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탄핵 정국'에 녹아내리는 원화 가치... 노무라증권 "원·달러 환율 1500원 간다"
원·달러 환율, 9일 장중 한 때 1437원까지 치솟아... 3일 계엄 선포 이후 첫 1430원 돌파 노무라증권 "대외 환경 변화·한은 대응력 부족·정치적 불확실성 증가 등으로 원화 약세 지속" 뱅크오브아메리카 "정치적 불확실성·한국 경제의 펀더멘털 등이 원화에 하락 압력 가해"
[녹색경제신문 = 이준성 기자] 윤석열 대통령의 '비상계엄' 사태가 탄핵 정국으로 이어지며 원화 가치가 급격히 하락 중인 가운데, 원·달러 환율이 내년 5월 1500원까지 상승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왔다.
9일 <녹색경제신문>의 취재를 종합하면 이날 오전 11시30분 기준 원·달러 환율은 1436원 내외에서 등락하고 있다. 원·달러 환율은 이날 장 시작과 동시에 직전 거래일 대비 6.8원 상승한 1426원으로 개장해 한 때 1437원까지 치솟았다. 원·달러 환율이 장중 1430원을 돌파한 건 지난 3일(1442원) 윤 대통령의 갑작스러운 비상계엄 선포 이후 처음이다.
일본의 투자자문사이자 증권사인 노무라증권은 이처럼 급등 중인 환율이 내년 5월 1500원에 이를 수 있다고 관측했다. 노무라증권은 최근 보고서를 통해 "내년 2·4분기에 원화가 상대적으로 약세를 보일 것으로 예상한다"며 "내년 5월 말까지 원·달러 환율 1500원을 목표로 달러-원 롱포지션(달러 매수)을 추천한다"고 전했다.
노무라증권은 원화 약세를 전망한 이유로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 출범 등 대외 환경 변화 ▲한국은행의 외환보유고 대응 여력 부족 ▲1400원대 환율에 대한 정책 당국의 관점 변화 ▲국민연금의 해외투자 헤지 유인 감소 ▲포트폴리오 유입 약화 및 개인 자산 해외 유출 위험 ▲한국의 약화된 거시경제 펀더멘털 ▲정치적 불확실성 증가 등을 꼽았다.
노무라증권은 한국의 대중 교역 및 금융 의존도가 높다는 점을 근거로 원화가 달러 강세·위안화 약세 환경 하에서 큰 하락 압력을 받을 가능성이 높다고 진단했다.
노무라증권은 "내년 초 트럼프 대통령의 미국 공화당 정부 출범 이후 시장이 관세 및 경기부양책 가능성에 주목할 것으로 예상된다"며 "이 경우 미국 금리 상승 및 달러 강세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고 내다봤다.
이어, "내년 2·4분기에 달러·위안화 환율이 7.60위안까지 상승할 것으로 예상한다"며 "이는 추가적인 원화 하락 요인이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아울러 노무라증권의 한은의 외환보유고 대응 여력 부족 또한 원화 약세를 전망하는 배경이라고 설명했다.
노무라증권은 "한은의 외환보유고 적정성 비율은 국제통화기금(IMF) 모델 기준 평균 93%로 낮은 편이며 고정환율 모델 기준으로는 73%까지 떨어진다"며 "올 상반기에만 94억달러(현·선물)를 순매도한 상황에서 원화 약세를 억제하기에는 여력이 부족하다고 판단된다"고 전했다.
이 외에 노무라증권은 강달러 환경에서 달러 매도 헤지에 따른 손실 우려가 커져 국민연금이 환헤지에 나설 유인이 감소했다는 점과 개인의 해외투자 증가, 외국인 채권 투자 지연 등으로 주식시장에 부담이 커지고 있다는 점 등도 원화 가치를 끌어내릴 요인으로 지목했다.
노무라증권은 "한국의 약화된 거시경제 펀더멘털도 문제"라며 "반도체 인공지능(AI) 투자 수혜가 일부 기대되지만, 레거시 칩 수요 약화는 한국 전체 수출 경제에 부담을 주고 있다"고 말했다.
한편, 노무라증권에 앞서 미국의 대형은행 뱅크오브아메리카(BOA)도 비슷한 전망을 내놓은 바 있다.
아다르쉬 신하 BOA 아시아 금리·외환 전략 공동 책임자는 지난 7일(현지 시각) 블룸버그와의 인터뷰에서 "윤 대통령의 탄핵소추안 표결 불발로 9일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화 가치가 급락할 가능성이 크다"며 "탄핵 실패로 (정치적) 불확실성이 더 오래 지속될 것이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경기가 나빠 금리 인하 가능성이 커지고 있는 상황에서 탄핵마저 불발해 원화 가치가 떨어질 수 있다"며 "정치적 불안뿐만 아니라 (한국) 경제의 펀더멘털도 원화에 하락 압력을 가하고 있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