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슬라, 反트럼프 정서 직격탄으로 주가 폭락... 한국인은 '추매' 열풍
[녹색경제신문 = 김지윤 기자] 테슬라 주가가 10일(현지시간) 222.15달러에 마감하며 15% 넘게 폭락했다.
작년 12월 17일 트럼프 대통령 당선 이후 사상 최고치인 479.86달러까지 올랐던 값에서 절반 이하로 떨어진 것이다. 관세전쟁으로 인해 미 증시 전반이 하락했지만 유독 테슬라의 하락 폭이 크다.
전에 비해 테슬라 대신 선택할 수 있는 타사 전기차의 스펙트럼이 넓어졌고, 글로벌 캐즘(chasm)이 한동안은 지속될 전망이기 때문이다. 트럼프와 밀월관계를 맺고 있는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에 대한 전 세계 소비자들의 반감도 하나의 큰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전기차 격전지 된 유럽시장, CEO리스크까지 겹악재
특히 유럽 시장에서의 부진이 뼈아프다. 테슬라는 작년 유럽에서 약 28만 3,000대를 팔았는데 이는 2023년 대비 14% 감소한 수치다.
2023년까지만 해도 테슬라가 유럽 전기차 시장에서 가장 큰 점유율을 과시했지만 2024년으로 접어들며 폭스바겐, BMW와 같은 유럽산 전기차에 더해 BYD, 체리자동차 등 중국 브랜드에 점유율을 상당 부분 뺐겼다.
유럽의 경제 사정이 안좋아지며 저가의 중국 전기차를 찾는 소비자들이 늘어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올 2월 미국 데이터 분석 기업 에스칼렌트가 발표한 유럽 내 중국 자동차 브랜드 영향력 분석 결과를 보면, 응답자의 3분의 1은 가격 차이가 11~20% 범위면 중국 브랜드 차량에 관심을 보일 것이라고 답했으며, 10%만 저렴해도 구매를 고려할 것이라는 응답자가 10%에 달했다.
트럼프 리스크로 인한 반미정서로 인해 올해는 상황이 더욱 좋지 않다. 일론 머스크가 몸담고 있는 트럼프 행정부가 유럽에 적대적인 스탠스를 취하고 있기 때문이다. 최근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에서 침략국인 러시아의 손을 들어주는 트럼프의 행보에 대해 많은 유럽인들이 분노와 공포를 함께 느끼고 있는 상황이다.
올 1월 실적을 보면 유럽에서의 테슬라 판매량은 전년 동월 대비 무려 45%나 감소했다. 특히 독일과 프랑스에서 각각 60%, 63%의 급감세를 보였다. 2월에도 독일, 노르웨이, 프랑스 등 유럽 주요 국가에서의 판매량 전년 동월 대비 각각 76%, 48%, 44% 감소했다.
유럽 뿐 아니라 미국 내에서도 트럼프 행정부에 반발하는 일부 소비자들이 테슬라에 노골적으로 반감을 드러내고 있다. 미국에서 테슬라 매장이나 차량을 대상으로 한 범죄가 잇따르고 있으며 10일(현지시간)에는 시애틀에서 또다시 테슬라 사이버트럭 4대가 동시에 불타는 일이 발생했다.
테슬라의 주 타겟이 리버럴 소비층, 즉 환경과 인권을 중시하는 진보적 성향의 소비층인 점을 고려할 때 당분간 실적 개선은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이에 월가의 UBS그룹과 로버트 W. 베어드 앤드 컴퍼니(베어드)가 테슬라의 1분기 판매 실적 예상치를 하향 조정했다. UBS는 "테슬라 모델 Y의 신형 출시가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하지만, 주문이 주춤하다"며 1분기 판매량 추정치를 이전보다 16% 낮춰 36만7000대로 예상했다.
'한국인이 가장 사랑하는 테슬라', 눈물의 물타기하는 서학개미
테슬라의 주가 하락세가 얼마나 더 지속될지 안갯속인 가운데, 미국 주식 중 테슬라 보유율이 가장 높은 한국 개미들의 피해도 커지고 있다. 이에 개미들은 추가 매수로 손실을 매꾸는 이른바 '물타기' 전략을 선택했다.
한국예탁결제원에 따르면 미국 증시에 투자하는 국내 투자자들은 지난달 20일 이후 테슬라 주식을 3,408만달러(4,941억원)어치 순매수했다. 테슬라 주가의 하루 수익률을 두 배로 추종하는 '디렉시온 데일리 테슬라 불 2배' ETF(티커명 TSLL)도 4,296만달러(약 6,229억원) 사들였다.
이는 테슬라를 단순히 차량 제조업체가 아닌 혁신 기술을 주도하는 소프트웨어 기업으로 보는 관점과, 미국 증시는 언젠가 반드시 우상향한다는 서학개미들의 굳은 믿음이 반영된 것으로 풀이된다.
코로나 때부터 테슬라 주식에 대량으로 투자를 이어온 한 주주는 "AI시대로 가며 언젠간 자동차가 SDV(소프트웨어기반차량) 중심으로 갈 것이고 그럼 전기차 시대가 올 수 밖에 없다. AI와 전기차는 떼놓을 수 없는 관계라 생각한다"며 "테슬라는 자율주행 부문에서 가장 앞서있는 기업이고 로봇 기술에도 투자를 하고 있기 때문에 현재 트럼프 이슈로 인한 하락장은 일시적일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