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하이닉스, TC본더 공급망 다변화...HBM 생산 안정성 확보

기존 한미반도체 중심에서 ASMPT·한화세미텍으로 확대 HBM 수요 급증에 의한 안정적 생산 위한 전략으로 해석 한미반도체 곽동신 회장 “경쟁업체 수주 소량에 그칠 것” 견제

2025-03-18     문슬예 기자
한미반도체

[녹색경제신문 = 문슬예 기자] SK하이닉스가 고대역폭메모리(HBM) 제조 핵심 장비인 TC본더의 공급망 다변화에 나섰다. 기존에 TC본더를 글로벌 점유율 1위인 한미반도체로부터 대부분 공급받고 있었던 SK하이닉스는 ASMPT에 이어 한화세미텍과 210억 원 규모의 공급 계약을 추진 중이다. 이는 AI 반도체 시장 성장으로 HBM 수요가 폭발적으로 증가하는 가운데, 안정적인 장비 공급망을 확보하려는 전략으로 풀이된다.

지난 14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한화세미텍은 SK하이닉스와 HBM용 TC본더 공급 계약을 진행하며 본격적인 양산 단계에 돌입했다. 

이번 계약은 210억 원 규모로, 오는 7월 1일까지 납품이 완료될 예정이다. 다만 업계에 따르면 해당 공시는 발주서 기반으로 작성된 것으로, 계약 체결이 완료된 상황은 아니라 추후 계약조건 변경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러한 SK하이닉스의 TC본더 공급망 다변화는 HBM 시장에서의 경쟁력을 강화하려는 의도로 해석된다. 

AI 반도체 수요 급증으로 HBM의 중요성이 커지고 있는 상황에서, ASMPT와 한화세미텍 등 다양한 공급원을 확보함으로써 생산 안정성과 유연성을 높이는 전략이다. 업계에서는 그간 한미반도체가 TC본더 장비 시장 점유율 대부분을 차지해 온 것으로 보고 있다.

실제로 시장조사기관 트렌드포스는 HBM 시장 규모가 지난해 182억 달러에서 내년에는 467억 달러로 156% 성장할 것으로 전망했다. 시장조사업체 가트너는 지난해 전체 D램 시장에서 13.6%를 기록한 HBM 매출 비중이 오는 2028년에는 30.6% 이를 것으로 전망했다. 

이에 따라 TC본더 장비 시장이 본격적인 경쟁 구도로 진입할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한미반도체가 HBM3E 12단 시장에서 90%가량의 압도적인 점유율을 유지하며 선두를 달려왔지만, ASMPT와 한화세미텍의 등장으로 공급망의 판도가 변화하고 있다는 것이다. 

한화세미텍은 SK하이닉스와의 수주를 계기로 “글로벌 반도체 시장에서 중요한 역할을 하는 엔비디아 공급망에 참여하게 됐다”고 밝히기도 했다. 이는 기존에 업계에서 ‘엔비디아-SK하이닉스-한미반도체’로 이어지는 밸류체인이 주목받아 온 맥락을 의식한 발언으로 보인다.

한편, HBM TC본더 시장의 선두주자인 한미반도체는 후발 주자의 진입에도 자신감을 내비쳤다. 

곽동신 한미반도체 회장은 17일 "ASMPT와 한화세미텍 등 후발 업체와는 상당한 기술력 차이가 있다"며 "ASMPT가 그랬듯이 이번에 SK하이닉스로부터 수주받은 한화세미텍도 결국에는 유야무야, 흐지부지하게 소량의 수주만 받아 가는 형국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곽 회장은 이날 30억 원 규모의 자사주 취득 계획도 발표했다. 다음 달 15일 장내 매수를 통해 지분율을 34%까지 끌어올릴 예정으로, 이는 지난 2023년부터 총 423억 원 규모의 자사주 매입을 이어온 결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