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체험기] 마비노기 모바일, 의도가 뚜렷한 넥슨의 도전
진입장벽 대폭 낮췄다... '모두를 위한' 게임 제작 다른 유저와의 소통과 협력 등 MMO 요소 힘 줘
[녹색경제신문 = 이지웅 기자] ‘마비노기’는 확실한 개성을 갖춘 IP다. 기자가 비교적 어린 나이에 즐긴 게임임에도 불구하고 게임이 풍기는 전체적인 이미지와 아르바이트 등과 같은 생활형 콘텐츠를 플레이 한 장면이 머릿속에 남아있다. ‘마비노기’만이 전달해 주는 독특한 경험이 해당 IP를 장수 게임으로 끌고 간 원동력으로 판단된다.
다만 게임의 연식이 쌓일 수록 게임이 원래 추구하거나, 혹은 풍기던 고유의 아이덴티티를 유지하기란 여간 쉬운 일이 아니다. 더군다나 기존의 유저들을 만족시키기 위한 콘텐츠가 쌓일 수록 진입 장벽이 높아지고, 이는 새로운 유저들의 유입을 막아 IP의 생명력을 갉아 먹는 결과를 불러온다. 자연스러운 현상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마비노기 모바일’은 명확한 의도를 가지고 제작된 게임으로 보인다. 방대한 잠재 유저층을 겨냥해 IP의 문턱을 낮추고, 이를 통해 ‘마비노기’의 고유한 가치를 재조명 하는 것이다.
굳이 ‘방대한’이라는 표현을 쓴 이유는 ‘마비노기 모바일’이 ‘마비노기’에 , 더 나아가 게임이라는 콘텐츠 자체에도 별다른 흥미가 없는 잠재 고객들을 위해 제작됐다는 인상을 받았기 때문이다. 실제로 지난 17일 미디어를 대상으로 진행된 시연회에서 김동건 데브캣 대표는 “‘마비노기 모바일’의 문턱을 많이 낮춘 만큼 해당 게임이 소개팅 자리에서도 대화 주제가 될 수 있는 게임이 됐으면 한다”고 말했다. 이는 흥행보다는 낮은 진입 장벽에 더욱 초점을 맞춘 발언으로 보인다.
김 대표의 말처럼, ‘마비노기 모바일’은 전적으로 ‘착하고 순한’ 게임을 표방하고 있다.
‘마비노기 모바일’의 뿌리는 당연히 MMORPG다. 이 때 ‘마비노기 모바일’에서는 ‘RPG’보다는 ‘MMO’에 강한 초점이 맞춰져 있다.
RPG에서는 통상적으로 캐릭터를 성장시키면서 높이고 싶은 능력치를 선택하면서 자신만의 빌드를 구축하는 콘텐츠가 핵심으로 자리잡고 있다. 이러한 요소들은 자연스럽게 존재하면서 장르 게이머들의 기대를 충족시킨다. 뒤집어 봤을 때, 이는 RPG에 익숙하지 않은 사람들에게는 문턱으로 다가올 수 있다.
‘마비노기 모바일’은 RPG의 장르적 뼈대는 가져오되, 이를 최대한 간소화하고 선택의 자유도를 넓힘으로써 진입장벽을 최소한으로 낮추고 있다. 예를 들어 캐릭터가 레벨업 하는 경우, 스탯이 자동으로 성장한다. 유저는 레벨 업과 함께 주어지는 ‘보너스 능력치’를 선택하기만 하면 된다. 이마저도 선택이 권장되는 ‘추천’ 능력치를 친절하게 안내해 준다.
직업 변경도 매우 자유롭게 이뤄진다. 또한 특정 직업에서 획득한 스킬북도 계승된다. 예를 들어 음유시인으로 진행하면서 얻은 스킬북을 통해 4번째 스킬을 얻었다면, 직업을 전사로 바꿔도 스킬의 가짓수가 유지된다. 다양한 직업을 별개로 키워야 하는 부담감을 최소한으로 줄였다.
특히 굳이 RPG가 아니더라도, 통상적으로 게임에서 ‘포션’과 ‘붕대’라는 상징은 체력을 회복하는 수단으로서 인식된다. ‘마비노기 모바일’은 이 같은 요소들에 대한 기능도 친절하게 설명한다. 진입장벽을 낮추는 것에 집중했다고 느낀 지점이다.
이처럼 RPG로서의 구성 요소는 매우 간소화 된 한편, 타인과의 상호작용으로써 진행되는 MMO 게임의 특성은 강하게 살아있다. ’마비노기 모바일’을 구성하고 있는 많은 요소들은 다른 유저들과의 소통을 유도한다.
가장 특징적인 부분은 역시 ‘세로 모드’다. 이는 전적으로 채팅을 편하기 위해 도입된 기능으로 보인다. 전투도 대단히 복잡한 컨트롤을 요구하지 않기 때문에, 이는 일상 콘텐츠 밖에서도 유효하게 작동한다.
상당히 다양한 커스터마이징을 지원하는 부분도 주목할 만 한다. 나만의 캐릭터를 꾸미는 커스터마이징은 자기만족적인 콘텐츠이기도 하지만, 타인의 시선이 동반됐을 때 더욱 가치있는 요소로 발전한다. 개성은 본질적으로 내가 아닌 다른 존재가 있을 때 발생하기 때문이다.
이러한 점에서, ‘마비노기 모바일’에서는 나이, 체형, 머리, 표정 등 다양한 부분에서 자기만의 특징적인 캐릭터를 만들 수 있다. 이와 함께 유료 재화가 필요한 상점에서는 상당히 다양한 의상을 판매하고 있었다.
특히 염색 기능에도 힘을 줬다. 의상의 다양한 파츠에서 색깔을 다르게 가져갈 수 있다. 또한 염색을 위한 팔레트를 상당히 디테일하게 구현했다. 이와 함께 이 염색 기능이 일종의 미니게임처럼 구현돼 있다. 단순히 원하는 색을 고르기 보다는 제한시간 내에 방대한 팔레트 속에서 원하는 색깔 조합을 선택하는 식이다.
이에 대해 넥슨 측은 “염색 미니게임에서 색이 무작위로 선택된 경우에도 자연스럽고 조화로운 색 조합이 나오도록 만들었다”면서 “다양한 플레이어들이 한 곳에 모였을 때 다채롭고 개성 넘치는 컬러감을 연출할 수 있도록 고려했다”고 밝혔다. ‘마비노기 모바일’가 추구하는 가치가 타인과의 교류에 방점을 찍고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부분이다.
한편 게임을 시연하면서 필드 보스 레이드, 랭킹 등과 같이 게임의 전체적인 방향성과 다소 맞지 않아 보이는 ‘이름표’들을 목격할 수 있었다. 이에 대해 넥슨 측은 “필드보스 레이드는 강력한 보스를 처치하는 전투 이상의 경험을 제공하는 주요 콘텐츠로 여러 이용자가 함께 게임의 세계관을 체험하고 협동 플레이의 즐거움을 느낄 수 있도록 설계된 핵심 요소”라며 “전투 자체는 강렬하지만 누구나 부담 없이 참여할 수 있도록 난이도와 보상 구조가 마련되어 있어 도전보다는 축제처럼 느껴질 수 있게 했다”고 전했다. 이어 “특히 다수의 이용자가 한 공간에 모여 보스를 공략하는 과정에서 생기는 현실감과 공동체 의식을 강조하고자 했다”고 덧붙였다.
랭킹 시스템에 대해서는 “협력 요소와 더불어 경쟁심을 자극해 성장 동기를 부여하는 장치로 단순한 전투력뿐만 아니라 다양한 스타일의 성장과 참여도를 반영할 수 있도록 노력했다”며 “이를 통해 필드 보스에 참여한 이용자뿐만 아니라 생활 콘텐츠나 길드 활동에 힘쓰는 이용자들도 존재감을 가질 수 있도록 한 것이 특징”이라 전했다.
넥슨 측은 이 둘을 아우르면서 “필드 보스 레이드와 랭킹 시스템은 게임의 몰입감을 높이고 이용자 간의 커뮤니티 활성화 및 유대감을 형성하는 두 축으로 작용하고 있다”며 “누구나 도전하고 함께 즐기는 경험을 통해 게임에 대한 애정과 성취감을 나누었으면 하는 바람”이라 밝혔다.
정리하자면, ‘마비노기 모바일’은 뚜렷한 의도 아래에서 제작된 듯 하다. 이를 위해 기존 ‘모바일 MMORPG’에서 통용되는 공식인 ‘소수를 위한 경쟁’이라는 가치와 정반대의 길을 선택했다. 이를테면 ‘마비노기 모바일’은 ‘모두를 위한 협력’이라는 메커니즘을 중심으로 작동된다. 이 지점이 ‘마비노기 모바일’을 도전적인 콘텐츠로 부를 수 있게 해준다.
한편 컨텐츠의 내용을 떠나, 기술적인 완성도에서는 다소 아쉬움을 남겼다.
우선은 그래픽이다. ‘화려함’과 ‘좋은 그래픽’은 동의어가 아니다. 좋은 그래픽은 곧 게임이 전달하고자 하는 분위기 등을 명확하게 전달해 주는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마비노기 모바일’에서 구현된 그래픽은 좋은 그래픽이다. 이를 통해 특유한 따뜻한 감성을 잘 담아냈다. 다만 이와 완성도는 별개의 문제로 본다. 시연 당시 ‘마비노기 모바일’의 그래픽 옵션을 최고 사양으로 설정하고 플레이 했음에도 텍스쳐 마감 등과 같은 디테일이 아쉬웠다.
그렇다고 모바일 기기에서의 최적화가 훌륭한 편도 아니었다. 시연회에서 사용한 기기는 아이폰 16 프로 모델이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냥터 구간에서 프레임이 떨어지는 현상이 간헐적으로 일어났다. 이와 같은 부분은 사후 지원을 통해 지속적으로 개선할 필요가 있는 인상이다. 특히 ‘마비노기 모바일’이 ‘모두를 위한 게임’을 표방한다면, 이는 더욱 중요하게 고려해야 하는 사항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