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GM에 또 공적자금 투입? "민생 살려야VS명분 없다" 갈리는 의견

2025-03-12     김지윤 기자

[녹색경제신문 = 김지윤 기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령의 관세조치로 인해 한국GM 철수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는 가운데, 철수를 막기 위해 또다시 공적자금을 투입할 것인지를 두고 의견이 나뉘고 있습니다.

한국GM은 2018년에 이미 우리 정부의 자금을 한차례 받아간 이력이 있습니다. 2010년부터 2018년까지 한국GM의 누적 영업손실은 약 2조 9,861억 원에 달했고 정부는 8천100억원에 달하는 자금을 GM에 투입했습니다.

그 대가로 향후 10년간 GM이 한국에 남기로 약속했었는데 2027년이면 그 기간도 끝입니다.

지난 8년 동안 한국GM의 사정이 나아졌냐하면 그것도 아닙니다. 그동안 GM은 계약기간을 채우기 위해 어쩔 수 없이 한국에 잔류하는 것처럼 보였습니다. 국내시장에 신차출시도 없었고 공장에 새로운 차를 배정하지도, 전기차 생산 라인에 투자하지도 않았죠. 

미국 이외의 신시장을 개척하는데에도 미적지근했습니다. 현재 한국에서 생산되는50만 대의 GM차량 중 90%가 미국으로 수출됩니다. 

헥터 비자레알 한국GM 사장이 작년 영업이익이 1조가 넘는다며 철수설을 진화하고 나섰지만, 트럼프 대통령이 향후 부과할 관세가 영업이익을 상회할 것으로 예상되며 철수설은 쉽게 사라지지 않고 있습니다.

GM이 철수를 고려한다고 해서 그 입장이 이해가 가지 않는 것은 아닙니다. 내수시장에선 점유율이 3% 미만이고 올해 1월 국내 판매량은 1천229대로, 국내 시장 점유율이 1%에도 미치지 못했습니다. 

수출을 위한 생산기지로서도 메리트가 많이 사라진 실정입니다. 동남아시아나 멕시코에 비해 인건비가 저렴하지 않은데다 잦은 노사갈등에 부딪히기 때문입니다. 

90년대 대우시절부터 GM의 차량을 생산하며 쌓아온 노하우와 이미 구축된 안정적인 공급망이 한국 GM의 강점입니다. 하지만 관세가 부과되면 GM 입장에선 원가 절감을 위해 인프라와 인건비가 저렴한 국가로 옮기는 선택지를 고려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폴 제이콥슨 GM 최고재무책임자(CFO)는 최근 투자자 콘퍼런스에서 "관세가 장기화할 경우 공장 배치와 이전을 포함한 다양한 요소를 재검토해야 한다"고 공장 이전 가능성을 언급하기도 했습니다.

"일자리 보호와 산업 생태계 유지가 최우선" GM과 어떻게든 협상해야

한국GM이 한국 시장에 남는 대신 또 다시 공적자금 투입을 요구해 올 것이라는 건 충분히 그려볼 수 있는 시나리오입니다. 현재 GM 부평공장과 창원 공장에는 각각 4천 명, 3천 500명의 인원이 근무하고 있으며 기타 연구관리직도 500명 가량 됩니다. 

협력사의 인력 규모는 더 큽니다. 한국GM의 1차 협력사는 276곳이고 70% 이상 의존하는 업체는 135곳에 달합니다. 2·3차 협력사까지 포함하면 업체 수만 3천 곳에 달하고, 연관 근로자는 14만 명에 이를 것으로 추산됩니다. 한국 GM이 철수한다면 이 엄청난 규모의 고용인원이 크게 휘청이게 됩니다.

근로자 뿐 아닙니다. 부평과 창원의 부동산, 자영업자들도 고통을 분담해야 합니다. 지난 군산공장 철수 때 군산 전지역이 타격을 입고 인구 수가 1만 명 가까이 줄어든 악몽을 연상케 합니다. 

한국GM이 잔류함으로 발생한 고용창출 효과에 대해서도 긍정적인 평가가 많습니다. 한국GM 생산직 근로자의 평균 임금은 약 9천만 원 정도로, 성과급과 복지수준은 떨어지지만 급여는 현대•기아와 비슷한 수준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본사와 협력사 인원이 창출하는 소비력과 세금을 계산해보면 8천 억원의 공적자금을 상회하는 수준이 것이라는 분석입니다. 

특히 고용시장이 얼어붙은 현재 분위기에선 정부가 적극적으로 나서 지금있는 일자리라도 지켜야 한다는 것이 찬성 측의 의견입니다.

GM의지 없다면 일시적 자금 투입 무의미, 혈세만 낭비할 것

반면, 공적자금을 투입하는 것에 비판적인 목소리도 적지 않습니다. GM에서 한국을 중요한 거점으로 고려하지 않는다면 결국 언젠가는 철수할 것이고 그 시기만 혈세를 낭비해 늦출 뿐이라는 겁니다. 

차라리 그 돈으로 전기차 소프트웨어 개발, 혹은 배터리 산업 진흥에 투자하는 것이 장기적으로는 국내 산업에 더 득이 된다는 의견이 나옵니다. 외국 기업에 의존하는 것이 아닌, 우리가 자체적으로 새로운 먹거리를 발굴하자는 겁니다. 

또 공적자금을 반복적으로 투입하는 것은 외국계 기업들에게 잘못된 신호를 줄 수 있다는 것도 문제입니다. GM이 한국에서 철수하더라도, 필요한 시점에 정부 지원을 받을 수 있다는 인식을 가지게 되면 비슷한 사례가 반복될 수 있습니다. 

2018년 당시에도 공적자금 투입에 반대해 국민청원까지 등장했었습니다. 당시 전북도의회 박재만 의원은 "GM이 한국경제와 지역경제를 볼모로 막대한 지원을 끌어내려는 계산이 깔려있다. 그간 한국 GM의 적자 중 2조원은 본사로 유입됐으며 앞으로 위기가 찾아올 때마다 돈을 요구해올 것"이라는 성명을 낸 바 있습니다.

한편 한국GM은 철수 논의가 나오기 전 본사와의 합의점을 찾기 위해 전력을 다하는 모습입니다. 한국 GM의 노사는 오는 15일부터 22일까지 미국 미시간주 GM 본사와 현지 공장 등지를 함께 방문합니다. 

사측은 헥터 비자레알 사장과 로버트 트림 노사협력 부문 부사장 등이 참여하고 노조는 안규백 지부장과 김종수 창원지회장 등이 동행합니다.

노사는 현지 임원 간담회에 참석해 GM의 글로벌 전략이 한국GM에 미치는 영향을 확인하고 신차 생산 계획 등에 대해 논의할 예정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