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 전세사기 가해자 '감형'에 '무죄 선언'까지 대책 없나?...전세사기 방지법 29개 '국회 계류 중'
- 무죄 선고·형량 감경으로 가해자 활개 - 전세사기 특별법, 근본적 제도 개선 없인 한계
[녹색경제신문 = 문홍주 기자] 전세사기 피해 예방 및 지원을 위한 연석회의가 13일 국회에서 열렸다. 이날 회의에서는 피해자 보호의 사각지대, 솜방망이 처벌 문제, 법적 허점 등이 집중 논의됐다.
참석자들은 법체계가 가해자에게 유리하게 작용하고 있으며, 신속한 법 개정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한편 전세사기 방지와 관련되어 발의된 법안이 29개에 달하지만, 모두 '국회 계류 중'으로 머물고 있다는 이야기도 나왔다.
법적 사각지대 해소 시급… 피해자 보호 강화 필요
안상미 전세사기깡통전세 피해자 전국대책위 공동위원장은 "솜방망이 처벌이 피해 회복을 더욱 어렵게 만들고 있다"며 "사기단이 법망을 피해 전세사기를 진화시키고 있다"고 비판했다.
전세사기 피해 사례 중 가장 논란이 된 것은 인천 미추홀구 전세사기 사건이다. 이 사건에서는 바지 임대인과 공인중개사가 조직적으로 전세 계약을 맺으며 피해자들을 속였다. 피해자는 총 191명, 피해 금액은 148억 원, 1인당 평균 피해액은 약 8천만 원에 달했다.
법원은 1심에서 주범에게 징역 15년, 벌금 115억 원, 추징 명령을 내렸으나, 2심에서는 주범의 형량을 7년으로 대폭 감형했다. 또한 공인중개사들에게 집행유예를 선고하며 책임을 대폭 줄였다. 가장 논란이 된 부분은 공인중개사법 위반 혐의에 대해 무죄를 선고한 것이다.
법원의 논리는, 공인중개사가 직접 거래하지 않고 바지 임대인을 내세웠기 때문에 법적으로 문제가 되지 않는다는 것이었다. 그러나 피해자들은 "공인중개사와 바지 임대인이 역할을 바꿔가며 조직적으로 사기를 저질렀다"며 강력 반발했다.
이와 같은 판결이 나온 이유 중 하나는, 검찰이 공소장 변경을 요청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공인중개사들이 거래 정보를 허위로 제공하고, 중요한 사항을 은폐했다는 점에서 충분히 유죄를 인정할 수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법원은 공소장 변경이 없었다는 이유로 무죄를 선고했다.
회의 참석자들은 이처럼 현행법이 전세사기 피해자 보호에 미흡하며, 보다 강력한 법적 대응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았다.
김태근 변호사(주택세입자법률지원센터 운영위원장)는 "소액 임차인을 보호하기 위해 도입된 최우선 변제금 제도가 오히려 채권자의 이익을 보호하는 방향으로 운영되고 있다"며 법 개정을 촉구했다.
또한 김 변호사는 "법원의 해석만 바뀌어도 피해자 보호가 가능하지만, 현재는 가해자들에게 유리한 판결이 반복되고 있다"고 강조했다.
전세사기 재발 방지 대책 마련 절실
전세사기 피해 예방을 위해서는 가해자의 재산 은닉을 막고, 피해자의 법적 보호를 강화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았다.
김영수 한국형사법정책연구원 박사는 "독일의 독립몰수제 도입을 고려해야 한다"며 "형사재판 결과와 관계없이 불법으로 얻은 재산을 국가가 몰수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현재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의 맹점으로 인해 피해자가 피해액을 개별적으로 입증해야 하는 문제가 있어, 이에 대한 법 개정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왔다.
권중희 경기 전세사기피해지원센터 센터장은 "피해자들의 가장 큰 어려움은 경제적 손실뿐만 아니라 사회적 신뢰의 붕괴"라며 "재발 방지를 위해 가해자의 재산 빼돌리기를 어렵게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부패재산몰수추징법 개정과 공인중개사법 개정을 통해 가해자의 책임을 강화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한, 일부 지역에서 시행 중인 피해자의 회생 기간 단축 조치가 전국적으로 확대될 필요가 있으며, 피해자들이 보다 신속하게 법적 구제를 받을 수 있도록 사법당국이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는 의견도 제시됐다.
국회, 전세사기 방지법 29개 계류… 실효성 있는 대응 필요
문진석 더불어민주당 의원(전세사기특별대책위원회 간사)은 "현재 전세사기 피해 예방 및 지원을 위한 법안 29개가 국회에 계류 중"이라며 "이 법안들이 통과되면 피해 예방에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특별법의 기한을 무한정 연장할 수는 없으므로, 근본적인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국회는 ▲후순위 전세 계약 차단 ▲전세보증금 반환 보장제도 강화 ▲범죄단체조직죄 적용 확대 ▲공인중개사 및 감정평가사 처벌 강화 ▲몰수·추징제도 개혁 등의 대책을 검토 중이다.
이날 회의는 전세사기 피해자들의 절박한 요구를 다시 한번 확인하는 자리였다.
피해자들은 "지금도 피해자가 계속 나오고 있다"며 "법적 미비점을 보완하지 않으면 5년 뒤 또 같은 문제가 반복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전세사기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하기 위해 국회와 사법당국이 보다 적극적으로 나서야 하며, 실효성 있는 대응책 마련이 시급하다는 점이 다시 한번 강조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