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은행 밸류업 계획 내놨는데, 시장은 '글쎄'... 이유는?

5일 기업가치 제고 계획 발표... ROE 10% 이상·PBR 1배 달성 목표 배당성향, CET1과 연계해 40%까지 상향... CET1 목표치는 12.5% 증권가 "달성 시기·방안 등 세부 사항 미흡... 주주환원 측면에서도 허점 있어"

2024-12-12     이준성 기자
[제공=IBK기업은행]

[녹색경제신문 = 이준성 기자] 기업은행이 내놓은 밸류업(기업가치 제고) 계획을 두고 증권가를 중심으로 뜨뜻미지근한 반응이 나오고 있다. 밸류업 공시 자체는 일단 긍정적이지만 목표 달성 시기와 달성 방안 등 세부 사항에서 부족한 부분이 적지 않다는 지적이다. 여기에, 계획 발표 시점이 다소 의문스럽다는 견해도 뒤따른다. 

12일 <녹색경제신문>의 취재를 종합하면 기업은행은 지난 5일 밸류업 공시를 발표했다. 계획의 핵심은 지난해 말 기준 8.8%인 자기자본이익률(ROE)를 중장기적으로 10% 이상으로 끌어올리고 자기자본비용(ROE)를 낮춰 주가순자산비율(PBR) 1배를 달성하겠다는 것이다. 이와 함께 주주환원 확대를 위해 보통주자본비율(CET1) 목표(12.5%)에 따라 배당성향을 점진적으로 40%까지 높이고, 주주 현금흐름 개선과 배당락 완화 효과가 있는 분기 배당의 도입을 추진하겠다는 내용도 담겼다. 

기업은행은 밸류업 계획과 관련해 "근본적인 기업가치 제고를 위해 중기금융 초격차를 근간으로 고객군 확장, 비이자이익 증대 등으로 수익 기반을 다변화하고 혁신적인 비용관리로 이익을 지속 확대하겠다"며 "지속적인 성장을 위해서는 글로벌 금융벨트 확장과 디지털 금융 선도 등으로 미래 성장 동력을 적극 발굴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기업은행의 이 같은 밸류업 계획에 대해 증권가에서는 아쉽다는 평가가 주를 이룬다. 계획의 이모저모를 살펴보면 구체적인 부분에서 미흡한 점이 여럿 있다는 분석이다.

증권가는 가장 먼저 목표 달성 시기가 불명확하고 자세한 RWA(위험가중자산) 관리 목표가 없다는 점을 지적했다. 정준섭 NH투자증권 연구원은 "국책은행인 기업은행이 기업가치 제고 계획을 수립한 점은 긍정적"이라면서도 "(계획에) 목표 ROE 달성 시기와 구체적인 RWA 관리 목표가 제시되지 않았다"고 말했다.

이어, "중소기업 지원을 우선해야 하는 기업은행의 특성상 이해되지 않는 건 아니지만 투자자를 납득시키기에는 부족한 목표 설정"이라며 "자본비율 목표가 높고 위험가중자산 관리 목표도 모호한 만큼 기존 예상치인 2026년 배당성향 40% 달성보다 배당성향 상승 속도가 느려질 것으로 예상한다"고 진단했다. 

또, 주주환원 측면에서 허점이 있다는 의견도 이어진다. 타 금융사와 달리 자사주 매입·소각이 밸류업 계획에 포함되지 않았다는 이유에서다. 

실제 지난해 기업은행의 연결 기준 배당성향은 29.4%로 KB·신한·하나·우리 등 4대 금융지주 평균(27.2%) 대비 높았다. 그러나 자사주 매입·소각을 실시하지 않아 총주주환원율은 4대 금융지주 평균(35.1%)보다 낮았다.

전배승 LS증권 연구원은 "기업은행의 별도와 연결 기준 배당성향은 최근 5년간 평균 4%p 가량 차이를 보이고 있는데 중장기 40%의 별도 배당성향 목표는 연결 기준 36% 수준"이라며 "이는 2024~2025년의 4대 금융지주의 총주주환원율 40% 내외 대비 낮은 수준"이라고 평가했다.

금융권 한 관계자는 "자사주 매입·소각을 하지 않아 총주주환원율이 낮은 만큼 일반주주에게 돌아가는 배당을 늘리는 차등배당을 밸류업 계획에 포함시켰으면 어땠을까 싶다"라며 "기업은행은 2018과 2019년 차등배당을 실시해 좋은 반응을 얻은 적이 있다"고 말했다.

기업은행의 ROE 목표 달성이 쉽지 않을 것이라는 관측 또한 나왔다. 전 연구원은 "기업은행은 대출성장 측면에서 가계대출 규제에 따른 부정적 영향이 덜하고, 금리인하 기조 상황에 중금채를 활용한 순이자마진(NIM) 하락 방어에 상대적으로 유리하다"면서도 "대손비용 하락 속도가 빠르지 않을 것으로 예상되며 이자이익 증가율 둔화는 불가피하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ROE 10% 달성 목표는 쉽지 않은 과제가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아울러 일각에서는 기업은행의 밸류업 계획 발표 시기에 대해서도 곱지 않은 시선을 보내고 있다. 정부가 적극적으로 밸류업 프로그램에 밀어붙일 때는 잠잠하던 기업은행이 지난 3일 발생한 비상계엄 사태로 전 국가적인 주가 폭락 조짐이 보이자 '급한 불'을 끄기 위해 밸류업 카드를 꺼내든 것 아니냐는 의심이다. 기업은행의 이번 밸류업 계획 발표는 지난 5월 정부의 '기업 밸류업 지원방안 가이드라인' 발표 뒤 7개월 만에 이뤄졌다.

이와 관련해 기업은행 관계자는 <녹색경제신문>에 "한국거래소의 '코리아 밸류업 지수' 신규 편입대상이 되기 위한 요건이 이달 6일까지 기업가치 제고 계획을 발표하는 것이었다"며 "해당 일자를 기한으로 밸류업 계획 공시를 추진하고 완료한 것일 뿐 계엄령 등과는 무관하다"고 해명했다. 이어, "지난 9월 안내 공시를 통해서도 올 4분기 내에 밸류업 계획을 발표한다고 미리 알린 바 있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