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청각장애인에게 음악을 들려주려면?…음악의 정의도 토론해야

기술발전의 의의, 담론 필요 청각장애인에게 음악이란? 즐거움도 진동으로 전달될까

2024-06-28     우연주 기자
[사진=녹색경제신문]

[녹색경제신문 = 우연주 기자] 기술이 발전하는 만큼 철학적 담론도 필요하다고 한다. 신기술을 두고서 기술 이면의 사회적 의의를 토론하는 장면을 직접 목격하고 왔다.

ETRI(한국전자통신연구원)는 지난 27일까지 역삼동 과학기술컨벤션센터 ‘ETR Conference 2024’를 개최했다. 여러 기술이 선보여진 중, ‘청각장애인을 위한 음악 향유 기술’이 눈길을 끌었다.

기술의 핵심은 소리 정보를 청각 정보로 변환하는 것이다.

손가락에 씌워진 장갑에서는 음의 높낮이에 따라 다른 손가락에 진동이 오고, 악기의 종류에 따라 진동이 울리는 시간도 다르다. 

낮은 음이 연주될 때에는 왼손의 손가락들에 울림이 오고, 오른쪽 새끼손가락으로 갈 수록 높은 음을 표현하는 식이다.

기술 연구를 담당한 ETRI 관계자는 “시간 진행에 따른 소리 변화의 양상을 엔벨로프(envelope, 포락선)라고 부른다. 피아노 건반은 소리의 강도가 급격하게 세지는 편이라면, 바이올린은 현의 울림이다 보니 서서히 강도가 세지는 식”이라며 “이러한 악기의 차이도 표현할 수 있도록 했다”고 말했다. 

조끼를 착용하면 몸에는 타악기의 울림에 따라 진동이 온다. 

강한 ‘한 방’의 진동은 커다란 북, 찰랑이는 듯한 잘잘한 진동은 작은 타악기인 셈이다. 

조끼를 착용하고 낯설어 하는 기자에게 ETRI 관계자는 “처음에는 이 진동이 음악이라고 느끼기 쉽지 않다”고 위로를 전했다.

철학적 질문은 이를 지켜보던 한 관람객으로부터 나왔다. 

그는 “음악이란 사람을 즐겁게 한다. 청각장애인이 이 진동을 느낀 뒤 같은 즐거움을 느낄까? 그 진동을 여전히 음악이라고 불러도 되는가”라고 물었다.

부스 담당자는 과학을 인용해 답했다. 

그는 “촉각 정보도 청각 정보로 인식된다는 MRI(자기공명영상) 자료가 있다”고 말했다. 

정보 전환이 가능하다면 음악을 시각 정보로 표현하는 것도 방법이다.

TV와 HDMI 케이블로 연결해 TV 화면 정보를 조명으로 변환하는 장치를 기자가 언급하자 부스 담당자는 "비슷한 방식으로 음악을 빛으로 표현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