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가는 현대車•제철, 대기업 '탈한국' 도미노 촉발하나..."노사 상생협력 모델 절실"

2025-03-27     김지윤 기자

[녹색경제신문 = 김지윤 기자] 현대차그룹이 210억 달러(약 31조원)에 달하는 대미 투자 계획을 발표한 가운데, 국내 생산량 감소에 대한 우려가 나오고 있다. 

지난 25일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이 미국 백악관에서 210억 달러(약 31조원)에 달하는 대미 투자 계획을 발표했다. 

이중 86억 달러는 자동차 생산에 들어간다. 투자를 통해 준공식을 앞둔 메타플랜트 아메리카(HMGMA) 공장 생산능력을 기존 30만대에서 향후 50만대로 확대한다는 계획이다. 현재 현대는 미국 앨라배마에 연간 약 36만대를 생산할 수 있는 현대차공장을, 조지아주 웨스트포인트에 연간 약 34만대를 생산할 수 있는 기아 공장을 갖고 있다. 

HMGMA까지 가동하면 현대차그룹은 미국에서 연간 120만대의 생산능력을 갖추게 된다. 작년 대미 수출 물량은 170만대로, 미국 판매분의 70%를 현지에서 조달할 수 있다. 

이와 함께 미국 루이지애나 주에 전기로 제철소를 건설하고, 자동차용 강판을 연간 270만톤 생산한다. 이는 당진, 순천 제철소에서 생산하는 자동차용 철강재 생산량의 절반에 달하는 수준이다.

강성 노조에 시달리던 현대, 미국에 생산력 분산?

이렇게 미국 생산 물량이 많아짐에 따라 자연히 국내 생산분이 줄어들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현재 관세 대응이 가장 큰 명분이지만, 현대가 그간 강성 노조에 생산력을 많이 뺏긴 만큼 생산 기지를 분산해 리스크를 최소화하겠다는 숨은 의도가 있을 거란 분석이다. 

현대는 자동차 분야와 제철 분야 모두 노조의 압박으로 수차례 어려움을 겪은 바 있다. 현대제철 노조는 현대차 수준(기본급 500%+1,800만 원)의 성과급을 요구하면서 올해 1월부터 게릴라성 파업을 벌였다. 사측이 적자를 감수하고 1인당 2650만원(기본급 450%+1000만원)에 달하는 성과급을 제시했지만 노조에서 받아들이지 않은 것이다. 

장기간 이어진 게릴라 파업으로 현대제철은 직장 폐쇄까지 단행했지만, 결국 경영난으로 인해 오늘(26일)부터 희망퇴직을 받기 시작했다. 

현대자동차도 매년 임단협(임금·단체협약) 과정에서 노조의 강도 높은 파업에 부딪혀 왔다. 2012년과 2016년에 대규모 장기 파업으로 조 단위의 손실을 입힌 사례가 대표적이고, 노조는 임단협 시기마다 파업 논의로 임금과 성과급을 높여 왔다. 현대는 국내 기업 중 노조로 인해 가장 골머리를 앓은 기업으로 꼽힌다. 

현대가 국내에도 올해부터 24조원에 달하는 투자를 집행한다고 밝혔지만 국내 투자는 대부분 연구개발과 전기차 설비에 들어간다. 전기차는 부품 수가 기존 내연기관에 비해 1/3 수준으로 적어 노동력을 현저히 적게 요한다. 때문에 노조에선 사측의 전기차 전환 속도에 경계심을 내비치기도 했다. 

이로 인해 업계에서는 "현대가 국내를 기술력 거점으로 만들고, 미국 등 해외로 생산력을 분산시키려는 것이 아니냐"는 추측을 내놓고 있다. 

내수는 줄고, 임금은 높아지고... 생산 거점으로 메리트 잃어가는 한국

한국은 기업의 생산 거점으로서 메리트를 빠르게 잃어 가고 있다. 인구 감소로 내수가 부진한데다 주요 업종의 임금은 미국, 유럽에 비견되는 수준으로 높아졌기 때문이다. 또한 유연하지 않은 고용법과 불안정한 정치상황, 세계적인 보호무역 기조까지 여러 악재가 맞물려 있다.

이에 따라 현대 뿐 아니라 많은 기업들이 생산기지를 해외로 옮기고 있다. 배터리 3사인 LG에너지솔루션, 삼성SDI, SK온은 폴란드와 헝가리에 공장을 운영 중이고 북미에도 대규모 생산기지가 있다. 

삼성전자는 2010년대부터 경북 구미시의 휴대폰 생산라인을 베트남 등 해외로 이전했으며 전선업계도 미국과 동유럽으로 생산 기지를 넓히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제조업은 한국 경제를 떠받드는 기반인데 이렇게 생산 기지를 해외에 빼앗기면 함께 침몰하는 배가 될수 있다"며 "정치권의 올바른 리드 아래 기업과 노조가 상생을 모색해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