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방진료에 '한방 맞았다'"는 보험사 대 "호도하지 말라"는 한의계... 누구 말이 맞나?

자동차보험 한방 진료비 14년 2722억에서 지난해 1조4888억원으로 '폭증' 보험업계 "한의계의 과잉진료가 자동차보험 한방 진료비 폭증의 원인" 한의계 "치료 효과 경험한 교통사고 환자들이 한방진료 택한 것일뿐"

2024-07-30     이준성 기자
[녹색경제신문

[녹색경제신문 = 이준성 기자] 자동차보험을 사이에 둔 보험업계와 한의계의 갈등이 깊어지고 있다. 한방 의료기관의 과잉진료를 지적하는 보험사에 한의계는 "호도하지 말라"며 적극 맞서는 모양새다. 

30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양측의 갈등은 자동차보험 한방 진료비가 지속적으로 증가하면서 본격화됐다. 최근 국민의힘 송언석 의원이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이하 심평원)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를 보면 자동차보험 한방 진료비는 2014년 2722억원에서 지난해 1조4888억원으로 5.5배 급증했다. 지난 10년 간 '우상향'을 거듭하며 매년 역대 최고치를 경신한 결과다. 

▶보험업계 "과잉진료가 자동차보험 한방 진료비 폭증의 원인"

보험업계는 한의계의 과잉진료가 자동차보험 한방 진료비 폭증을 초래한 원인이라고 입을 모은다. 한의계가 교통사고 환자의 증상이나 상태에 관계 없이 처방 가능한 다양한 진료(침·부항·약침·추나요법·첩약 등)를 한꺼번에 진행하며 진료비를 키우고 있다는 이른바 '세트청구' 논란이다.

실제로 염좌나 타박상 등 경미한 부상에 처방하는 한방 의료기관의 세트청구는 갈수록 규모가 커지고 있다. 보험연구원에 따르면 상해급수 12~14급의 경상환자에 대한 한방 병의원의 한방 세트청구 규모는 2017년 1926억원에서 2022년 7440억원으로 3.9배 증가했다. 매년 31%씩 늘어난 셈이다. 

이처럼 자동차보험 한방 진료비가 매년 치솟자 보험업계는 '법적인 행동'까지 펼치며 한의계와 첨예하게 대립 중이다.  

먼저, 최근 손해보험협회는 국토교통부에 자동차손해배상보장법(이하 자배법) 개정을 건의했다. 의료기관에 대한 심평원의 '심사권한'을 자배법에도 명시하자는 내용이다. 한방 병의원에 대한 심평원의 현장심사를 확대해 과잉진료를 법적으로 줄이겠다는 의도로 풀이된다. 

각 손보사 차원에서는 껄끄러운 소송전도 불사하고 있다. 대한한방병원협회에 따르면 2022년 9월부터 올 6월까지 삼성화재·AXA손보·DB손보 등 3개 손보사가 한방 의료기관을 대상으로 제기한 '초과지급 휴업손해금 손해배상' 소송은 총 21건에 이른다. 보험업계는 이들 3개사가 승패를 떠나 한방 병의원의 과잉진료에 경각심을 주겠다는 목적에서 소송을 제기한 것으로 보고 있다. 

▶한의계 "치료 효과 경험한 교통사고 환자들이 한방진료 선택한 것일뿐"

한의계 역시 보험업계의 이같은 움직임에 거세게 반발하고 나섰다. 

대한한방병원협회는 지난 25일 자료를 통해 최근 한방 진료비가 불어난 이유로 '건강보험 대비 보장 범위가 넓은 자동차보험 제도의 특성'과 '근골격계 치료에 특화된 한방진료의 효과성' 등을 제시했다. 자동차보험이 건강보험과는 달리 양방과 한방 모두 동일하게 비급여 진료를 보장하는 상황에서 본인의 경험상 '더 나은' 치료인 한방진료를 택하는 환자가 늘어 진료비가 증가하고 있다는 주장이다.  

또한, 대한한방병원협회는 보험업계가 문제 삼는 과잉진료와 세트청구도 "사실이 아니"라고 밝혔다. 한의사가 여러 치료를 병행하는 것은 내과 의사가 감기 환자의 증상에 맞춰 주사와 약 등을 복합 처방하는 것과 같은 '자연스러운 현상'이라는 설명이다.  

대한한방병원협회 관계자는 "세트청구 등으로 엮어 한방병원들이 과잉진료를 이어가는 것처럼 호도하는 것은 옳지 못하다"며 "자동차사고 피해자에게는 사고 이전 상태로의 회복을 위해 최선의 진료를 받을 권리가 있다"고 전했다. 

▶보험업계 "유사 증상에 진료비 12배 차이... 모럴 해저드 아니라 단언할 수 있나?"

보험업계는 한의계의 주장에 의문을 표한다. 교통사고 환자들이 치료 효과만을 고려해 한방 의료기관을 찾는다고 보기 어려울 뿐더러, 세트청구에 명확한 치료 기준이 없다는 의견이다. 

보험업계 한 관계자는 "증상 정도가 유사하더라도 한방 진료비는 천차만별"이라며 "가벼운 염좌에 A 한의원은 2만원, B한의원은 24만원을 청구하는 것이 모럴 해저드(도덕적 해이)가 아니라고 잘라 말할 수 있는지 묻고 싶다"고 말했다. 이어, "똑같은 증상에 진료비가 이렇게까지 차이날 수 있다는 사실 자체가 세트청구에 명확한 치료 기준이 없다는 점을 시사한다"고 꼬집었다.

또다른 관계자는 "한방진료 이용 환자와 한방진료 미이용 환자의 1인당 진료일수는 각각 19일과 8일 정도"라며 "한방진료의 효과가 뛰어났다면 수치가 서로 바뀌어야 하는 것 아닌가 싶다"고 전했다. 이어, "빠른 일상 복귀를 원한다는 교통사고 환자가 굳이 진료일수가 긴 치료를 택하는 이유도 궁금하다"고 덧붙였다.

한 보험 전문가는 "현행 한방진료 심사지침은 각 진료(처치)에 한해 시행 횟수, 부위 등을 규정하되 복수 진료에 대해서는 양·한방 협진의 중복진료에 관해서만 규정한다"며 "한의계가 지침의 빈틈을 파고들었다는 생각을 완전히 지우긴 어렵다"고 밝혔다.

이어, "지금까지의 추세대로 자동차보험 한방 진료비가 상승한다면 보험사 입장에서는 보험금 누수를 상쇄하고자 보험료 인상을 고려할 수 밖에 없다"며 "교통사고 환자에 대한 합리적인 한방치료 기준을 마련해 과잉진료 등의 논란을 해소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