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H농협금융, 메리츠금융에 실적 역전 허용?... "관건은 비은행"
농협금융 지난해 순이익 2조4537억원... 메리츠금융 2조3334억원 양사 순이익 격차 20년 8106억원 → 지난해 1203억원 기준금리 인하 등으로 은행 수익성 '적신호'... 증권·보험 등 비은행 중요성↑
[녹색경제신문 = 이준성 기자] NH농협금융지주와 메리츠금융지주의 당기순이익 격차가 최근 몇 년 새 1200억원 수준까지 좁혀진 것으로 나타났다. 이와 관련해 금융권에서는 농협금융이 '비은행' 수익성을 한 차원 끌어올리지 못할 경우 메리츠금융에 실적 역전을 허용할 수도 있다는 관측을 내놓고 있다.
19일 <녹색경제신문>의 취재를 종합하면 농협금융의 지난해 2조4537억원의 순이익을 기록했다. 전년 대비 11.4% 증가한 수치로 연간 기준 역대 최대 실적이다. 같은 기간 이자이익(8조4972억원)은 0.1% 줄었으나 비이자이익(1조7991억원)이 6.7% 늘고 신용손실충당금전입액(1조2248억원)은 41.7% 급감한 결과로 풀이된다.
그러나 업계에서는 호실적에도 불구하고 농협금융이 웃을 수 만은 없는 상황이라는 의견이 제기되고 있다. 실적만 놓고 보면 5대 금융(KB·신한·하나·우리·농협)의 말석 지위가 위태로운 탓이다.
농협금융의 막내 자리를 위협하는 곳은 메리츠금융이다. 메리츠금융의 지난해 순이익으로 전년 대비 0.8% 증가한 2조3334억원을 수확, 사상 최대 실적을 남기는 동시에 2년 연속 '2조 클럽' 입성에 성공했다. 핵심 계열사인 메리츠화재(1조7105억원·9.2%↑)와 메리츠증권(6960억원·18%↑) 모두 순이익을 높이며 실적 증가를 견인했다.
이에 따라 농협금융과 메리츠금융의 연간 순이익 격차는 지난 2020년 8106억원에서 지난해 1203억원으로 4년 새 7000억원 가까이 줄어들었다. 메리츠금융이 농협금융을 그야말로 턱밑까지 쫓아온 셈이다. 업계 일각에서 "중장기적으로 봤을 때 메리츠금융과 농협금융이 실적이 역전될 수 있다"고 내다보는 이유다.
메리츠금융도 실적에 대해 강한 자신감을 드러내고 있다. 김용범 메리츠금융 부회장은 지난달 19일 실적 발표 컨퍼런스콜에서 "향후 2~3년 내에 순이익 3조원을 달성할 것"이라고 밝혔다.
금융권에서는 농협금융이 메리츠금융과 실적 경쟁을 벌이는 데 있어 비은행 계열사의 중요도가 한층 커졌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기준금리 인하 기조와 가계대출 규제 등으로 NH농협은행을 포함한 은행권 전반의 성장 정체가 예상되는 터라, 농협금융 입장에서는 그만큼 증권·보험 등 비은행 계열사의 수익성을 키울 필요성이 높아졌다는 설명이다.
실제로 당장 지난해만 해도 비은행 계열사의 약진이 없었다면 농협금융과 메리츠금융의 실적 격차는 뒤집어 질 수 있었다. 농협은행(1조8070억원·1.5%↑)의 순이익 성장이 이자·비이자이익의 동반 하락으로 주춤한 사이 NH농협생명(2461억원·35.4%↑)·NH투자증권(6867억원·23.4%↑)·NH저축은행(864억원·흑자전환) 등이 힘을 내며 '부족분'을 메웠기 때문이다. 지난해 농협금융의 비은행 계열사들은 NH농협손해보험(1036억원·8.6%↓)을 제외하면 일제히 실적이 상승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금융권 한 관계자는 "은행권의 실적 성장세가 꺾일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각 금융지주 내 비은행 사업의 역할이 이전보다 중요해졌다고 본다"며 "특히 농협금융은 비은행 계열사가 부진할 시에는 메리츠금융보다 실적이 뒤쳐질 수도 있다"고 전했다.
농협금융 경영진도 이 점을 고려해 비은행 '챙기기'에 본격적으로 나서는 모습이다. 일례로 이찬우 농협금융 회장은 지난달 취임 이후 '현장경영'의 일환으로 NH투자증권을 방문한 데 이어, 지난주에는 농협손보를 찾은 것으로 전해진다. 농협금융에 따르면 이 회장은 다음달 말까지 농협생명을 포함한 다른 비은행 계열사를 차례로 방문할 계획이다.
또 다른 금융권 관계자는 "(이 회장의 현장경영 행보는) 농협금융의 실적 성장에 비은행 계열사의 역할이 그만큼 크다는 점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대목"이라며 "이 회장이 앞으로 비은행 부문의 수익성을 어떻게 확대해 나갈지 주목하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