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퍼저축은행, 적기시장조치 '유예' 예측... 그러나 앞날은 ‘난항’
페퍼저축은행, 유상증자로 건전성 일시적으로 올려... 적기시장조치는 '유예' 전망 다만 지속적으로 유상증자만 실시, 근본적 건전성 개선은 '글쎄' 정부, 조만간 저축은행 경쟁력 강화방안 발표...페퍼저축은행에 큰 도움 안 될지도
[녹색경제신문 = 유자인 기자] 금융위원회 정례회의에서 저축은행 4곳에 대한 적기시정조치 안건이 상정·의결을 앞둔 가운데, 페퍼저축은행은 경영실태평가에서 ‘유예’를 받을 전망이다. 다만 현재 페퍼저축은행은 유상증자라는 임시방편에만 매달리고 있어 근본적 개선이 시급하다는 지적이다. 정부가 발표할 저축은행 경쟁력 강화방안 역시 페퍼저축은행을 살릴 ‘동앗줄’이 될 지 미심쩍은 상황이다.
페퍼저축은행, ‘권고’면할 듯... 비법은 유상증자
14일 녹색경제신문의 취재를 종합하면 오는 19일 금융위원회 정례회의에서 저축은행 4곳 적기시정조치 안건이 상정·의결될 예정이다. 앞서 금융감독원은 저축은행 경영실태평가에서 직전 2분기 연속 종합등급 3등급 이하·자산건전성 또는 자본적정성 등급 4등급 이하 저축은행 4곳의 명단을 금융위에 전달했다. 이 중 10대 저축은행에 들어가는 곳은 페퍼저축은행과 상상인저축은행이 있다.
적기시정조치는 경영개선 권고-요구-명령 순으로 내려지는데 ‘권고’가 가장 낮은 단계다. 경영개선 권고를 받으면 부실자산의 처분, 자본금의 증액, 이익배당 제한 등의 처분을 받지만 영업정지는 하지 않는다. 다만 6개월간 증자, 자산 매각, 내부 인력 구조조정 등 강도 높은 쇄신책을 실행해야 한다.
페퍼저축은행은 지난 1·2월 유상증자 총 300억을 통해 금융당국에서 권고하는 위험가중자산 대비 자기자본 비율(BIS비율)을 11%대로 올렸다. 10일엔 또 유상증자 200억원 규모를 결정하는 등 건전성 개선에 나섰다.
이를 통해 이번 적기시정조치안에서 페퍼저축은행은 ‘유예’를 받을 것이라는 전망이다.
페퍼저축은행, 건전성 근본적 개선책은 어려워... 다가올 저축은행 강화방안 발표도 '동앗줄' 못 될듯
다만 이런 유상증자를 통한 해결책은 단기간에 그쳐 근본적인 개선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페퍼저축은행은 2023년부터 BIS비율이 떨어질 때마다 총 5회의 유상증자를 통해 체질개선에 힘써왔지만 다시 BIS비율이 떨어지는 악순환이 이어졌다. 임시적 미봉책에 그쳤다는 지적이다.
실제로 페퍼저축은행은 2023년 1분기 BIS비율이 10.81%로 떨어진 뒤 200억원의 유상증자로 11.53%까지 올렸지만, 불과 몇 개월 만에 다시 하락하며 같은 해 4분기 11.03%를 기록했다.
지난 1월에 페퍼저축은행은 대규모 희망퇴직을 진행했다. 저축은행 업계에서는 희망퇴직이 은행업계처럼 연례로 진행되지 않아 페퍼저축은행의 이번 희망퇴직은 2011년 저축은행사태 이후 처음 있는 일이다. 2024년 9월말 기준 페퍼저축은행의 직원 503명 중 20%에 해당하는 100여 명이 희망퇴직을 신청했다.
페퍼저축은행 관계자는 당시 "체질 개선을 통해 새로운 도약을 위해 결정했다"면서 "직원들에게도 새로운 기회를 제공한다는 차원에서 '완전 자율적'으로 신청을 받았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이는 급격한 자산 감소로 인해 직원 유지조차 어려운 상태에 빠졌다는 의미로 받아들여졌다.
실제로 페퍼저축은행은 지난해 3분기 누적 당기순손실 762억원을 기록했다. 전년 동기 당기순손실 677억원에 비해 12.6%가 확대된 수치다. 총 자산 규모는 지난해 3분기말 기준 3조1943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44.8% 감소했다.
페퍼저축은행은 급성장 과정에서 타 저축은행 심사에서 거절된 대출 수요도 대거 흡수하고, 특히 자영업자 대출 중심으로 영업을 진행했다. 이 때문에 최근 경기가 악화하면서 큰 타격을 입었다는 평가다. 지난해 3분기 말 기준 부실여신 규모는 1945억원으로 전 분기 대비 25.7% 줄었지만, 이는 단순한 회계상의 조정일뿐 실질적인 수익성 개선을 의미하지 않는다는 설명이다.
정부는 이르면 이달 말 저축은행 경쟁력 강화방안을 발표할 예정이다. 만약에 수도권 인수합병(M&A)규제가 풀린다면 페퍼저축은행은 인수합병을 통한 대형화로 회생할 가능성도 열려 있다.
현재 규정상 저축은행 영업 구역은 수도권 2곳(서울, 인천·경기), 비수도권 4곳(부산·울산·경남, 대구·경북·강원, 광주·전라·제주, 대전·세종·충청) 등 6곳으로 나눠져 있는데, 영업구역 밖 M&A는 제한을 받는다. 수도권 저축은행 M&A는 부실 우려가 있는 저축은행을 합병하는 경우를 제외하면 금지된다.
다만 현재 금융당국은 저축은행업계에 지방 중·저신용자 대출 영업이라는 본연에 충실하라는 메시지를 강조하고 있기 때문에 이번 강화방안에 M&A 규제에 대한 제한이 풀릴지 여부는 불확실하다.
지난 5일 한구 금융감독원 부원장보는 올해 중소금융 부문 금융감독 업무설명회에서 "탄탄한 건전성 관리를 바탕으로 중·저신용자 대출이라는 본연의 역할을 다하는 회사가 영업 기회를 확대할 수 있도록 다양한 제도 지원을 검토할 것"이라고만 말했다.
업계는 또 저축은행 전체 대출 중 영업구역 내 개인·중소기업 대출 의무 유지비율을 40%에서 30%로 낮춰달라고 요구중이지만, 이 역시 요원해 보인다.
실제로 지난 2월 금감원은 올해 업무 계획에서 영업 구역 내 의무 대출 비중을 발표했다. 지역 서민금융 공급기관이라는 저축은행 설립 취지에 맞게 전체 대출 중 개인과 중소기업에 대한 대출 비율을 수도권 50%, 비수도권 40% 이상을 각각 유지하도록 명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