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분명 처방 의약 갈등①] 의약품 품절 대란 속 대한약사회 '성분명 처방제’ 다시 군불... '의약 갈등' 재점화?

서울시약사회와 경기도약사회, 국회의원회관서 정책토론회 닷새 간격 주관 의료대란 장기화 속 국감 시즌 맞아 성분명 처방제 본격 이슈화 나서

2024-10-08     권혜진 기자

[녹색경제신문 = 권혜진 기자] 의약품 품절 대란 속 국정감사 시즌을 맞아 대한약사회가 오랜 숙원 사업인 ‘성분명 처방제’ 논의를 다시 수면 위로 올리고 있다. 대한약사회 산하의 서울시약사회와 경기도약사회가 닷새 간격으로 여의도 국회의원회관에서 잇달아 정책토론회를 열면서 논의 확산을 위한 군불을 지피는 모양새다.

의정갈등으로 파행을 겪고 있는 의료계를 대상으로 약계가 의료계가 오랜 기간 반대의사를 명확히 하고 있는 예민한 이슈를 국회로 가져가면서 성분명 처방제 도입을 둘러싼 ‘의약 갈등’이 본격 재점화될 것으로 보인다.

지난 2일 국회의원회관에서는 서울시약사회 주관으로 ‘국민건강권 확보를 위한 의약품 품절사태 해소방안 국회정책토론회’가 열렸다. 이보다 5일 앞선 지난달 27일에는 경기도약사회 주관으로 ‘제네릭의약품의 국제일반명(INN) 도입을 위한 정책토론회’가 열렸다. 두 행사 모두 타이틀에 직접적인 언급은 없지만, 사실상 성분명 처방제 도입의 당위성을 설파하기 위한 자리라는 것이 업계의 시각이다.

약사계는 최근 장기화되고 있는 의약품 수급 불안정 사태의 근본적 해결책으로 성분명 처방제를 꼽고 있다. 현재의 ‘상품명 처방’ 방식이 의약품 수급 불안을 야기하는 주요 원인 중 하나라는 것이다.

성분명 처방제는 의사가 처방전에 특정 의약품의 상품명 대신 성분명을 적도록 하는 방식을 말한다. 예를 들면, ‘타이레놀’이란 상품명이 아니라 ‘아세트아미노펜’이라는 성분명으로 처방하는 것이다. 성분명 처방제를 도입할 경우, 동일 성분의 대체약이 다수 존재함에도 불구하고 특정 제품만 찾아 의약품 품절 사태가 빚어지는 불합리한 상황을 막을 수 있다는 것이 약사계의 주장이다.

서울시약사회 “의약품 품절사태 해소 위해 ‘성분명 처방’ 도입 필요”

서울시약사회는 지난 2일 국회의원회관에서 대한약사회가 후원하고 김윤, 남인순, 서영석, 소병훈 국회의원이 주최한 ‘국민건강권 확보를 위한 의약품 품절사태 해소방안 국회정책토론회’를 주관했다. 

이 날 권영희 서울시약사회 회장은 환영사를 통해 “오늘 국회토론회 주제는 국민건강권 확보를 위한 의약품 품절사태 해소방안이며, 그 내용은 성분명 처방 제도화를 통한 의약품 품절사태 해소방안”이라고 행사의 성격을 명확히 규정했다.

1부 주제 발표에서 ‘성분명 처방 통한 수급불안정 의약품 해소 방안’을 주제로 발표한 김진석 숙명여자대학교 약학대학 교수는 국내 의약품 품절 사태의 원인으로 ‘제네릭 의약품의 난립과 높은 약가’, ‘낮은 의약품 원료 자급도’와 함께 특히 ‘상품명 처방’ 문제를 꼽았다.

김 교수는 "성분명 처방은 또한 건강보험재정 건전화, 제약회사의 연구개발 증가, 약국 내 과도한 불용재고 의약품 해결, 선진국형 처방 및 조제 환경 정착 등의 효과도 기대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수급불안정 의약품의 성분명 처방을 위한 시스템’이라는 주제로 발표한 오옥희 퍼스트디스 대표는 “상품명 처방에서 성분명 처방으로 바뀌는 것이 글로벌 추세”라며, “수급불안정 의약품의 성분명 처방을 위한 국제표준 기반 한국형 의약품데이터베이스 개발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2부 주제 토론에 패널로 참여한 권혜영 목원대학교 의생명보건학부 교수는 대체약이 충분히 있음에도 불구하고 환자들이 불안을 겪는 현상이 개선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수급불안정 의약품 목록에 신고된 품목을 확인해 본 결과 대체약이 있거나 대체성분이 존재하는 약이 상당수를 차지하고 있었다는 것이다.

권 교수는 "수급불안정 의약품 목록을 리스트업하는 것을 넘어 성분명으로 관리하고, 대체가능성과 필수성 등을 고려해 선택할 수 있는 논의 구조가 마련돼야 한다"고 밝혔다.

또 다른 토론 패널 한종수 약사(약사의미래를준비하는모임 대외협력위원장)는 "적어도 동일한 위탁제조사에서 동일한 원료로 똑같이 제조돼 식약처에서도 묶음 의약품으로 관리하고 있는 ‘일란성 다둥이 약’부터라도 자유로운 대체조제가 가능해야 한다"라며, “보건소, 보훈병원, 군병원, 비대면 진료부터 성분명 처방을 의무화해 나갈 것"을 제안했다.

경기도약사회 “INN 도입, 대체조제 활성화로 의약품 수급불안 해소”

서울약사회에 앞서 경기도약사회 역시 지난달 27일 국회의원회관에서 김승원, 서영석 국회의원이 주최한 ‘제네릭 의약품의 국제일반명(INN) 도입을 위한 정책토론회’를 주관했다.

국내 허가 의약품의 80%를 차지하는 제네릭 의약품(복제약)에 대한 국제일반명(International Nonproprietary Name, INN) 도입에 대한 심도 깊은 논의를 진행한다는 것이 토론회의 표면적 목적이지만, 실질적으로는 성분명 처방을 겨냥하고 있다는 것이 관계자들의 분석이다. INN 사용이 성분명 처방제 도입을 위한 사전 관문으로 인식되고 있기 때문이다.

INN은 세계보건기구(WHO)가 유사 상품명으로 인한 혼란을 방지하기 위해 제네릭 의약품에 부여하는 공식 명칭으로, '업체명+성분명' 형식으로 작명된다. INN을 사용하면 처방전에 자연스럽게 성분명이 드러나기 때문에 환자에게 ‘제조사는 다르지만 같은 약’이라는 인식을 줘 대체조제에 대한 거부감을 줄이는 효과가 있다. 따라서 당면한 의약품 품절 사태 해결에 도움이 될 것이라는 게 약사계 측의 주장이다.

이번 토론회에서 ‘제네릭 의약품에 대한 국제일반명(INN) 제품명 제도 고찰’을 주제로 발표한 박혜경 차의과대학 임상약학대학원 교수는 신규 제네릭과 혼동 가능성이 높은 약을 선정해 시범사업을 추진하자고 제안했다.

토론회 패널로 참가한 연제덕 경기도약사회 부회장은 INN 도입의 장점으로 소비자의 알 권리 향상, 메디케이션 에러(medication error) 감소, 약물오남용 예방, 대체조제 활성화, 건보재정 절감, 불용재고 감소, 의약품 수급불균형 해소 등을 꼽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