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영도의 ESG칼럼] 제4이동통신사업자 선정실패의 교훈: 정부정책이 시장을 이길 순 없다
제4이동통신사업자 선정실패의 교훈 : 시장현실과 정책의 불일치, 재무적 안정성 검증의 중요성, 정부정책의 일관성 부족 지속가능한 통신산업의 생태계를 위한 제언 : 단기적으로 5G 특화망사업자, MVNO사업자 등의 정책적 지원강화, 장기적으로는 통신산업구조 및 운영체제 개편
지난주 정부의 스테이지엑스에 대한 5G 28GHz 주파수 할당취소 결정은 제4의 이동통신사 출범을 또 한번 무산시켰다. 이는 지난 1월 주파수 경매 참여 사업자 모집 공고가 있은지 약 7개월 만의 일이다. 이 일은 지난해 12월 필자가 본 칼럼에서 언급했던 우려사항이 현실화되었다. 필자는 당시 "제4이동통신사업자의 선정 및 지속가능 조건은 무엇인가?"라는 질문을 던졌었다. 그리고 28GHz 대역 주파수를 할당받았지만 의무를 지키지 못하고 반납한 통신 3사의 사례를 들며, 이번 신규 사업자선정 역시 성공이 어려울 것이라 우려를 표했었다.
이번 결정으로 통신시장의 활력 제고와 5G 28Ghz대역의 융복합 서비스경쟁 활성화에 대한 기대감이 다시 한번 사그라들게 되었다. 스테이지엑스측이 정부의 결정에 불복하여 법적 대응을 예고한 것은 이번 사태에 대한 아쉬움과 우려를 잘 드러내고 있다.
제4이동통신사업자 선정의 8번째 실패는 단순한 실패를 넘어 국내 통신시장의 구조적 한계와 정책의 문제를 여실히 보여주는 사건이다. 이번 사태를 통해 얻을 수 있는 몇 가지 교훈을 정부 등 이해관계자들이 명심하고 향후에는 유사사례가 발생하지 않도록 해야 할 것이다.
시장 현실과 정책의 불일치
현재 국내통신시장은 포화 상태에 이르러 신규 사업자들이 이 시장에 진입하기는 쉽지 않은 상황이다. 초기 막대한 투자와 함께 기존 사업자들과 치열한 가입자 확보 경쟁을 해야 하기에 새로운 통신사업자가 이 시장에 뛰어들기에는 쉽지 않은 환경이였다. 특히 28GHz 대역은 커버리지가 좁고, 전국망을 구축하는 데 많은 투자가 소요되므로 기존 통신3사도 포기한 상태에서 수익성이 매우 불투명하다고 평가되고 있었다.
이처럼 현재 통신시장의 현실은 정부의 정책방향과 일치하지 않아서 제4이동통신사업자 선정을 통한 시장 활성화라는 정책 목표와, 실제 시장상황의 간극이 크기 때문에 정책이 실현될 수 없었다. 앞으로 정부는 현실적인 시장상황을 면밀히 파악하고, 이에 맞는 실효성 있는 정책을 마련할 필요가 있을 것이다.
재무적 안정성 검증의 중요성
기업의 재무적 안정성은 그 기업의 지속가능성을 좌우하는 핵심요인이다. 스테이지엑스와 같이 자본금 확보에 어려움을 겪는 사업자는 사업초기의 시설투자는 물론이고 막대한 마케팅비용 등으로 사업운영이 어려워질 수 밖에 없다. 단순히 사업계획만으로는 부족하며, 이를 뒷받침할 수 있는 재무적 능력의 검증과정이 필수적이다.
재무적 안정성이 검증되지 않은 기업에 투자하거나 거래하는 것은 매우 위험하다. 향후에는 사업자선정 과정에서 재무제표 분석, 자금 조달 능력, 지불 능력 등을 면밀히 검토하는 절차 마련 등의 제도적인 개선이 필요하다.
정부정책의 일관성 부족
재4이동통신사업자 선정정책은 5G특화망(이음 5G) 등 몇 가지 정책들 간의 충돌로 시장에 혼란을 주었다. 우선, 5G 특화망 구축의 주체를 기존 이동통신사 외에 지역 사업자나 수요기업 등으로 확대하는 정책은 시장 경쟁을 촉진할 수 있지만, 이에 따른 규제와 지원 체계가 상충되고 불명확해 통신사업자들의 투자 의욕을 꺾고 스마트 팩토리 등의 수요 집중지역에 대한 선별적 최소투자 마저 포기하게 했다.
또한 5G 28GHz 고주파수 대역을 활용한 5G 전국망 구축의 필요성에 대해서도 논란이 있었다. 이 주파수 대역은 초고속, 초실감, 초저지연 등의 특성을 갖는 특화된 서비스 제공에 적합하지만, 이에 부합하는 서비스와 수요가 소수에 불과했다.
이와 더불어 제4통신사업자를 선정하는 정책과 MVNO(알뜰폰) 정책이 상호 모순적으로 작용하여 시장에 혼란을 야기했다. 특히 알뜰폰시장이 활성화되어 통신비 절감 등의 정책적인 효과를 누리고 있음에도 정부는 이러한 정책간 충돌을 간과했다. 정부는 정책목표를 명확히 하고, 이를 달성하기 위한 일관된 정책을 수립하고 실행해 나가야 할 것이다. 또한 다양한 이해관계자들의 의견을 폭넓게 수렴하여 보다 효과적인 정책을 수립할 필요가 있다.
지속가능한 통신산업의 생태계를 위한 제언
국내 통신시장은 기존 3대 통신사의 과점적 시장지배력으로 인해 신규 사업자들이 시장에 진입하기가 쉽지 않다. 이는 소비자들의 선택권이 제한되고, 혁신과 경쟁이 저해되는 문제점을 야기할 수도 있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다음과 같은 장단기 정책적 노력이 필요하다.
단기적으로는 5G 특화망 사업자, MVNO 사업자 등의 틈새시장을 공략하는 사업자들에 대한 정책적 지원을 강화해야 할 것이다. 이들은 현시장 상황에서 통신3사들의 시장과점을 완화하고 경쟁을 촉진할 수 있는 주요 주체들이기 때문이다. 정부는 이들 사업자들에게 투자 및 운영 자금 지원, 규제 완화, 인프라 구축 지원 등 다각적인 지원 정책을 펼칠 필요가 있다. 이를 통해 새로운 사업자들의 시장진입 기회를 높이고, 통신시장의 경쟁을 활성화할 수 있을 것이다. 특히 5G 특화망 사업은 산업별 맞춤형 서비스 제공이 가능해 다양한 수요를 충족시킬 수 있는 유망 분야이다. 또한 MVNO 사업자들은 저렴한 가격의 통신서비스로 소비자 선택권을 높일 수 있다.
장기적으로는 글로벌 차세대통신 기술패권 경쟁에서 우위를 확보하고 통신산업의 지속가능한 발전을 위해서는 통신산업구조와 운영체제의 개편이 필요한 시점이다. 인공지능시대에 있어서 정보통신 인프라의 생존성, 안전성, 효율성, 공공성을 높이는 구조적인 혁신방안을 마련해야 할 것이다. 이를 통해 지속가능한 통신산업 생태계의 균형 잡힌 발전을 도모할 수 있을 것이다.
이번 실패를 교훈 삼아, 정부는 시장상황을 깊이 살펴보고, 현실적이고 미래지향적인 정책을 수립하여 추진해야 할 것이다. 또한, 통신사업자들은 차세대통신기술 개발과 서비스 혁신, 이를 뒷받침하는 선제적인 투자를 통해 글로벌 경쟁력을 확보하고 통신산업의 지속 가능한 발전을 도모함과 아울러 우리사회와 경제의 발전에 기여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