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영도의 ESG칼럼] 거버넌스 관점에서 본 삼성의 위기: 새로운 거버넌스 체계 구축을 통한 지속가능한 성장
AI 기술의 대두로 인해 위기 직면 : 고대역폭 메모리(HBM)개발 경쟁에서 의사결정 실수 삼각편대 거버넌스 체계의 성공신화 : 선대회장의 비전과 강력한 리더십, 미래전략실(비서실)의 전략적 의사결정 지원 및 조정, 각 계열사 전문경영인의 실행력 새로운 거버넌스 체계 구축 : 혁신과 성장을 위한 전략적인 의사결정체계 구축, 글로벌 스탠다드에 부합하는 지배구조 확립, 경영의 투명성과 책임성 강화
오늘날 삼성이 글로벌 초일류기업으로의 성장은 지난 수십 년간의 강력한 리더십과 혁신노력의 결과이다. 그 시작은 1993년 선대 이건희 회장의 "마누라·자식 빼고 다 바꿔라"라는 신경영 선언이다. 이 파격적인 선언을 계기로 삼성은 양경영에서 질경영으로 대전환, 기술혁신, 글로벌경쟁력 확보 등 다각적인 노력을 한 결과, 반도체와 스마트폰, TV 등 많은 품목에서 1위를 하는 세계 일류 기업이 됐다.
그러나 ChatGPT와 같은 AI 기술의 대두로 인해 위기에 직면하고 있다. 삼성전자는 고대역폭 메모리(HBM)개발 경쟁에서 뒤처졌다. 반도체 산업의 구도가 바뀌면서 중앙처리장치(CPU) 대신 그래픽처리장치(GPU)가 핵심 프로세서 역할을 하게 되었고, 이에 HBM의 수요가 폭발적으로 늘어났으나 삼성전자는 5년전에 수요가 크지 않을 것으로 판단하여 HBM 개발팀을 축소했다가 2021년에 다시 늘렸지만 시간을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
이러한 위기는 소유경영과 전문경영의 절묘한 결합을 통한 시너지를 극대화하는 삼각편대 경영의 붕괴와도 관련성이 높아 보인다. 과거 삼성은 이건희 회장의 강력한 리더십 중심의 의사결정 시스템을 바탕으로 빠른 의사결정과 실행력을 보여주며 시장을 선도할 수 있었다. 지금의 삼성에는 그러한 리더십도, 그러한 삼각편대 경영도 없어 보인다.
삼각편대의 거버넌스 체계
삼성의 독특한 삼각편대 거버넌스 체계는 선대 회장 시절부터 오랫동안 확립되어 왔으며, 이는 삼성의 지속적인 성장과 글로벌 경쟁력 향상에 핵심적인 역할을 해왔다. 이 거버넌스 체계의 핵심은 선대 회장의 비전과 강력한 리더십, 미래전략실(비서실)의 체계적인 전략 수립 및 조정 기능, 그리고 각 계열사의 전문적이고 역량 있는 경영진들의 효율적인 실행력이 유기적으로 결합된 것이다.
선대 회장은 오랜 기간 동안 삼성에 대한 확고한 경영철학과 방향성을 제시해왔으며, 이는 컨트롤타워 조직을 통해 구체화되고 구현되었다. 이 조직은 삼성의 장기적인 비전과 전략을 수립하고, 각 계열사와의 긴밀한 소통과 조정을 통해 이를 실행에 옮기는 핵심 역할을 담당해 왔다. 이 과정에서 삼성의 미래를 내다보며, 급변하는 산업 환경과 기술 변화에 선제적으로 대응하는 역할을 수행했다. 또한 각 계열사 간의 시너지 효과를 창출하기 위해 노력하며, 삼성의 글로벌 경쟁력을 높이는데 기여해 왔다.
또한 각 계열사의 경영진들은 자신의 분야에서 전문성과 전략적 역량을 발휘하여 그룹 전략의 방향성을 효과적으로 실현해 왔다. 이들은 빠르게 변화하는 시장 환경 속에서 신속하고 효율적인 의사결정을 내리며, 삼성의 핵심 경쟁력을 지속적으로 강화해 왔다. 이들 경영진들은 자신의 영역에서 혁신과 변화를 주도하며, 시장을 선도하는 기업으로 거듭나는데 기여했다. 또한 이들은 상호 협력과 정보 공유를 통해 시너지를 창출하고, 삼성 전체의 경쟁력을 높이는데 주력했다.
이처럼 삼성의 거버넌스 체계는 선대 회장의 비전, 미래전략실의 전략적 조정, 그리고 각 계열사 경영진들의 전문성과 실행력이 유기적으로 결합되어 삼성의 지속적인 혁신과 성장을 이룰 수 있었으며, 글로벌 리더로 자리매김할 수 있었다. 그러나 2017년 미래전략실이 해체되고 선대회장의 병환으로 리더십 등의 변화가 일어났으며 이로 인해 삼각편대 경영과 협력적 거버넌스 체계는 좌초되었다.
새로운 거버넌스 체제의 구축
삼성의 거버넌스 체계는 단순히 기존의 삼각편대 구조를 그대로 유지하는 것에 그칠 것이 아니라 오히려 시대적 변화와 요구에 부응하여 진화하고 지속적으로 발전해 나가야 한다. 특히 전문성, 신뢰성, 책임성, 혁신성, 지속가능성 등의 원칙을 기반으로 하는 새로운 거버넌스 모델을 구축함으로써 글로벌 시장에서의 리더십을 공고히 하고 지속가능한 성장을 이루어낼 수 있을 것이다.
우선, 혁신과 성장을 위한 전략적인 의사결정체계를 구축해야 한다. 급변하는 기술 환경 속에서 시장을 선도하고 지속가능한 성장을 달성하기 위해서는 선제적이고 전략적인 의사결정을 지원할 수 있는 컨트롤타워 조직이 필수적으로 구축해야 한다. 이를 통해 빠르게 변화하는 기술 트렌드와 시장 요구사항을 신속히 파악하고, 이에 발맞추어 새로운 제품과 서비스를 개발하는 등 능동적으로 대응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고 도전하는 용기와 도전 정신이 살아 있는 조직문화를 만들고 의사결정 과정에 있어 유연성과 효율성이 뒷받침되어야 한다. 또한 의사결정 과정에 필요한 정보와 데이터를 체계적으로 수집하고 분석하여 최적의 의사결정을 내릴 수 있도록 해야 한다.
다음은 글로벌 스탠다드에 부합하는 지배구조를 확립하는 것이다. 기업환경은 급변하고 복잡해지면서 기업의 지속가능성과 경쟁력 확보를 위해서는 건전한 지배구조 구축이 필수적이다. 이를 위해서는 이사회의 독립성, 전문성, 다양성을 확보해야 한다. 이사회 구성원들은 경영진과 독립적으로 활동하며, 각자의 전문성을 바탕으로 객관적이고 균형 잡힌 의사결정을 내릴 수 있어야 한다. 또한 성별, 연령, 배경 등의 다양성을 확보함으로써 보다 다각적인 관점에서 경영 현안을 검토할 수 있어야 한다. 아울러 기업 내부적으로는 투명성과 윤리성을 바탕으로 하는 기업문화를 조성해야 한다. 구성원 모두가 준법 정신을 가지고 윤리경영을 실천할 수 있도록 내부 통제 시스템을 구축하고, 교육과 모니터링을 통해 이를 지속적으로 관리해 나가야 한다. 이를 통해 기업의 사회적 책임과 지속가능성을 확보할 수 있을 것이다.
마지막으로 경영의 투명성과 책임성 강화이다. 주주총회와 이사회와 같은 기관의 의사결정 과정을 투명하게 공개함으로써 소액주주들의 참여를 확대하여 경영진에 대한 견제와 감시 기능을 강화해야 한다. 이와 더불어 경영진의 책임 있는 의사결정과 행동, 그리고 이에 대한 명확한 성과 평가 체계로 책임경영을 강화해야 한다. 성과 평가가 단순히 재무적 성과에만 초점을 맞추는 것이 아니라, 장기적인 관점에서 기업의 지속가능성과 사회적 책임을 종합적으로 평가해야 한다. 또한 기업 내부의 감사 기능을 강화하고, 외부 감사를 통해 재무 보고의 투명성을 확보하는 것도 중요하다. 이를 통해 기업 회계의 건전성을 유지하고, 이해관계자들의 신뢰를 얻을 수 있다. 더 나아가 기업 지배구조 전반에 대한 독립적인 감독 체계를 마련함으로써, 기업의 투명성과 책임성을 한층 더 강화할 수 있을 것이다.
지난 2020년 이재용 부회장은 가장 잘하는 분야와 신사업의 도전, 통찰력 기반 위기극복, 미래 이끌 인재 영입 등의 "뉴삼성" 청사진을 밝혔다. 이의 성공은 급변하는 경영 환경에 능동적으로 대응하고 장기적인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도록 기존의 삼각편대의 거버넌스를 더 발전된 거버넌스 체계로 어떻게 재구축하고 실행하느냐에 달려 있다.
[녹색경제신문 = 한영도 상명대 교수/ESG전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