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대급 폭염·폭우 온다는데..." 기후재난 대비 '지수형 보험' 활성화 목소리↑
지수형 보험, 기온·강수량 등 사전 지정 조건 충족 시 피해 여부 관계 없이 보험금 지급 글로벌 지수형 보험 시장 규모 2032년 356억달러 전망... 국내는 지지부진 지수형 보험, 취약계층 보호에 효과적... "필요성에 대한 국민적 공감대 조성해야"
[녹색경제신문 = 이준성 기자] 올 여름 역대급 폭염·폭우가 예고된 가운데, 잦아질 기후재난을 대비해 '지수형 보험'을 활성화 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27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현재 국내 보험사가 판매 중인 지수형 보험 상품은 '제로'다. '파라메트릭 보험(Parametrics Insurance)'이라고도 불리는 지수형 보험은 기온·강수량·강설량 등 사전에 정한 지수가 일정 조건을 충족하면 피해 발생 여부와 무관하게 보험금을 지급한다. 실제 손해액에 대한 보상이 아닌 약정한 금액을 지급한다는 점이 기존 보험과의 다른 점이다. 손해사정이나 증빙 등도 필요치 않아 보험금 지급도 빠르다.
지수형 보험은 이미 세계적으로 활발하게 활용되고 있다. 일례로,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지난달에만 인도 22개 지역에서 노동자 4만6000여명이 34만달러(4억7236만원) 이상의 보험금을 받았다. 기온이 40℃를 넘기면 하루 일당 중 일부를 보험금으로 수령하는 폭염 관련 지수형 보험에 가입한 덕분이다.
글로벌 시장 조사 전문기관 '커스텀 마켓 인사이트'는 지수형 보험의 시장 규모가 2022년 152억달러(21조1173억원) 수준이었으며, 2032년에는 356억달러(49조4590억원)까지 성장할 것으로 내다봤다.
하지만 국내는 상황이 다르다. 보험개발원이 만든 항공기 지수보험 참조순보험요율(참조요율)에 대한 금융감독원의 승인 작업이 최근 완료됐을 뿐이다. 날씨 지수형 보험은 상품 개발 및 판매를 위한 법적 근거가 십 년 전에 마련됐음에도 아직까지 참조순보험요율조차 나오지 않았다.
앞서 금융위원회는 2014년 "날씨와 손해에 관한 과거 통계자료를 바탕으로 일반적으로 인정되는 통계 기법에 의해 날씨 변동에 따라 발생하는 손해를 추정, 이를 보상하는 상품은 보험업 법령상 손해보험상품 및 날씨보험의 정의에 위배되지 않는 것"으로 판단한 바 있다.
손해보험업계 한 관계자는 "참조요율이 없는 상태에서 상품을 개발하는 것은 불가능하다"라며 "참조요율이 나온다고 해도 기후 관련 데이터가 부족해 리스크 책정을 어떻게 할지도 고민스러울 것"이라고 전했다.
전문가들은 우리나라 역시 기후변화에 따른 재해가 잇따르고 있는 만큼 관련 지수형 보험 도입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은다.
특히, 주거 및 노동 환경이 열악한 취약계층 보호에 지수형 보험이 효과적일 것이라는 의견이다. 저렴한 보험료로 보장혜택을 제공해 취약계층의 보험가입 장벽을 낮추는 동시에, 빠른 보험금 지급을 통해 피해 후 신속한 대응이 가능하게 한다는 설명이다.
보험연구원 김경선 연구위원은 "보험사는 기후 위기 대응 및 상생금융 실천의 일환으로 소액보험 상품을 제공할 필요가 있다"며 "저렴한 보험료로 보장을 제공할 수 있는 지수형 보험 상품 개발을 고려해 볼 수 있다"고 밝혔다.
다만, 재해 보험 전반의 필요성에 대한 국민적 공감대가 낮아 인식 개선이 선행돼야 한다는 의견도 나온다. 실제로, 예기치 못한 풍수해를 입었을 때 보상 받을 수 있도록 정부가 보험료 일부를 지원하는 '풍수해·지진재해 보험(풍수해보험)'의 가입률은 지난해 말 기준 33% 수준에 그쳤다. 화재보험의 지진 약관 가입률은 2022년말 기준 3.3%에 불과했다.
또다른 손해보험업계 관계자는 "2만원대 아파트 화재 보험도 가입하지 않은 사람이 대부분"이라며 "재해 대비 지수형 보험이 출시된다고 해도 얼마나 관심을 받을 수 있을지 의구심이 든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송성주 고려대 통계학과 교수는 "아직은 지수형 보험에 대한 가입자들의 인식이 부족한 형편"이라며 "정책성 보험이나 소액보험으로 지수형 보험에 익숙해지도록 유도하는 것이 수요를 높이는 방안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제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