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강·조선업계, 하반기에도 '후판 가격'으로 대립… 변수는 반덤핑 조사 결과와 중국 경기 부양책
철강·조선업계 "후판 가격 인상 대 인하" 이해관계 충돌 현대제철 반덤핑 제소, 중국 9·24 대책 등 변수에 주목
[녹색경제신문 = 정창현 기자] 국내 철강업계와 조선업계가 후판 가격 협상 과정에서 각자의 입장 차이를 보이는 가운데, 정부의 반덤핑 조사 결과와 중국 정부의 경기 부양책이 가격 형성에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17일 업계에 따르면 국내 철강업계와 조선업계는 올해 하반기 후판 가격을 결정하기 위한 협상을 진행 중이다.
선박을 건조하는 데 쓰이는 후판의 가격 협상은 상반기와 하반기에 이뤄진다. 통상 조선업계는 가격 인하, 철강사들은 가격 인상을 목표로 한다. 조선업계 입장에서는 후판이 선박 제조원가의 20% 정도를 차지하기 때문에 가격이 떨어질수록 수익성은 높아지고, 철강사들 입장에서는 높은 가격에 팔아야 수익성이 좋아지기 때문이다.
철강사와 조선사의 이해관계가 정반대로 부딪히기 때문에 후판 가격 협상 과정은 일반적으로 업계 간의 대립을 불러일으킨다. 상반기 후판 가격 협상에서도 양 측이 대립을 지속하다가 7월 말이 돼서야 타결된 바 있다.
당시 철강업계와 조선업계는 톤당 90만원대 후반이던 후판 가격을 90만원대 초중반 선까지 소폭 인하하는 데 합의했다. 후판 가격이 영업 비밀 사항에 해당돼 정확한 가격은 알려지지 않았지만, 90만원 초반에서 중반 정도인 것으로 전해졌다.
하반기 후판 가격 협상 과정에서도 비슷한 양상의 대립이 이어지고 있다. 다만, 정부가 진행 중인 중국 후판 업체들에 대한 반덤핑 조사와 최근 중국 정부가 발표한 경기 부양책이 변수가 될 전망이다.
최근 산업통상자원부 무역위원회는 현대제철이 중국 후판 업체들을 대상으로 제기한 반덤핑 제소와 관련해 반덤핑 조사를 시작했다.
앞서 현대제철은 중국 후판 업체들이 저가에 후판을 수출해 자신들이 피해를 보고 있다면서 산업부에 반덤핑 제소를 했다. 산업부 무역위가 예비조사와 본조사를 거쳐 중국 후판 업체들에 반덤핑 관세를 부과하게 되면 중국산 후판을 국내로 수입하는 과정에서 관세를 내야 한다.
이에 따라 중국산 후판을 수입해 이용하는 조선업계는 반발하는 모양새다. 한국조선해양플랜트협회에 따르면 HD한국조선해양·삼성중공업·한화오션 등 국내 주요 조선사의 중국산 후판 사용 비중은 20% 정도다. HJ중공업, 케이조선 등 중형 조선사의 중국산 후판 비중은 30∼50%에 달한다. 조선업계는 이를 근거로 반덤핑 관세가 부과될 경우 조선업계 전체가 피해를 볼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하지만 철강업계는 저가 중국산 후판으로 인해 시장에서 피해를 보고 있는 만큼, 후판 가격이 한계원가 이하로 떨어지지 않도록 상생을 위한 제도적 장치가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실제로 한국철강협회 자료에 따르면, 중국산 후판 수입량은 2021년 약 44만톤, 2022년 약 81만톤에서 지난해 130만톤으로 급증했다. 올해 1분기 기준 수입량도 약 38만톤으로 전년 대비 10% 정도 늘어난 수준이다. 반면 국내산 후판의 내수 판매량은 지난 2021년과 2022년 연간 360만톤 수준에서 지난해 330만톤대로 감소했다. 올해 1분기 판매량은 148만8000톤 수준으로 전년 대비 7.6% 감소했다. 저렴한 중국산 후판 공급에 국내산 후판이 밀리는 모양새다. 이러한 배경으로 인해 정부의 반덤핑 조사 결과가 후판 가격대 형성에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최근 중국 정부가 발표한 경기 부양책도 후판 가격 협상에 영향을 미칠 여지가 있다. 앞서 중국 정부는 '9·24 대책'을 통해 약 200조원에 이르는 대규모 유동성 공급 대책과 함께 총 38조원 규모의 투자 방안을 발표했다.
이에 따른 영향으로 철광석 등의 원재료 가격이 상승하기 시작했다. 산업부 원자재가격정보에 따르면, 지난 16일 기준 북중국 철광석(62% FE) 가격은 CFR 톤당 104.40달러로 9·24 대책 발표 이전 대비 20% 가까이 상승했다.
철광석 가격 상승은 하반기 후판 가격 협상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조선업계가 그동안의 철광석 가격 하락을 이유로 후판 가격 인하를 요구해왔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최근 철광석 가격의 강세는 후판 가격 인상을 요구하는 철강업계 주장에 힘을 더할 가능성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