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름부터 '일본산'인 닛산, 왜 日3대 자동차 중 가장 뒤쳐졌나

수출 전략 실패에, 하이브리드 포기까지... 반복된 악수 카를로스 곤 해임, 혼다 합병 거부... 해묵은 경영 논란 피해는 결국 근로자에게, 국내 기업도 타산지석 삼아야 

2025-02-14     김지윤 기자

[녹색경제신문 = 김지윤 기자] 자동차 업계 최대 이슈였던 닛산-혼다 합병이 무산된 가운데, 닛산이 향후 브랜드 위기를 어떻게 타파해나갈지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일본의 자동차 산업은 토요타, 닛산, 혼다 이 세 개의 대기업으로 대표된다. 그중 닛산은 1914년 설립된 카이신샤(快進社) 자동차공업이 모체로, 가장 역사가 길다. 하지만 현재 닛산은 세 기업 중 유일하게 적자를 보고 있다. 닛산은 2024회계연도에 약 800억엔(약 7,530억 원)의 적자를 볼 것으로 예상된다. 토요타는 작년 역대 최대 실적을 기록했고, 혼다 역시 북미와 아시아 시장에서 순항하고 있는 것과 대조된다. 

수출 전략 실패에, 하이브리드 포기까지... 반복된 악수

닛산이 뒤쳐진 이유에 대해서는 여러가지 견해가 존재하지만 공통으로 지적되는 부분은 권위적 문화로 인한 경영진의 판단 오류다. 특히 6,70년대 미국 시장에 진출하며 일본에서 인기 있었던 고급 세단을 중심으로 판매 전략을 짰던 것이 뼈아픈 실수로 각인된다. 

당시 닛산은 메르세데스-벤츠, 캐딜락과 같이 쟁쟁한 대형 세단 브랜드들을 고려하지 못한 채 세피로, 세드릭, 글로리아 같은 내수 인기 차종을 그대로 수출했다. 그 동안 중형 세단인 토요타의 캠리와 혼다의 어코드는 미국에서 선전했고, 닛산은 중형 세단 라인에서 밀리며 쓴 맛을 봤다. 90년대엔 비슷한 세단류를 차종을 남발하며 소형차, SUV 포트폴리오를 확보하지 못해 재무적으로도 크게 악화됐다. 

이후엔 하이브리드 개발에 뒤쳐진 것이 현재까지 닛산의 발목을 잡는 실책이 됐다. 닛산은 2010년 최초의 양산형 전기차인 리프를 선보이며 기술을 선도하는 듯 했으나, 생각보다 전기차 시대가 빨리 오지 않았고 개발을 포기한 하이브리드가 친환경 시장을 주도하며 닛산의 회복세를 가로막았다. 

일본에서

카를로스 곤 해임, 혼다 합병 거부... 경영 논란

2018년, 르노에서 파견한 카를로스 곤 CEO를 해임한 사건은 닛산 경영진의 뿌리깊은 정치주의적 문화를 단적으로 드러낸 사례다. 표면적으로는 카를로스의 불법 행위가 이유였지만 실질적으로는 르노의 영향력을 차단하려던 일본 경영진의 쿠테타였다. 

당시 카를로스 곤을 불법적으로 체포하고 감금까지 한 사실에 전세계에 알려지며, 닛산은 물론 이에 가담한 일본 정부에 대해서도 강한 비판이 일었다. 

이로 인해 닛산은 르노와의 협업이 중단됐고, 결과적으로 실적이 다시 급격히 나빠졌다. 르노와의 관계가 불안정해지면서 닛산의 글로벌 전략이 혼란에 빠진 탓이다. 또한 내부 권력 다툼으로 인해 경영진이 자주 교체됐고, 카를로스를 축출한 사이카와 히로토도 내부 문제로 2019년 사임하며 리더십이 붕괴됐다.

지난 13일을 기점으로 백일몽을 끝난 혼다와의 합병 역시 닛산 경영진의 사익이 강하게 반영됐으리라 추측되는 가운데, 닛산에 과연 자생 능력이 있는지 강한 의구심이 제기되고 있다. 

피해는 결국 근로자에게, 국내 기업도 타산지석 삼아야 

닛산은 전세계에 약 13만 명의 직•간접 근로자를 두고 있는 대기업이다. 닛산은 작년 근로자의 약 7%에 달하는 9,000명을 정리해고 하겠다고 밝혔으며 미국에서 우선적으로 공장 라인이 폐쇄되고 있다. 닛산은 이러한 구조조정을 통해 고정비용 약 3,000억 엔(약 2조 7,248억 원)을 절감하고 경영 재건을 목표로 한다고 밝혔다. 

하지만 근본적인 경영의 변화 없이  생산과 R&D에 대한 투자를 축소하는 게 과연 장기적으로 닛산을 구제할 수 있을지에 대해서는 회의적인 시각이 지배적이다. 

이에 국내 기업들도 닛산의 사례를 타산지석 삼아야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삼성, 현대와 같은 국내 대기업들 역시 정치적 문화가 리스크가 될 수 있다는 것이다. 

국내 자동차 업계 관계자는 "80년대까지 최고였던 닛산이 과거의 영광에 묻혀 시장의 변화를 제대로 읽지 못했고, 경영진들은 자신의 무능을 숨기기에 바빴다"며 "삼성, 현대와 같은 국내 기업도 기업이 오래되고, 잘 될 수록 상하간 소통이 가로막히고 현재의 영광에 젖어 미래를 내다보지 못할 수 있다"고 꼬집었다. 

한편, 13일 열린 닛산-혼다 합병 철회 이사회에서 우치다 마코토 닛산 사장은 "향후 파트너십에 의존하지 않고서는 자사가 생존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밝힌 만큼 어떤 기업과 협업을 논의할 지 업계 관심이 집중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