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반도체 바람 타고 ‘새단장’ 나선 기판들… “우리도 고성능 대비한다”

고집적 반도체로 ‘뜰 수밖에 없는’ FC-BGA 미래에는 유리로… 장점 뚜렷하지만 과제 산적

2024-06-25     이선행 기자
FC-BGA의

[녹색경제신문 = 이선행 기자] 인공지능(AI) 반도체가 등장하며 반도체 기판의 모습 또한 달라지고 있다. 초록색 플라스틱 판 모양으로 익숙한 기존의 인쇄회로기판(PCB)은 고사양의 AI 반도체를 감당하기 부족하다.

반도체는 IC(Integrated Circuit·집적회로) 칩 형태로 기판에 연결(패키징)돼야 비로소 그 역할을 다할 수 있다. 반도체 자체는 전자부품이 아닌 ‘반’만 ‘도체’인 상태의 물질로, 전기가 잘 통하는 ‘도체’와 통하지 않는 ‘절연체’ 그 중간의 성질을 띤다. 반도체를 전자부품으로 만든 ‘반도체 소자’들은 연결되어 연산을 처리하도록, IC칩으로 설계된다. 

반도체 소자는 기판에 형성된 배선을 통해 전류를 공급받는다. 전기가 흐르면 1, 흐르지 않으면 0의 신호가 오고 간다. 기판은 반도체를 온·습도 변화 및 오염으로부터 보호하며, 열을 식혀주는 역할도 담당한다. 

 

FC-BGA

FC-BGA(Flip Chip-Ball Grid Array)는 고성능 반도체 패키징에 사용되는 기판이다. 중앙처리장치(CPU), 그래픽처리장치(GPU), 신경망처리장치(NPU), 전기차, 클라우드, 서버 등에 주로 사용된다. 

직역하면 ‘칩을 뒤집다-공 격자무늬 배열’이다. IC칩을 뒤집어 격자무늬 형태로 기판과 맞닿게 배열하는 방식이다. 칩과 기판 사이에서 ‘범프’가 신호를 연결하는데, 이 부품이 공 모양이다. 

기존에 IC칩과 기판을 연결하기 위해 사용하던 와이어는 전자기기가 발전하며 한계에 부딪혔다. 느린 신호 전송 속도와 저항 발생이라는 단점은, 반도체 소자들의 전송 속도가 높아지고 발열이 증가함에 따라 극대화됐다.

‘솔더볼’이라는 공 모양의 부품은 와이어보다 더 많은 연결고리를 만들 수 있어 제품 자체를 줄일 수 있다는 장점도 따라온다. 칩과 기판 사이의 거리를 줄여 속도는 빠르고 손실은 적으며, 다른 기판들보다 층을 높게 쌓을 수 있다는 것 또한 장점이다. 

글로벌 시장 점유율은 일본의 이비덴과 신코덴키, 대만의 유니마이크론 순으로 높다. 우리나라의 삼성전기는 2021년, LG이노텍은 2022년 다소 늦게 사업에 뛰어들었으며 대덕전자와 코리아써키트도 사업 중이다. 

시장조사기관 후지 키메라 종합 연구소는 글로벌 FC-BGA 기판 시장 규모가 2022년 80억 달러(약 9조 8800억 원)에서 2030년에는 164억 달러(20조 2540억 원)로 성장할 것으로 내다봤다. 

 

유리기판

[사진=SK앱솔릭스]

유리 기판은 ‘꿈의 기판’으로도 불린다. 기존에 사용하던 플라스틱 소재의 PCB보다 표면이 매끄러워 미세 회로를 그리기 좋으며, 열에 강해 회로 왜곡 발생률도 50% 정도 감소한다. 전력 소모량이 적은 것 또한 장점이다. 

하지만 쉽게 깨진다는 유리 본래의 특성을 극복해야 한다. 기판에 전기가 통하는 구멍(비아홀)을 어떻게 뚫어야 할지 그 방법이 문제다. 기판 위에 올라가는 금속 박막의 접착력이 떨어진다는 점과 다층 구조 적층 또한 해결해야 할 숙제다. 

시장조사업체 퓨처마켓인사이트는 지난해 약 3조 2000억 원 규모였던 글로벌 유리기판 시장 규모가 2034년 5조 7000억 원 규모로 커질 것으로 전망했다.

글로벌 기업들은 일찍이 유리 기판 사업에 뛰어들었다. 인텔은 2030년이 오기 전 유리기판을 양산한다는 계획을 알린 바 있다. AMD는 성능 검증 단계에 있고, 엔비디아는 하반기 내놓을 AI칩에 유리 기판을 활용할 계획으로 알려졌다. 애플 또한 차세대 모바일 프로세서에의 탑재를 고려 중이다.

국내 기업 중에서는 SKC가 선두에 위치해 있다. 미국의 어플라이드 머티리얼즈와 합작해 자회사 앱솔리스를 설립하고 미국 조지아 공장에 생산 시스템을 갖췄다. 

삼성전기와 LG이노텍은 유리 기판 개발을 진행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장덕현 삼성전기 사장은 올해 초 열린 CES 2024에서 “올해 회사에 유리 기판 시험(파일럿) 라인을 설치하고 2026년 양산 체제를 갖추겠다”고 발표한 바 있다.

문혁수 LG이노텍 최고경영자(CEO)는 지난 3월 주주총회에서 “미국 대형 반도체 회사를 중심으로 유리기판에 관심이 많다”며 “LG이노텍도 유리기판 사업을 준비 중”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