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길호號 OK저축은행, '기업금융 베팅' 실패…PF 연체액 업계 최고, 순익 70% '급감'
- 금감원 PF 정리 압박...3월까지 7조4000억원 정리 - OK저축은행, 부동산 PF 연체액 1567억원으로 업계 최고...건전성 지표 '적신호' - 무리한 외형성장과 리스크관리 실패로 구조적 문제 심화
[녹색경제신문 = 나아영 기자] 금융감독원이 이달부터 부실 PF(프로젝트파이낸싱) 사업장 정리에 속도를 내면서 저축은행 업계의 우려가 커지고 있다. 특히 OK저축은행의 부동산 PF 연체액이 1567억원으로 업계 최고 수준을 기록하는 등 건전성 악화가 심화되면서 정길호 대표의 리더십이 시험대에 올랐다.
금융감독원이 저축은행 부실 PF 사업장 정리에 칼을 빼들었다. 금감원은 23일 저축은행중앙회에서 '전 금융권 PF 사업장 합동 매각설명회'를 개최하고 3월까지 정리 대상 PF 익스포저 12조5000억원 중 7조4000억원을 정리하겠다는 강력한 의지를 드러냈다. 지난해 12월 16일까지 정리 완료된 규모는 3조5000억원. 앞으로 두 달 내 3조9000억원을 추가로 정리해야 하는 상황이다.
특히 저축은행업계가 PF 부실 공포에 휩싸였다. 자산규모 상위 10개 저축은행의 2024년 3분기 부동산 PF 연체율은 11.63%로, 2023년 말 6.6% 대비 2배 가까이 치솟았다. 페퍼저축은행(21.81%), OK저축은행(16.66%), 웰컴저축은행(14.97%), 하나저축은행(14.83%) 등 주요 저축은행들이 줄줄이 위험수위를 넘어섰다.
그 중에서도 OK저축은행의 상황이 가장 심각하다. 2024년 9월 기준 OK저축은행의 부동산 PF 연체액은 1567억원으로, 연체율이 16.66%에 달해 업계 평균(11.63%)을 크게 웃돌았다. 전체 부동산 PF 대출 9404억원 중 정상 여신은 5298억원에 불과했으며, 요주의 여신 2561억원, 고정 여신 1349억원, 회수의문과 추정손실 여신도 각각 115억원, 81억원을 기록했다.
수익성 악화도 뚜렷하다. OK저축은행의 당기순이익은 2021년 2434억원에서 2022년 1387억원, 2023년 711억원으로 2년 연속 급감했다. 총자산순이익률(ROA)도 2021년 2.4%에서 2023년 0.5%로 크게 떨어졌다.
정길호 대표는 2016년 취임 이후 과감한 포트폴리오 재편과 기업금융 강화를 통해 OK저축은행을 업계 2위로 키워냈다는 평가를 받았다. 취임 첫해 92억원이던 당기순이익을 이듬해 780억원으로 끌어올렸고, 2021년에는 2434억원까지 실적을 개선했다. 총자산 규모도 2016년 3조5482억원에서 2023년 13조9092억원으로 급증하며 SBI저축은행과 함께 유일하게 10조원대 자산을 보유한 저축은행으로 성장했다.
특히 지난해 초에는 기업금융 부문 강화를 위한 대대적인 조직개편을 단행했다. 영업본부 산하에 기업금융 1·2·3본부를 신설하고, IB본부의 투자를 확대했으며, 헤지펀드를 활용한 비상장주식 투자 규모를 늘리는 등 수익 포트폴리오 다변화를 적극 추진했다.
하지만 이러한 공격적인 성장 전략이 오히려 부실 확대로 이어졌다는 분석이 제기되고 있다. 가계대출 비중을 2016년 말 73.8%에서 2022년 1분기 45.38%로 낮추는 대신 기업대출 비중을 26.17%에서 53.68%로 늘리면서 리스크가 크게 증가했다. 특히 부동산 PF 대출이 2조353억원으로 총대출의 17.3%, 자기자본 대비 134.7%에 달하는 등 과도한 익스포저가 현재의 부실 사태를 초래했다는 분석이다.
이에 따라 정 대표는 5연임 성공에도 불구하고 부실 자산 정리와 건전성 회복이라는 시급한 과제에 직면해 있다. 금융당국의 PF 사업장 정리 압박이 거세지는 상황에서 실효성 있는 대응책 마련이 요구되고 있다.
금융권에서는 OK저축은행의 현 위기가 무분별한 외형 확대와 리스크 관리 실패에서 비롯됐다고 지적한다. "정길호 대표가 2016년 취임 이후 기업금융 부문 강화를 통해 급격한 자산 확대를 이뤘지만, 이는 결과적으로 부동산 PF 익스포저 증가로 이어져 현재의 위기를 자초했다"고 한 금융권 관계자는 분석했다.
그는 "OK저축은행이 부동산 PF 연체율이 16.66%에 달하는 상황에서도 여전히 IB 부문 중심의 투자 수익성 강화를 추진하는 등 위기 대응이 제자리걸음"이라며 "근본적인 체질 개선 없이는 건전성 회복이 쉽지 않을 것"이라고 우려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단순한 부실 정리를 넘어 저축은행 본연의 역할인 서민금융에 충실하면서도 건전한 성장을 추구하는 근본적인 비즈니스 모델의 재정립이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특히 "OK금융그룹 전반의 유동성 관리 부담이 지속되는 상황에서 계열사 간 리스크 전이 가능성도 면밀히 살펴봐야 한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