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 vs 오세훈 서울시장, GBC '55층 vs 105층 설계변경 협상' 갈등 치닫는 이유

- 서울시, '105층 전제' GBC 허가…55층땐 재협상해야 - 현대차 "추가 협상 없이 조속히 인허가 해주기 바란다" - 2016년 대비 공사비 급증...'정의선 실용주의' 고려 ...'오세훈 입장'에선 랜드마크 차원 전망대 등 기여 약속

2024-06-07     박근우 기자

서울시가 '글로벌 비즈니스 콤플렉스(GBC)'와 관련해 "설계변경 협상단을 꾸려달라"고 현대자동차그룹에 요청하면서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회장의 결단에 귀추가 주목된다.

현대차그룹은 당초 서울 강남구 삼성동 옛 한국전력 본사 부지에서 GBC를 105층으로 지으려했지만, 55층 변경을 추진 중이다. 

서울시는 '조건'이 바뀐 만큼 인센티브와 공공기여 등을 다시 협상해야 한다는 입장이지만, 현대차는 '내부 검토 중'인 가운데 현재까지 무응답으로 일관하면서 갈등 양상으로 치닫고 있다.

6일 서울시는 지난주 현대차그룹에 협상단 명단을 요청하는 내용의 공문을 발송했다고 밝혔다.

서울시 관계자는 "공문을 발송하며 2주 안에 답변을 달라고 요청했으며, 기한 내 답이 없을 경우 최대 3회까지 공문을 더 발송할 계획"이라며 "만약 현대차그룹 측에서 답이 없다면 55층으로 건물을 세우는 것은 불가능하고 기존 협상대로 건물 105층 높이는 유지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만약 서울시 절차에 따르면 현대차그룹이 더 내야 할 돈은 1조원이 넘는다. 공사비를 줄이려 층수를 낮추기로 한 현대차그룹 입장에선 배보다 배꼽이 더 커진 상황이다.

서울시 측은 "2016년 사전협상 당시의 땅값에 비해 2024년 현재 땅값이 많이 올랐다"며 "오른 땅값을 기준으로 비율에 따라 공공기여액을 다시 산정해야 하는데, (공공기여 금액이) 3조원은 넘을 것으로 본다"고 전했다.

서울시와 현대차그룹은 GBC 층수와 관련해 큰 의견 차이를 보이고 있다. 

서울시는 건축계획이 바뀔 때는 사전협상을 다시 해야 하는 게 건축허가 조건이기 때문에 추가협상 없이는 행정 처리를 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앞서 현대차그룹은 지난 2월 GBC를 55층 2개동으로 낮춰 짓겠다는 설계 변경안을 공개한 후 "추가 협상 없이 서울시가 조속히 인허가를 해주기를 바란다"고 발표했다.

하지만 서울시는 2016년 현대차그룹과의 사전협상에서 105층 건립을 전제로 용적률 상향, 공공기여 완화 등의 인센티브를 제공한 만큼, 건물 높이를 변경하기 위해선 사전협상부터 다시 해야 한다는 태클을 걸었다.

서울시는 2016년 현대차그룹과 사전협상을 마쳤다. 당시 현대차그룹은 국내에서 가장 높은 105층 규모 초고층 건물을 짓는 조건으로 사업지 용도를 제3종 일반주거지역에서 일반상업지역으로 3단계 종상향, 용적률 800%까지 완화, 공공기여율 4.3% 인센티브 등을 받기로 했다.

이에 현대차그룹은 영동대로 복합환승센터, 잠실종합운동장 리모델링 등 공공기여 사업과 공연장과 105층 전망대 설치 등을 포함해 총 1조7000억원 규모 공공기여를 약속했다.

서울시는 가령 '105층 전망대'와 '55층 전망대'의 가치는 다르기 때문에 공공기여 내용과 규모에 대한 재협상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서울시 지침에 따르면 지구단위계획 결정 고시일로부터 5년 이내에 착공 등 가시적인 사업추진이 이뤄지지 않거나 시행이 불가능하다고 판단될 경우 공공은 이를 취소할 수 있다. GBC 부지 도시관리계획 변경안은 2019년 6월 27일 고시됐다.

현대차그룹은 지난 2022년에는 도심항공교통(UAM) 이·착륙장이 포함된 3개동의 수정 조감도를 발표하기도 했다.

서울시는 이번 협상단 명단 요청을 시작으로 2주마다 현대차 측에 입장표명을 요청하는 공문을 보낼 계획이다. 현대차그룹이 묵묵부답으로 일관할 경우 기존 사전협상을 전면취소하는 시나리오까지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서울

사전협상이 취소될 경우 GBC 관련 건축허가가 취소되는 건 물론, 용도지역도 기존 제3종 일반주거지역으로 환원된다. 현대차그룹은 해당 토지를 활용하려면 다시 처음부터 서울시와 협상을 시작해야 한다.

그러나 서울시와 현대차 사이의 갈등에 따라 GBC 사업이 지연되면 2020년부터 터를 파고 있는 사업주는 물론 GTX-A 삼성역이 포함된 영동대로 지하 복합개발도 덩달아 늦어져 부수적 피해가 이어질 전망이다.

한편, 현대차그룹이 GBC 건설 관련 105층에서 55층 2개동으로 설계를 변경하는 배경으로 '선택과 집중'을 강조한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의 실용주의에 의한 것으로 관측된다. 

2016년 2조원대로 추산했던 GBC 공사비는 현재 5조원이 넘을 것으로 예상된다. 더욱이 100층 이상의 초고층 건물을 짓는 경우 공사비는 계속 늘어날 수 있다. 

오세훈

GBC 건설 관련 삼성동 부지를 매입한 현대차와 기아, 현대모비스 3사는 그룹 계열사인 현대건설과 현대엔지니어링과 2조5604억원의 시공계약을 체결했다. 각각 1조7923억원과 7681억원으로 7대3의 비율이다. 하지만 공사비 급등에 따라 공사비 증액 협상이 필요하다. 

GBC 완공 후에도 실용성 측면에서도 105층보다 50~60층대 건물이 유리하다. 100층 이상의 초고층 건물의 경우 공사비는 많이 들지만 오피스로서 효용성은 물론 내부 공간 활용도가 떨어진다. 

그렇지만 GBC 건설은 정의선 회장의 부친 정몽구 현대자동차그룹 명예회장의 자동차 왕국 건설 꿈이 실현되는 숙원사업이라는 점이다. 

일단 2026년 12월 예정됐던 GBC 완공 계획은 물 건너갔다. 105층이냐 55층이냐 양측의 갈등 상황 속에서 GBC 완공 일정은 계속 늦춰지고 있다.

오세훈 서울시장의 경우 서울시의 랜드마크로서 GBC 사업을 허가해준 만큼 쉽게 물러서지 않을 전망이다. GBC는 당초 국내 최고층 건물인 롯데월드타워보다 15m 정도 높게 건설될 예정이었다.

정의선 회장 또한 실용주의를 고려해야 한다는 점에서 양측의 갈등이 원만하게 해결될 지 관심이 모아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