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가 2025년 조직개편 '삼국지'…KB·한투·NH "조직 슬림화는 기본, 전략은 제각각"

KB, AI디지털본부 신설하고 디지털 전문가 대거 임원 발탁 한투, 14조 퇴직연금 시장 정조준…퇴직연금 전담 본부 2개 신설 NH, 30억대 富客 집중 공략…리서치센터장까지 전면 배치

2024-12-27     나아영 기자
NH투자·KB·신한투자·하나증권.[사진=각사]

[녹색경제신문 = 나아영 기자] 국내 주요 증권사들이 2025년을 앞두고 조직개편과 임원 인사를 단행하며 각자 다른 승부수를 띄웠다. KB증권이 AI 전문가를 대거 발탁하며 디지털 혁신에 방점을 찍은 반면, 한국투자증권은 14조 원 퇴직연금 시장을, NH투자증권은 30억대 초부유층을 타깃으로 삼았다. 세 증권사는 조직 슬림화로 의사결정 속도를 높이면서도 각자의 강점을 살린 차별화된 인사와 조직 전략을 내세웠다.

27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KB증권이 전날 2025년 조직개편안을 발표했다. KB증권은 내년 1월부터 기존 3부문 체제를 2부문으로 슬림화하고 11개 그룹으로 재편하는 대대적인 조직 재정비를 단행한다.

이번 조직개편의 핵심은 AI디지털본부 신설이다. KB증권은 디지털 혁신을 이끌 핵심 인재로 디지털사업그룹장에 손희재 전무를 전면에 내세웠다. 또한 디지털영업Tribe장 김대돈 상무, IT본부장 이동윤 상무 등 디지털 전문가들을 대거 임원으로 발탁하며 디지털 역량 강화에 힘을 실었다.

KB증권은 이와 함께 글로벌사업그룹도 신설해 해외 사업을 하나로 집중했다. 기존 S&T부문 산하 국제영업본부와 경영지원부문 산하 해외사업본부를 통합했으며, 금융사고 방지를 위해 컴플라이언스본부 산하에 AML(자금세탁방지제도) 금융사기방지부도 새로 설치했다.

한국투자증권도 지난 19일 2025년 조직개편안을 발표하며 14조 원 규모의 퇴직연금 시장 공략에 승부수를 띄웠다. 퇴직연금2본부와 퇴직연금운영본부를 신설하고 차세대 앱 개발 전담 조직도 구성했다. 임원 인사에서는 글로벌리서치실장 전민규 전무를 부사장으로 승진시키고 퇴직연금 전문가 홍덕규·성일을 임원으로 발탁했다.

한국투자증권은 또한 전사적 디지털 전환에도 속도를 내고 있다. 디지털혁신본부와 IT본부의 역할을 명확히 구분하고, 업무 생산성을 높이기 위한 업무혁신담당을 신설했다. PF그룹은 글로벌 포트폴리오 다변화를 위해 PF2본부 산하에 프로젝트금융담당을 신설했으며, 운용그룹에는 FICC운용담당을 새로 꾸려 채권·외환·상품 시장에서의 수익 창출 기반을 강화했다.

NH투자증권은 30억 원 이상 초부유층을 타깃으로 한 '리테일혁신추진부'를 전면에 내세우며 자산관리 시장 공략을 강화했다. 기존 디지털전략본부를 그로스그룹으로 변경해 데이터 기반 고객 확대에 집중하고, 리테일 어드바이저리본부를 통해 자문서비스도 한층 강화했다.

특히 리서치센터장 출신 오태동 전무를 프리미어블루본부장으로 영입하고 AI부 신주현을 비롯한 디지털·AI 전문가들을 이사대우로 승진시키며 디지털 역량 강화에도 박차를 가했다.

주목할 점은 세 증권사가 공통적으로 조직 슬림화를 통한 의사결정 구조 간소화에 나섰다는 것이다. KB증권이 AI본부와 DT본부를 통합했고, 한국투자증권은 디지털혁신본부와 IT본부의 역할을 명확히 구분했다. NH투자증권 역시 리테일지원본부를 어드바이저리본부로 개편해 효율성을 높였다.

아울러 이번 조직개편과 인사에서는 각 사의 전략적 방향성이 뚜렷하게 드러났다. KB증권이 AI와 디지털 혁신에 집중했다면, 한국투자증권은 퇴직연금과 글로벌 사업 확대에, NH투자증권은 초부유층 특화 전략에 방점을 찍었다.

금융투자업계는 이번 조직개편을 디지털 전환과 퇴직연금 시장 선점을 위한 포석이라는 분석이다. 특히 지난 10월 시행된 퇴직연금 실물 이전 제도로 시장 경쟁이 더욱 치열해질 것으로 전망된다. 여기에 AI와 디지털 기술의 발전으로 금융투자 시장의 패러다임이 빠르게 변화하면서, 각 증권사는 디지털 역량 강화에도 사활을 걸고 있다.

금융투자업계 한 관계자는 "각 증권사가 내놓은 조직개편안을 보면 디지털 전환이라는 큰 흐름 속에서도 각자의 강점을 살린 차별화 전략이 돋보인다"며 "특히 KB증권의 AI 특화, 한국투자증권의 퇴직연금 시장 공략, NH투자증권의 초부유층 타깃팅은 향후 증권업계 경쟁 구도에 큰 변화를 불러올 것"이라고 분석했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는 "각 사가 선택과 집중을 통해 차별화된 경쟁력을 확보하려는 전략"이라며 "특히 디지털 전환과 퇴직연금 시장 선점을 위한 인재 확보 경쟁이 더욱 치열해질 것"이라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