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법 개정안 거부권 행사, 이복현 금감원장 사의표명하자...권성동 "대통령과 생각 같다는 오만함"
- 상법 개정안 거부권 행사에 '직 걸고' 반대했던 약속 지켜 - 경제부총리·한은 총재 만류...금융시장 불안 우려 - 권성동 '대통령 운운하는 오만한 태도'...정부 내 갈등 표면화
[녹색경제신문 = 나아영 기자]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이 상법 개정안에 대한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 국무총리의 재의요구권(거부권) 행사에 반발해 사의를 표명했다. 이에 대해 국민의힘 권성동 원내대표는 국회 의원총회를 마친 후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당연히 사직서를 제출하고 짐 싸서 청사를 떠나는 게 공인의 올바른 태도이고 국민과의 약속을 지키는 태도"라고 강하게 비판하고 나섰다.
이 원장은 2일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해 "금융위원장께 전화해 (사의) 입장을 전달했다"며 "경제부총리와 한국은행 총재가 전화주셔서 시장 상황이 어렵다며 경거망동해선 안된다고 말리셨다"고 밝혔다. 금융시장 불안정성이 우려되는 상황에서 금융감독원장의 갑작스러운 사퇴가 추가적인 혼란을 야기할 수 있다는 판단이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앞서 이 원장은 상법 개정안 거부권 행사에 '직을 걸고' 반대하겠다고 언급한 바 있다. 그러나 한 권한대행은 전날 국무회의에서 상법 개정안에 대해 거부권을 행사했고, 이에 따라 이 원장이 사의를 표명한 것으로 풀이된다.
이 원장은 "주주 가치 보호나 자본시장 선진화는 대통령께서 직접 추진한 중요 정책이고 대통령이 있었으면 거부권을 행사하지 않았으리라고 확신한다"며 "시장에서 공정한 경쟁은 보수의 핵심적 가치라고 믿고 있다"고 말했다. 또한 "솔직한 심정은 공직자가 국민 앞에 약속도 했고 한편으로는 본의 아니게 권한대행께서 국정 운영하시는 데 부담을 드린 것도 맞다"며 "그런 의미에서 누군가가 책임을 지는 게 맞다는 생각을 여전히 갖고 있다"고 덧붙였다.
다만 이 원장은 오는 3일 예정된 F4(거시경제·금융현안 간담회) 회의에는 참석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그는 "상호관세 이슈나 환율 등 문제로 내일 F4는 제가 안 갈 수 없는 상황"이라며 "만나서 시장관리 메시지나 대응 방안을 논의하고 저희끼리 얘기를 좀 해야 할 것 같다"고 설명했다.
이번 상법 개정안은 이사의 충실의무 대상을 '회사'에서 '주주'로 확대하는 내용을 골자로 한다. 이 원장은 상법 개정의 필요성을 강조하면서도 이를 상장사 3000개 법인과 약 100만 개 비상장법인에 일괄 적용하기란 현실적이지 않다고 지적했다. 그는 "상법 개정안의 시행령 범위와 대상을 대형 상장사 등에 한정하는 식으로 장치를 열고 자본시장법 개정안에 마련돼 있는 비슷한 구조를 상법에 마련한다면 정부가 거부권을 행사하기가 어려울 것"이라고 언급했다.
이에 대해 권 원내대표는 이 원장이 '대통령이 계셨으면 거부권을 행사하지 않았을 거라고 확신한다'고 얘기한 것에 대해 "그것마저도 오만한 태도"라며 "어떻게 금감원장이 감히 대통령 운운하면서 대통령과 자기 생각이 같다고 일방적으로 주장할 수 있는지, 제 공직 경험에 비추어 있을 수 없는 태도"라고 비판했다.
이 원장은 오는 4일 헌법재판소의 대통령 탄핵 심판 선고를 앞두고 "4일 대통령이 오실지, 안 오실지 등도 무시할 수 없기 때문에 입장 표명을 하더라도 가능하다면 대통령께 말씀드리는 게 제일 현명한 게 아닐지 생각하고 있다"고 말했다.
추후 상법 개정안에 대해서는 자본시장법 개정이 동반돼야 한다며 야당에 속도 조절을 요구하는 모습도 보였다. 이 원장은 "자본시장법 개정안이 정무위원회를 통과해 법제사법위원회로 갈 때로 예상되는 4~5월까지 민주당이 기다려 주길 간곡히 부탁한다"며 "상법 개정안이 지나치게 정쟁화된 게 안타깝고 재계도 반대하는 상법 개정안이 통과되면 분명 자본시장법도 반대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금융권에서는 이 원장의 사의 표명이 금융시장에 미칠 영향을 주시하는 모습이다. 경제부총리와 한국은행 총재가 직접 나서 만류했다는 점에서 금융당국이 현 시점에서 금융감독원장의 교체가 시장 불확실성을 가중시킬 수 있다고 판단한 것으로 풀이된다.
익명을 요구한 한 금융권 관계자는 "경제부총리와 한은 총재까지 직접 만류에 나선 것은 현 시점에서 금감원장 교체가 시장 불안정성을 증폭시킬 수 있다는 위기감 때문"이라며 "대외 불확실성이 고조되는 상황에서 금융당국 리더십 공백은 투자자들에게 심리적 충격으로 작용할 우려가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