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엄 사태'에 韓 신용등급 우려↑... 강등 시 피해는?

글로벌 3대 신용평가사, 계엄 사태에도 한국 국가신용등급 유지 그러나 정치적 불확실성 이어지자 무디스·피치 등 연달아 우려 표해 국가신용등급 하락 시 증시·환율·물가·고용 등 경제 전 영역에 '치명타'

2024-12-10     이준성 기자
지난

[녹색경제신문 = 이준성 기자] 비상계엄과 탄핵 정국으로 한국 경제에 비상등이 들어온 가운데 국가신용등급 하락에 대한 우려가 재차 커지고 있다. 대외 의존도가 높은 한국 경제의 특성을 감안하면 신용등급 강등 시 증시·환율·물가·고용 등 경제 전 영역에서 막대한 피해가 예상된다는 분석이다.

10일 <녹색경제신문>의 취재를 종합하면 무디스(Moody's)·스탠더드앤드푸어스(S&P)·피치(Fitch) 등 글로벌 3대 신용평가사는 계엄 사태에도 불구하고 한국의 국가신용등급을 조정하지 않고 있다. 3사 모두(무디스 Aa2·S&P AA·피치 AA-) 한국에 선진국 수준의 국가신용등급을 부여 중이다. 등급 전망도 '안정적'에서 변화가 없다. 한국의 국가신용등급이 변동된 것은 지난 2015년 말 무디스가 이전 Aa3에서 Aa2로 상향 조정한 게 마지막이다. 

대외 신인도 하락 우려는 지난 3일 윤석열 대통령의 기습적인 비상계엄 선포 직후 곧장 제기됐다. 그러나 지난 4일 국회 의결로 비상계엄이 선포 6시간 만에 해제되면서 걱정은 일단 사그라들었다. 킴엥 탄 S&P 아태지역 국가 신용평가팀 전무는 지난 4일 세미나에서 "비상계엄이 몇 시간 만에 해제됐고 한국의 제도적 기반이 견고하다고 판단한다"며 "현 상황에서는 한국의 신용등급을 변경할 실질적 사유가 없다"고 밝히기도 했다. 

하지만 이후 윤석열 대통령에 대한 탄핵소추안 표결이 불발되는 등 정치적 불확실성이 지속되면서 국가신용등급 강등을 우려하는 목소리는 다시 높아지고 있다. 무디스는 지난 6일 "정치적 긴장이 고조돼 경제 활동에 지장을 초래하는 상황이 길어지면 신용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진단했으며, 피치 또한 같은 날 "정치적 위기가 장기화되거나 정치적 분열이 정책 집행, 경제 성과, 재정 관리 등을 훼손할 경우 신용 하방 위험이 증가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금융권에서는 국가신용등급이 강등될 경우 '초대형' 충격파가 발생할 것이라고 입을 모은다. '대외 의존도가 높은 소규모 개방경제 체제'라는 한국의 경제적 특성을 고려하면 국가신용등급 하락은 실물경제에 재앙과도 같은 타격을 입힐 수 있다는 설명이다.

국가신용등급 강등 시 가장 먼저 악영향을 받는 분야로는 외화 조달 시장이 꼽힌다. 국가신용등급이 높고 안정적일수록 낮은 비용으로 외화를 빌릴 수 있어 등급이 하락하면 외화 조달 비용이 급격히 불어날 수 밖에 없기 때문이다. 게다가 이는 정부는 물론이고 기업에도 해당되는 얘기다. 국가신용등급이 정부는 물론이고 해당 국가의 기업이나 금융기관 등의 신용등급에도 영향을 미치는 탓이다. 

금융권 한 관계자는 "국가신용등급이 떨어져 외화 조달 비용이 상승하면 기업 등에서 유동성 문제가 불거질 수 있다"며 "단기 외화 부채 비중이 높거나 환율 변동에 대비해 헤지를 하지 않은 기업일수록 유동성 압박을 크게 받을 것"이라고 전했다. 

국가신용등급 하락은 증시, 환율, 물가 등에도 연쇄적인 타격을 입힐 수 있다. 등급 강등으로 외국인 투자자들의 국내 시장 이탈이 가속화되면 증시가 빠르게 하락하는 동시에 원화 가치가 녹아내리면서 환율이 치솟게 되고, 이 여파로 물가는 급등할 수 있다.

아울러 경제성장률과 GDP(국내총생산) 역시 국가신용등급 강등에 악영향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지난 2021년 한국경제연구원이 내놓은 보고서에 따르면 국가신용등급이 한 단계 하락(무디스 기준 Aa2→Aa3)하면 경제성장률은 0.58%p 낮아질 것으로 추정된다. 성장률 하락치를 2021년 한국의 실질 GDP(1910조7000억원)에 기초해 금액으로 환산하면 약 11조1000억원으로, 이는 신용등급의 한 단계 강등으로 매년 11조1000억원의 GDP 손실이 발생할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여기에, 국가신용등급이 떨어지면 고용 시장도 얼어붙을 수 있다. 국가신용등급 강등으로 고환율·고물가 상황이 길어져 기업의 투자활동이 위축되면 신규 채용은 줄고 비정규직은 늘어날 가능성이 적지 않다. 최악의 경우 대규모 구조조정 또한 일어날 수 있다. IMF 환란기의 악몽이 오늘날 재현될 수 있다는 뜻이다.

또 다른 금융권 관계자는 "한국처럼 선진국 반열에 올라선 국가의 경우 정치적 리스크 때문에 국가신용등급이 바로 떨어지는 일은 드물다"면서도 "정치 리스크가 실제 경제에 입히는 피해가 늘어날수록 국가신용등급 하락 위험성은 커진다"고 말했다.

이어, "국가신용등급이 하락하면 경제 전반이 크게 흔들리면서 결국 국민 모두가 피해를 입는다"며 "국가신용등급 강등을 막기 위한 빠른 국정 수습이 무엇보다도 절실한 시점"이라고 강조했다.

한편, 최상목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지난 8일 긴급경제관계장관회의에 앞서 '국민께 드리는 말씀'을 통해 "무엇보다 대외신인도가 중요하다"며 "우리 경제 상황과 정부의 대응을 국제사회에 알려 이해를 높일 수 있도록 해외투자자, 국제사회와 적극 소통하고 국제 신용평가사들과 직접 만나며, 국제금융 협력 대사를 국제기구와 주요국에 파견하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