국내 기업들의 타격이 불가피하며 이에 대한 은행권의 대응도 요구된다.

은행권이 우려하는 또 다른 문제는 무역금융 위축이다. 무역금융은 수출입 기업이 안정적으로 자금을 조달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핵심 금융 서비스지만, 관세 부담 증가로 인해 기업들의 대출 수요가 급증할 가능성이 있다.

문제는 미국뿐만 아니라 중국과 EU도 보복 관세를 검토하고 있다는 점이다. 한국은 중국, 미국, EU 모두와 긴밀한 교역 관계를 유지하고 있어 무역 마찰이 확대될 경우 국내 금융권의 부담도 커질 수밖에 없다.

이러한 상황 속에서 은행들은 기업 대출 심사를 한층 강화할 것으로 보인다. 일부 은행들은 기업의 해외 매출 비중과 수출 대상국별 리스크를 분석해 대출 한도를 조정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한 은행 관계자는 “미국의 관세 정책 변화가 예상되는 만큼, 영향을 받을 기업군을 선별해 리스크 관리에 나설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2018~2019년 미·중 무역전쟁 당시에도 국내 기업들의 금융 비용 부담이 증가하면서, 은행권의 기업금융 실적이 악화된 바 있다. 당시 일부 은행들은 무역금융 부문에서 손실을 기록하기도 했다. 이번 관세 조치가 장기화될 경우, 당시와 유사한 금융권 충격이 재현될 가능성이 높다.

은행들은 이번 사태를 단기적인 금융시장 변동성 문제로만 볼 것이 아니라, 장기적인 관점에서 리스크 관리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무역 마찰이 심화되면 기업들의 대출 수요가 급증하면서 은행권의 리스크 관리 부담도 커질 가능성이 높다”며 “신용 리스크 평가 체계를 더욱 정교하게 다듬을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미국의 상호관세 조치가 현실화될 경우, 한국 수출기업뿐만 아니라 은행권도 상당한 영향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기업들은 원가 절감과 대체 시장 확보 등으로 관세 리스크를 최소화해야 하며, 은행들은 보다 정교한 리스크 관리 체계를 구축해야 하는 시점이다. 금융권과 기업 모두 선제적인 대응이 필요하단 목소리도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