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 신한銀 AI 브랜치, '대안' 될 수 있을까?... '디지털 울렁증' 60대와 방문해보니
AI 점포, 은행권 점포 축소의 주요 대안으로 떠올라 신한銀, 지난달 국내 금융권 최초의 AI 무인 영업점 'AI 브랜치' 선봬 AI 브랜치, 평범한 60대 가정주부도 큰 불편 없이 이용... 다만 복잡한 UI는 개선 필요
[녹색경제신문 = 이준성 기자] 'AI(인공지능) 점포가 줄어드는 은행 영업점의 빈자리를 메울 수 있을까?' 최근 5년간 1200개에 가까운 영업점을 폐쇄한 은행권의 점포 축소 흐름 속에서 AI 점포가 노령층 등 금융취약계층의 접근성 저하를 막을 주요 대안으로 거론된다는 소식을 접한 뒤 가장 먼저 떠오른 의문이다. AI 점포는 생성형 AI와 디지털 기기 등이 실제 은행원 대신 업무를 수행하는 은행을 뜻한다.
궁금함을 풀어보고자 지난 30일 오전 서울시 중구 서소문에 위치한 신한은행의 'AI 브랜치'를 직접 찾았다. AI 브랜치는 신한은행이 지난달 18일 국내 금융권 최초로 선보인 'AI 무인 영업점'으로 ▲입출금·예금·적금 계좌 신규 개설 ▲환전(달러·엔화·유로화·위안화) ▲체크카드 재발급 ▲인터넷뱅킹 신규·바이오인증 등의 업무를 AI 은행원이 처리해준다는 점이 특징이다.
앞서 신한은행은 보도자료를 통해 "AI 브랜치는 신한은행이 지난 6월 효성티엔에스 및 LG CNS와 미래은행 구현을 위한 업무협약을 체결한 이후 3사 공동 태스크포스팀을 운영해 만들어진 결과물"이라며 "(AI 브랜치를 통해) 노령층 등 디지털 기기 조작을 어려워하는 금융취약계층도 쉽게 업무를 처리할 수 있다"고 설명한 바 있다.
이날 기자는 기자의 어머니인 K씨와 함께 AI 브랜치를 방문했다. 신한은행의 설명처럼 디지털 환경에 익숙치 않은 노령층도 AI 브랜치를 무리 없이 이용할 수 있는지 K씨를 통해 살펴봄으로써 AI 점포가 추후 금융취약계층을 위한 '대안'이 될 수 있는가를 간접적으로 가늠해볼 요량이었다. K씨는 평소 키오스크 등의 디지털 환경에 간혹 '울렁증'을 보여 온 60대 중반의 평범한 가정주부다.
AI 브랜치에 들어서자 커다란 'AI 번호표 발행기' 화면 속의 여성 AI 은행원이 K씨를 맞았다. 마치 SF 영화의 한 장면 같은 미래적인 분위기였다. K씨가 화면 앞에 설치된 마이크에 대고 "적...적금 하나 만들러 왔어예"라고 말하자 "AI 창구로 안내하겠다"는 AI 은행원의 대답이 들려오면서 번호표가 출력됐다. 잔뜩 긴장한 K씨가 기어들어가는 목소리로 찰진 경상도 사투리마저 구사했음에도 AI 은행원은 야무지게 알아들었다.
AI 창구에서는 남성 AI 은행원이 K씨를 따뜻하게 반겼다. 적금을 새로 만들고 싶다는 K씨의 말에 AI 은행원은 곧장 신한은행의 '추천' 적금 상품 목록을 화면에 띄웠다. 실제 은행원이라면 시간이 제법 걸렸겠지만 AI 은행원에게는 그야말로 순식간이었다.
K씨가 상품을 고르자 이후에는 구체적인 상품 안내와 함께 신분증 확인, 납입일 설정 등의 통상적인 적금 가입 절차가 진행됐다. '인간 은행원'이 없을 뿐 기존 점포와 업무 처리 과정은 동일했다. 소요 시간 역시 20분 남짓으로 기존 점포와 크게 차이 나지 않았다.
K씨는 적금 가입을 마친 후 "AI 은행원한테 말을 걸어야 한다기에 많이 긴장했는데 생각보다 쉽게 이용했다"면서 "앞으로 AI 점포가 늘어도 얼마든지 방문할 수 있을 것 같다"고 AI 브랜치 체험 소감을 밝혔다.
기자 또한 K씨와 같은 생각이었다. 기자가 아무런 도움을 주지 않은 채 그저 지켜보기만 했음에도 '입장-대기-업무 처리' 등으로 연결되는 일련의 과정을 K씨 혼자 이용하는 데 큰 불편함이 없었기 때문이다. 특히 이용 과정 안내가 신속하고 간결하다는 점과 디지털 환경이 낯선 K씨의 서투른 조작에도 음성 명령과 터치 스크린 등의 입력 정확도가 뛰어나다는 점이 인상적이었다.
다만 UI(User Interface·사용자 환경) 측면에서는 일부 개선이 필요해 보였다. AI 창구는 AI 은행원이 등장해 업무를 처리하는 메인 화면과 고객이 명령을 입력하는 마이크 및 터치 스크린에 화상 상담용 화면, 신분증 스캐너 등이 더해진 구성인데, 노령층 등 금융취약계층이 편히 이용하기에는 다소 복잡하다는 느낌이 들었다. 여기저기에 있는 다수의 '정보 입출력 채널'이 고객의 이용 편의성을 되려 해친다는 인상이었다.
실제로 K씨도 AI 창구에 들어서마자 "뭐가 이렇게 많냐"며 당황했다. 또 적금 개설 과정 초입에서는 AI 은행원의 음성을 들으며 메인 화면에 띄워진 각종 안내를 확인하고, 동시에 터치 스크린으로는 '동의 버튼'까지 누르느라 순간 진땀을 흘리기도 했다. AI 점포가 사라지고 있는 은행 영업점을 대신하기에는 아직까지 갈 길이 멀다는 점을 단적으로 시사하는 대목이다.
K씨는 "디지털 기기가 생소한 고령층 등이 (AI 브랜치를) 손쉽게 이용할 수는 없을 것 같다"며 "AI 점포가 기존의 은행 점포를 대체하려면 평생 디지털이라고는 모르고 사신 농어촌 지역의 어르신들도 편히 방문할 수 있는 수준까지 발전해야 한다"고 말했다.
다행스러운 부분은 AI 점포의 진화 가능성이 무궁무진하다는 점이다. 일례로 현재 신한은행 AI 은행원의 능력치는 '일반행원' 정도로 약 22개의 업무를 처리하는 수준이지만, 신한은행은 올 연말까지 AI 은행원의 처리 업무를 65개까지 늘릴 예정이다. 아울러 신한은행은 AI 은행원이 추후 '책임자'에 준하는 능력치를 보유할 수 있도록 지속적으로 학습시켜 나가는 한편, 고객업무 처리 및 서비스 수준도 함께 높여갈 계획이다.
AI 브랜치 관계자는 <녹색경제신문>에 "AI 브랜치는 '완성형'이 아니라 신한은행이 그리는 미래형 영업점의 '테스트 베드'"라며 "미완성 상태의 테스트 베드인 만큼 고객분들이 주시는 피드백을 하나하나 꼼꼼히 확인하면서 시스템 완성도를 끌어올리기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다"고 전했다.
한편, 신한은행 AI 브랜치는 토요일과 공휴일을 포함해 365일 오전 9시부터 오후 8시까지 운영된다. 약 100평 규모의 점포로 AI 번호표 발행기 1대, 스마트 키오스크 2대, AI 창구 2개 등이 설치돼 있다. 전담 직원이 상주하고 있어 이용이 불편한 경우에는 도움도 받을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