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VS중국 격전지 된 저가 이차전지 시장, 승부는?..."기술력으로 충분히 극복 가능" 한목소리
중국과 가격 경쟁력 위해선 정부 나서 미국과 협상해야 국내 기업, LFP에 더해 차세대 저가형 배터리 개발 '투트랙'
[녹색경제신문 = 김지윤 기자] 국내 배터리 업계가 ESS(에너지저장장치) 시장을 겨냥해 LFP(인산철)배터리 기술 개발 및 양산에 집중하고 있는 가운데 중국과의 경쟁이 더욱 치열해질 것으로 보인다.
현재 국내 배터리 3사(삼성SDI, LG에너지솔루션,SK온)는 전기차 캐즘•트럼프의 反친환경 정책•중국과의 가격경쟁으로 전기차 시장에서 3중고를 겪고 있다. 삼성과 LG는 작년 4분기에 각각 2567억 원, 2255억 원 영업 손실을 냈으며 다음달 실적 발표 예정인 SK온 역시 비슷한 성적표를 받을 것으로 보인다. 이에 배터리 3사는 전기차 이외의 또다른 먹거리 시장인 ESS를 집중 공략하겠다는 경영 방침을 세웠다.
확대하는 美ESS 시장, LFP배터리가 대부분 차지... 韓기업 전략은?
현재 ESS에 사용되는 배터리는 대부분 LFP다. 전기차에서는 LFP가 삼원계 배터리보다 에너지 밀도가 낮아 선호되지 않지만 무게나 부피가 크게 상관없는 ESS분야에서는 오히려 강점이 많다. 저렴한 가격과 긴 수명, 무엇보다 안정성이 높아 화재 위험이 적다는 것이 강점이다.
국내 기업의 주 타깃은 미국이다. 트럼프 대통령이 석유 생산을 장려하며 반(反)친환경 적 행보를 보이고 있지만 미국 내에선 여전히 풍력•태양광 등 친환경 에너지로의 전환 목소리가 크다. 최근 미국을 쇼크로 몰아넣은 LA산불을 비롯해 중부지방 혹서기 등 기후 위기가 미국인들에게 피부로 와닿기 때문이다. 또한 막대한 전력을 소모하는 AI 서버도 ESS 수요를 크게 늘렸다.
한국은 그간 삼원계 배터리에 기술력을 집중하며 LFP 분야에선 후발주자가 됐다. 이미 LFP 시장을 선점한 중국이 ESS 시장 역시 크게 앞서가고 있는 상황이다. CATL은 2023년에 69GWh의 ESS 배터리를 출하해 글로벌 점유율 40%로 1위를 차지했고 BYD도 같은 해 22GWh를 출하해 2위를 기록했다.
한국 기업이 LFP 배터리에서 순수 제품 가격으로 중국과 겨루긴 어렵다. 중국은 전기료와 인건비 모든 면에서 압도적 우위를 갖고 있으며 LFP 배터리 필수 음극재인 흑연의 최대 생산국이다.
31일 본지와의 취재에서 배터리 업계 한 관계자는 "후발주자인 만큼 기술력 뿐 아니라 가격까지 모든 면에서 중국을 뛰어 넘어야 세계가 우리의 제품을 봐줄 것"이라고 말하며 중국과의 싸움이 쉽지 않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트럼프가 중국을 압박하는 상황이 우리 기업들에게 호재가 될 거란 예상이 많지만 말처럼 간단하지는 않다. 중국 제품에 관세가 부과되기는 하겠지만 확실한 가격 경쟁력을 갖추려면 미국에서의 생산으로 세제혜택을 받아야 하는데 IRA 법안의 존폐를 확실히 알 수 없어 섣불리 미국 생산라인을 확대할 수가 없다"며 "우리 정부가 미국과의 발빠른 소통으로 국내 기업들이 향후 경영 방침을 더 확실히 할 수 있도록 나서줘야 한다"고 말했다.
중국과 기술격차로 승부... 투트랙 전략으로 차세대 배터리 개발도 진행 중
하지만 중국과 기술력 격차로 승부를 볼 수 있는 가능성은 여전히 존재한다.
삼성SDI는 2024년 9월 독일 '하노버 상용차 박람회'에서 에너지 밀도를 10% 이상 향상시킨 'LFP+' 배터리를 공개한 바있으며 SK온은 저온에서의 충전 용량을 16% 정도 향상시킨 '윈터 프로(Winter Pro)' LFP 배터리를 선보이기도 했다.
박종선 삼성SDI 전략마케팅실장 부사장은 지난 24일 열린 지난해 4·4분기 실적 설명회에서 "우리가 LFP 배터리 후발 주자이긴 하지만 당사의 각형 배터리와 소재, 극판 기술을 접목해 에너지 밀도, 수명 특성을 높이는 방법으로 타 업체와 기술에 차별화 둘 것"이라며 자신감을 드러내기도 했다.
또한 국내에서는 LFP를 대체할 수 있는 배터리 기술도 개발 중이다. 투트랙 전략이다.
포항공대 신소재공학과 강병우 교수는 "국내업체들은 저가격 LFP배터리를 개발함과 동시에 LFP에 대항하기 위해 철(Fe)만큼 풍부하고 싼 망간(Mn)을 활용하는 소재를 개발하고 있으며 이렇게 개발된 고망간 층상소재는 에너지 용량에서 LFP를 훨씬 뛰어 넘을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또 니켈 함량이 70% 이하인 소재를 활용해 가격을 낮추면서도 고니켈 만큼의 에너지 용량을 낼 수 있는 방법을 연구 중"이라고 말했다.
이같은 기술이 개발되면 현재 저가 이차전지 시장 대부분을 장악하고 있는 LFP 배터리를 밀어내며 시장 판도를 바꿀 여지가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