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스코·현대제철, '탄소 장벽' CBAM 직격탄 우려…현행 배출권거래제 유지 시 2040년부터 연간 1900억원 내야
EU CBAM(탄소국경조정제도) 2026년부터 본격 시행 국내 철강산업, EU 수출량·생산과정에서의 탄소배출량 많아 현행 유지 시 2040년 CBAM 인증서 비용만 연간 약 1900억원 배출권 유상할당 비중 늘려 CBAM 인증서 비용 상쇄하고 수소환원제철 투자해야
[녹색경제신문 = 정창현 기자] 포스코, 현대제철 등 국내 철강업계가 EU(유럽연합)의 CBAM(탄소국경조정제도)에 따라 2040년부터 EU에 연간 약 1910억원을 내야 한다는 분석이 나왔다. 다만, 이는 현행 배출권거래제와 탄소배출량 수준이 유지된다는 전제 하에 나온 분석이어서 배출권거래제를 취지에 맞게 개편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13일 국내 기후단체 기후솔루션이 발표한 ‘무상배출을 중단하라: 시장 활성화 시나리오 분석을 통한 배출권거래제 개선 방향 제안’ 보고서에 따르면, CBAM 철강 제품의 평균 탄소배출량을 계산한 결과 현재의 전량 무상할당 및 고로(용광로)-전로 공정 유지 시 우리나라 철강업계는 EU에 CBAM 철강 제품에 대한 인증서 비용으로 2040년엔 연간 약 1900억원을 지불해야 할 것으로 예측됐다.
특히 주요 수출품 중 하나인 자동차의 핵심 자재, 평판압연의 CBAM 인증서 비용은 2040년까지 제품 톤당 최대 86만7719원에 달할 전망이다.
2026년부터 본격 시행되는 CBAM은 철강 등 탄소 집약적인 제품을 유럽연합으로 수출할 때 생산과정에서 배출한 탄소량에 상응하는 인증서 구매를 의무화한 일종의 관세 제도다. EU는 2026년부터 2034년까지 단계적으로 CBAM 항목의 무상할당을 폐지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CBAM 대상 품목은 철강, 시멘트, 비료, 알루미늄, 전력, 수소 부문으로 우리나라의 경우 CBAM 품목 EU 수출량 중 철강이 차지하는 비중이 89.3%에 달한다. 한국무역협회에 따르면 2022년 기준 대(對) EU 철강 수출량은 317만t, 철강 제품은 22만t으로 집계됐다.
EU 수출량이 많은 우리나라 철강산업이 생산과정에서 현재의 탄소배출량 수준을 유지한 채 철강제품을 EU에 수출한다면, CBAM 시행 이후 지불해야 하는 CBAM 인증서 비용이 막대할 수밖에 없다.
문제는 우리나라 철강산업의 경우 배출권을 현행 전부 무상할당으로 받고 있기 때문에 상쇄할 탄소비용조차 없다는 것이다.
CBAM 인증서는 생산국에 지불한 탄소비용을 상쇄해 주도록 돼있다. 자국에 탄소비용을 지불한다면 그에 상응해서 EU에 내야 할 비용을 줄여준다는 것이다. 그러나 우리나라는 배출권을 무상할당으로 받고 있어 상쇄 비용 없이 CBAM 인증서 비용을 오롯이 감당해야 할 상황이다.
보고서는 “철강 산업 부문 전반이 100% 무상할당을 받고 있고 배출권 가격이 매우 낮은 우리나라의 경우, EU의 방침으로 무역 관세 직격탄을 맞을 것이란 예상이 현실화될 것”이라 경고했다.
이에 따라, 배출권의 유상할당 비중을 높여 온실가스 감축뿐만 아니라 유상할당으로 인한 수익을 기업의 저탄소 기술에 재투자해 CBAM을 효과적으로 대응해야 한다는 분석이 나온다.
보고서에 따르면 2026년 유상할당 비중 20%를 시작으로 매년 20%p 적극적으로 확대하면서, 동시에 2033년 화석연료를 사용하지 않고 철을 만들 수 있는 유일한 기술 ‘수소환원제철’ 상용화를 가정한 ‘탄소중립 시나리오’를 따르면 2040년 CBAM 철강 제품 인증서 가격은 약 500억 원으로, 무려 74%가 절감된다고 전망했다.
김다슬 기후솔루션 연구원은 “세계는 이미 탄소중립 사회로 나아가고 있다. 배출권거래제의 개편으로 국내에서 탄소 배출 비용을 지불하는 것이 당장은 산업에 부담으로 다가올 수 있다. 그러나 이는 EU CBAM 등 점차 확대되는 녹색 무역 관세로 타 국가에 지불해야 할 금액을 국가 재원으로 걷어들이는 것과 같다. 이러한 재원을 온실가스 감축과 지역경제 전환 기금으로 활용하면 오히려 국가 경쟁력의 미래를 담보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