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판 을사오적? 닛산에 비난의 화살이 향하는 이유
토요타, 혼다보다도 임원 보수 높은 닛산, 왜? 일본판 을사오적? 일본은 왜 닛산에 화났나 기웃거리는 폭스콘, 과거 샤프 인수한 '악몽' 상기
[녹색경제신문 = 김지윤 기자] 닛산-혼다 합병 논의가 13일 공식적으로 결렬된 가운데, 일본 현지에서 닛산 임원들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가 뜨겁다.
닛산이 혼다의 자회사 편입을 거부한 것이 자존심 문제처럼 보이지만, 이면에는 닛산 임원들의 사익이 크게 개입됐다는 의혹이 불거지면서다.
토요타, 혼다보다도 임원 보수 높은 닛산, 왜?
닛산은 일본 기업 중 임원진의 보수가 유독 높은 것으로 유명하다. 작년 회계연도 기준으로 닛산 임원진의 총 보수액은 약 29억3,000만엔(276억 8,820만원)이며 17억9,000만엔(169억 1,532만원)인 혼다 임원진 보수 총액보다 약 1.6배 많다.
작년에 기록적인 흑자를 낸 토요타도 임원 총 보수액이 21억엔 이내였다는 것을 감안하면(도요다 아키오 회장 제외) 닛산의 임원 보수는 일본 내 최고수준이라 할 수 있다.
이는 2001년 닛산 CEO로 부임한 카를로스 곤이 국제 수준에 맞춰 임원진 보수를 크게 올리며 정착됐다.
공익(公益)에 대해 강박적 수준의 의식을 갖고 있는 일본 특성상, 임원 보수가 월등히 높으면 일반 직원의 사기를 낮춘다는 이유로 임원의 보수에 상한선이 존재한다. 하지만 카를로스 곤은 외국인인 동시에 당시 닛산의 구세주로 평가받았기 때문에 이러한 암묵적 룰을 깰 수 있었다.
애초부터 닛산-혼다 합병설이 돌 때 닛산 측에서 '동등한 관계'를 주장했던 것 역시 임원진의 계산이 깔려있었다는 분석이 나온다. 혼다의 자회사로 들어갈 경우 혼다 기준에 맞춰 보수가 깎이는 것은 물론, 임원진 조정이 불가피하기 때문이다.
일본판 을사오적? 일본은 왜 닛산에 화났나
혼다 입장에서는 닛산의 거절이 아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애초부터 닛산-혼다 합병엔 일본 정부의 입김이 강하게 작용했을 것으로 분석되기 때문이다.
혼다는 현재 북미를 무대로 자동차 사업에서도 큰 이익을 보고 있고 모태 사업인 오토바이 판매도 혼다를 든든하게 받쳐준다. 적자 기업인데다 르노와의 관계가 복잡하게 얽힌 닛산을 인수하는 건 재무 면으로나 거버넌스 면으로나 모두 리스크다.
일본 정부가 닛산-혼다 합병을 종용한 것은 국가 근간 산업인 자동차의 한 축을 담당하는 닛산을 방치해 둘 수 없었기 때문이다. EV와 자율주행에 기술력이 뒤쳐진 일본은 이전부터 미래 자동차 시장에서 영향력을 잃을 수 있다는 위기감이 팽배해진 상황이다.
일본은 자동차 산업이 GDP의 18% 가량 차지하고 있어, 중국 EV의 부상에 대해서도 한국보다 더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다.
기웃거리는 폭스콘, 과거 샤프 인수한 '악몽' 상기
이런 상황에서 중화권 기업인 '폭스콘'이 닛산 인수전에 기웃거리며 일본의 위기감은 더 고조됐다. 폭스콘은 2016년 일본기업인 샤프(SHARP)를 인수한 전적이 있다.
한국에서는 샤프가 전자사전으로 유명하지만, 샤프는 액정디스플레이(LCD) 기술을 보유한 세계적인 기업이었다. 폭스콘은 샤프를 인수함으로써 아이폰 뿐 아니라 전자제품 OEM사업에서 영역을 확장할 수 있는 결정적인 발판을 만들었다.
폭스콘은 샤프 인수와 동시에 대규모 인력 감축과 부동산 매각을 감행하며 일본의 경악하게 했다. 이를 통해 흑자전환했지만 일본 입장에서는 많은 상흔을 남긴 것이다.
일본 입장에서는 해외 기업, 특히 중국에 대부분의 공장을 두고 있고, 샤프를 난도질한 전적의 폭스콘이 닛산을 인수하는 그림이 가장 위협적이다.
업계 관계자는 "일본 정부가 비실비실한 장남(닛산)을 차남(혼다)이 챙겨주도록 애써 분위기를 조성했는데, 장남이 자존심 상한다며 아예 다른 집으로 호적을 파서 나가려고 하는 꼴"이라고 현 상황을 빗댔다.
특히 대만은 1915년 부터 일본제국 패망 전까지 식민지배를 받았던 곳으로 일본 입장에서는 한국만큼이나 자신들을 앞질러가는 것을 두고볼 수 없는 나라이기도 하다. 현재 일본에서 닛산의 결정을 두고 '매국'이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강하게 비판하는 배경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