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해상, 실적 악화에도 CSM 끌어올렸지만... "문제는 연말"
3분기 개별 순익 2134억원... 전년 동기 대비 26.2% 감소 CSM 잔액 9조3215억원으로 5.1% 증가... CSM 관리 성과 돋보여 다만, 무·저해지 상품 해지율 낙관적으로 가정... 연말 결산서 '원칙모형' 적용 시 실적 충격 불가피
[녹색경제신문 = 이준성 기자] 현대해상이 올 3분기 실적 악화에도 불구하고 CSM(보험계약마진)을 끌어올리는 성과를 거뒀다. 다만 문제는 연말이다. 금융당국이 최근 제시한 '무·저해지 상품 해지율 추정 가이드라인'의 원칙모형을 따를 시 CSM과 실적에 불가피한 타격을 입을 것으로 보인다. 무·저해지 보험의 해지율을 낙관적으로 가정한 것이 부메랑으로 돌아올 전망이라는 분석이다.
19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현대해상의 올 3분기 개별 순이익은 2134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26.2% 줄었다. 다만, 상반기 양호한 실적을 달성한 덕분에 3분기 누적 순이익(1조464억원)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33.1% 증가했다. 현대해상은 올 상반기 전년 동기보다 67.6% 증가한 8330억원의 순이익을 거둔 바 있다.
3분기 실적 하락의 경우 급증한 투자손익을 크게 줄어든 보험손익이 깎아먹으면서 나타났다. 현대해상의 올 3분기 투자손익은 1091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93.7% 늘었다. 이와 달리 보험손익은 1820억원으로 46.3% 감소했다. 유행성 질환 발병 증가와 계절성 요인 작용 등에 따라 장기 및 자동차보험의 손해율이 상승한 결과로 풀이된다.
다만, 현대해상은 올 3분기 CSM 관리 측면에서는 성과를 수확했다. 현대해상의 올 3분기 말 기준 CSM 잔액은 9조3210억원으로 직전 분기 대비 770억원 증가했다. CSM은 지난해 새 국제회계제도(IFRS17) 도입에 따라 떠오른 미래 수익성 지표로, 보험사는 CSM을 우선 부채로 인식한 뒤 매년 일정 비율로 상각해 수익에 반영한다.
한층 고무적인 부분은 신계약 보험료가 줄어든 가운데서도 신계약 CSM을 끌어올리며 CSM 잔액을 늘렸다는 점이다. 올 3분기 현대해상의 장기보험 신계약 보험료는 362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15.2% 줄었지만 신계약 CSM은 4850억원으로 되려 8.7% 증가했다.
현대해상은 신계약 보험료의 CSM 배수를 높이며 신계약 CSM을 높인 것으로 알려졌다. 보장성보험 기준 현대해상의 CSM 배수는 지난해 3분기 11.8배에서 올 3분기 15.1배로 증가했다. CSM 배수는 신계약 CSM을 월납환산초회보험료로 나눈 값으로, 수치가 높을수록 동일한 보험료를 받더라도 더 많은 판매이익을 낸다는 점을 뜻한다.
보험업계 한 관계자는 "CSM 배수는 보험료의 효율성을 보여주는 지표"라며 "CSM 배수가 높아졌다는 것은 해당 보험사가 신계약의 질적 개선을 이뤄냈다는 점을 의미한다"고 전했다.
이어, "현대해상은 지난해 말 'CSM 전략 태스크포스(TF)'를 조직하는 등 그간 CSM 관리에 집중해왔다"며 "수익성에 초점을 맞춘 현대해상의 영업전략이 통했다는 얘기"라고 덧붙였다.
다만 현대해상이 이처럼 공을 들인 CSM 관리 성과는 올 연말 일정 부분 빛을 잃을 전망이다. 금융당국이 내놓은 '무·저해지 상품 해지율 추정 가이드라인'의 원칙모형을 채택할 경우, CSM 하락과 그로 인한 실적 충격을 피할 수 없을 것으로 예상되는 탓이다.
무·저해지 보험은 보험료 납입 기간 중 해지 시 환급금이 없거나 적은 대신 일반 보험상품보다 보험료가 10~40% 저렴한 상품이다. 때문에 만기 전 예상 해지율이 높을수록 보험사의 기대 이익은 높아진다. 그간 보험사들은 무·저해지 상품의 해지율을 높게 가정해 CSM을 부풀렸다는 지적을 받아왔다.
이에 금융당국은 최근 가이드라인 제시를 통해 올 연말 결산부터 무·저해지 보험의 납입 중 해지율 산출 시 완납 시점 해지율이 0.1%에 수렴하는 로그-선형모형을 원칙모형으로 적용하기로 하되, 엄격한 요건을 충족하면 예외모형을 적용할 수 있도록 했다. 현대해상은 당초 예외모형 적용을 검토했으나 "예외모형 선택을 자제하라"는 금융당국의 경고에 원칙모형 적용으로 방향을 잡은 것으로 전해진다.
문제는 현대해상이 무·저해지 보험의 해지율을 낙관적으로 가정한 보험사 중 하나로 거론된다는 점이다. 일각에서 원칙모형 적용으로 인해 현대해상의 CSM이 6000~7000억원 감소할 것이라는 관측을 제기하는 이유다. 현대해상으로서는 원칙모형 적용에도 CSM 등에 제한적인 영향을 받을 것으로 예상되는 일부 손해보험사와는 전혀 다른 상황을 마주한 셈이다.
또 다른 보험업계 관계자는 "원칙모형 적용이 현대해상을 포함해 무·저해지 보험의 해지율을 낙관적으로 가정한 보험사들의 CSM과 실적에 얼마나 영향을 줄지는 아직 구체화되지 않았다"면서도 "현대해상이 2017년 이후 무·저해지 상품의 판매를 지속했다는 점을 감안하면 올 연말 CSM 및 실적이 적잖이 조정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