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창용 한은 총재 "출산율 0.75명 지속 시 25년 후 역성장 시작"
이 총재, 14일 연세대 글로벌지속가능발전포럼서 기조연설 진행 "출산율 OECD 평균까지 올려야... 초저출산 계속되면 포퓰리즘 득세 가능" 입시 제도도 비판... "지속 가능한 경제 발전 위해 다채로운 인재 육성 필요"
[녹색경제신문 = 이준성 기자]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우리나라의 지난해 합계출산율은 0.75명으로 전년(0.72명) 대비 소폭 상승했지만 이 같은 출산율이 계속될 경우 2050년대 이후 '마이너스(-) 성장'을 피하기 어려울 수 있다"고 경고했다.
이와 관련해 금융권 관계자는 "지금의 저출산 추세가 이어지면 우리나라의 잠재성장률은 0%대까지도 곤두박질 칠 수 있다는 것이 업계 안팎의 대체적인 시각"이라며 "업계 내부적으로도 저출산·저성장 시대에 어떤 먹거리를 찾아야 하는지에 대한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고 전했다.
14일 <녹색경제신문>의 취재를 종합하면 이날 이 총재는 연세대가 개최한 '글로벌지속가능발전포럼(GEEF) 2025'에 참석, 기조연설을 통해 우리나라의 저출산 상황에 대한 자신의 견해를 밝혔다.
먼저 이 총재는 "초저출산이 지속된다면 외국인 노동력 유입을 고려하지 않는 한 우리 경제는 저성장 고착화, 부채 폭증, 사회 갈등 심화라는 불가피한 종착점에 도달할 위험이 크다"며 "인구를 다시 늘리는 것은 현실적으로 쉽지 않지만 최소한 출산율을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 수준(1.4명)까지 회복하는 것이 시급하다"고 운을 뗐다.
그러면서 이 총재는 초저출산 현상이 계속될 시에는 포퓰리즘 정책이 득세할 수 있다는 우려를 내놓기도 했다.
이 총재는 "경제 성장이 정체되면 분배 여건이 악화하고 세대 및 계층 간 갈등이 한층 깊어질 가능성이 있다"며 "이렇게 되면 단기적인 고통 경감을 위해 인기 영합적인 재정 정책을 추진하려는 유혹이 강해질 수 있다"고 짚었다. 이어, "이 같은 정책은 근본적인 문제를 해결하지 못하고 재정만 낭비할 위험이 있다"고 꼬집었다.
아울러 이 총재는 한은의 연구 결과를 인용하며 저출산의 핵심 원인은 '높은 경쟁 압력'과 '고용·주거·양육에 대한 불안'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청년 경쟁과 불안에 불을 지피는 주요 요인 중 하나가 '수도권 집중' 현상이라고 지적하고, 수도권 집중을 가속화시키는 한 축으로 '대입 제도'를 꼽았다.
이 총재는 "사교육 환경과 상위권 대학 진학률이 우수한 지역으로 이주 수요가 증가해 수도권 인구 집중과 서울 집값 상승을 부추기고 나아가 저출산 문제를 더 악화시키는 악순환이 이어지고 있다"고 진단했다.
이어, "초저출산과 수도권 인구 집중, 입시 경쟁 과열 등 세 가지 문제가 별개로 보일 수 있지만 사실은 깊이 연결돼 있다"며 "즉각 대응하지 않으면 인구 소멸, 항구적 마이너스 성장, 사회 갈등 폭발 등의 용인하기 어려운 부작용이 현실화할 가능성이 크다"고 강조했다.
또한 이 총재는 현행 대입 제도에 대한 비판을 내놓기도 했다.
이 총재는 "자신 역시 한국 교육 제도의 수혜자"라면서도 "이제는 지속 가능한 경제 발전을 위해 다채로운 인재 육성에 나설 때"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대학에 더 많은 입시 자율권을 보장해야 한다"며 "현 입시 제도에서는 암기 능력이 뛰어나고 수학적 계산능력이 우수하며 20~30분 내에 주어진 글을 정리 및 요약하는 능력이 탁월한 학생들이 명문대 진학에 유리할 수 있다"고 전했다.
이어, 이 총재는 "선진국을 모방해 빠르게 따라잡던 과거와 달리 이제 우리는 기술 발전의 최전선에 서서 새로운 산업을 창조해야 한다"며 "앞으로는 인재를 천편일률적으로 선발하는 방식보다 다양한 배경과 경험을 가진 인재들이 서로 협력하고 상호작용하도록 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목소리를 높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