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음의 계곡' 넘는 이차전지 업계, 직접환급제로 숨통 틔워달라 한 목소리

2025-02-04     김지윤 기자

[녹색경제신문 = 김지윤 기자] 4일 국회에서 이차전지 업계 '직접환급제' 도입 토론회가 열렸다.

직접환급제는 법인세 공제액을 현금 지급하는 방식으로, 미래의 수익성을 보고 미리 기업에 돈을 투자하는 제도다

해당 법안은 21대 국회에서도 여러번 발의된 적 있으나 번번이 폐기된 바 있다. 이번 토론은 트럼프 행정부 출범 이후 업계 위기가 뚜렷해진 상황 속에서 열려 한층 더 열띈 분위기를 띄었다. 

이날 토론을 주최한 신영대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한국의 대기업들이 위기에 처해 있고 이 문제를 우리가 똑바로 직시해야 한다. 알아서 각자도생하고 나중에 수익이 나면 세제 혜택을 주겠다는 식의 관조적인 정책으로는 이 침체의 골을 넘기 어렵다"며 "한국 기업들이 기술력을 앞서있다는 생각을 버려야 한다. 중국과 언제든 기술력 우위가 뒤집힐 수 있고 지금 이 시기에 투자를 놓지면 판세에서 우위를 점할 수 있는 적기를 놓칠 수 있다"며 과제의 긴급성을 강조했다.

현재 국내에서는 신성장•원천기술과 국가전략기술에 세액공제 혜택을 주고 있다. 대기업의 경우 20-30% 중소기업의 경우 30-40%의 공제율이 적용된다. 하지만 이차전지 업계가 침체 국면에 접어들며 적자를 기록해 세제혜택이 전혀 피부로 와닿지 않는 실정이다. LG에너지솔루션, 삼성SDI는 작년 4.4분기 기준 각각 2255억원 2567억원의 적자를 기록했고 포스코퓨처엠은 전년대비 영업이익이 98% 감소했다. 이에 기업들은 당장의 숨통을 틔울 수 있는 직접환급제도 신설을 간절히 바라고 있다. 

토론에 참석한 박재범 포스코경영연구원 수석은 "올해부터 3년간 투자하고자 계획했던 비용이 그룹사 전체로 봤을 때 30조 원에 달한다. 포스코의 경우 대부분의 투자를 국내에 유치하려고 계획했으며 이로 인한 고용확대, 지역경제 활성화에 대한 지자체 기대도 컸지만 지금은 모든 것이 불확실해진 상황"이라며 "특히 음극재 사업이 어렵다. 음극재는 차세대 배터리 기술 핵심이기 때문에 중국 공급망을 탈피해 타국가 광산에 대한 투자가 필요하며 차세대 음극재 개발도 필수다. 현 시점에 투자가 이뤄지지 않으면 기업 입장에서는 그 효과를 체감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필요한 건 모두가 인정, 하지만 제도 신설에 산통 커

제도의 필요성에 대해서는 산학연 모두가 공감한다. 추후 공제될 세액을 미리 주는 개념이기 때문에 천문학적인 추가 예산이 든다는 주장 또한 맞지 않다는 것이 학계 분석이다. 문제는 이러한 직접환급제가 기존에 없었기 때문에 정부의 세액 구조가 왜곡될 수 있다는 점이다.

토론에 참석한 김문건 기획재정부 조세특례제도과 과장은 "세액공제와 직접환급은 목적은 같지만 행정적으로 바라볼 때는 그 성질이 완전히 다르다. 세액공제는 정부의 수입을 깎는 것이지만 직접환급은 지출이 늘어나는 것이고 통계도 다르게 잡아 계산한다"며 "직접환급제가 법으로 정해지면 정부의 예산편성권을 유린하는 것으로도 볼 수 있고 정부 지출의 우선순위를 뒤흔드는 문제가 될 수도 있다"고 말했다. 

즉, 직접환급제로 빠져나가는 돈을 세수가 줄은 것으로 볼 것인지, 예산이 늘어난 것으로 볼 것인지에 대한 논쟁의 소지가 존재한다는 이야기다. 또한 혈세로 특정 기업에 몇 백, 몇 천 단위의 보조금을 지급하는 것에 대해 국민적 합의를 어떻게 이끌어낼 지에 대한 어려움도 클 것으로 보인다.  

정치적 결단 필요한 문제... "반도체 등 타산업 숟가락 얹지 말아야"

이러한 산통에도 반드시 직접환급제를 도입해야한다는 목소리도 나왔다. 김우철 서울시립대 세무학과 교수는 "우리가 기술 개발을 다 해놓고도 LCD시장이 어떻게 중국에게 넘어갔는지 기억해야 한다. 중국은 거의 공기업이라고 봐도 무방할 정도록 지원이 강력하다"며 "현재 기재부나 다른 행정기관이 저성장의 극복수단 찾지 못한 상황에서 다른 선택지가 별로 없다. 국민 컨센서스도 시간이 너무 많이 걸리기 때문에 책임을 동반하는 국회, 다수당의 결단이 필요한 정치적 문제"라고 말했다. 

이어 그는 타산업이 제도에 숟가락을 얹으며 논점을 흐리지 말아야한다고 강조했다. 기술력이 성숙되지 않은 사업, 일시적 위협에 직면한 사업은 직접환급에서 배제해야한다는 주장이다. 

김교수는 "이 제도를 이야기 할때 수혜 산업의 범위를 잘 정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기술력이 성숙되지 않은 산업에 돈을 쏟아붇는 건 신흥국에나 있는 이야기"라며 "또한 직접환급제를 이야기할 때 반도체 산업도 거론되지만 반도체는 지금껏 수익성이 좋았고 잠시 경영적 어려움에 봉착해있는 것이기 때문에 '죽음의 계곡'에 직면해있다고 보기 어렵다"고 말했다.

확실한 미래 먹거리가 될 수 있는 이차전지에 국력을 집중시켜야 한다는 이야기다. 

토론을 마치며 신영대 의원은 "이 논의는 오래동안 지속돼 온 만큼 이번 토론회로 결론을 지을 수 있는 문제가 아니다"라며 "현재 우리는 '대기업이니까 이정도는 알아서 해야지, 그동안 나라가 대기업에 해준 게 얼만데'라는 식의 옛날 사고방식으로는 넘을 수 없는 큰 산에 직면해 있다. 모두가 힘을 모아주길 바란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