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협 회전문 인사 손보는 금감원...계열사 CEO 제재 가능성은 '글쎄'
금감원, 농협금융, 농협은행 정기검사 지배구조 들여다 보기 위해 검사 실시 수시검사 때보다 인력, 기간 늘어 CEO 제재는 힘들 듯
[녹색경제신문 = 강기훈 기자]
금융감독원이 NH농협금융지주와 NH농협은행에 대한 정기검사에 돌입했다. 농협중앙회를 정점으로 하는 지배구조가 계열사 내 금융범죄를 야기하지는 않았는지 점검하기 위해서다.
6주 동안 빈틈없는 검사가 실시될 예정인 만큼, 이번 기회에 지배구조가 개선될지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한편으로는 CEO(최고경영자) 제재까지 거론되나 현재까진 가능성이 낮은 편이다.
한 금융지주 관계자는 "CEO 차원의 범죄 행위가 아닌 단순 내부통제 실패나 불합리한 지배구조만으로 CEO를 제재하기는 힘들다"며 "이번 정기검사는 그보다는 지배구조 개선을 압박하기 위함으로 풀이된다"고 말했다.
21일 금융권에 따르면, 지난 20일 금감원은 농협금융과 농협은행에 대한 정기검사를 실시하기 위해 현장에 인력을 파견했다. 금감원 은행검사2국 직원들은 농협은행 신관 3층 강당에 머무르며 핀셋 검사를 예고했다.
이번 검사는 지난 3월에 실시된 수시검사보다 인력과 시간 면에서 한층 강화됐다. 수시검사 당시 5명의 인력이 3주 간 농협의 지배구조를 들여다봤다. 이에 반해 이번 정기검사에는 35명의 인력이 6주 간 투입된다.
금감원은 농협금융의 지배구조를 면밀히 살필 예정이다. 농협금융은 2012년 중앙회로부터 신용과 경제사업이 분리되는 이른바 '신경분리' 조치를 통해 독립한 바 있다. 그러나 중앙회가 농협금융의 지분을 100% 갖고 있어 실질적인 모기업에 해당한다. 즉, 중앙회-농협금융-농협은행으로 이어지는 셈이다.
금감원이 특히 문제 삼는 것은 계열사 간 인사 교류 시스템이다. 현행 시스템에 따르면, 중앙회 직원이 농협은행에서 경험을 쌓고 해당 경력을 통해 금융지주 혹은 중앙회 임원으로 돌아올 수 있다.
이러한 회전문 식 인사 시스템이 내부통제를 취약하게 만드는 것으로 보인다. 한 곳에서 전문적인 경험을 쌓기 힘든 구조이기 때문이다. 지난 3월 농협은행에서 109억원 대 배임사고가 발생한 것도 금융 지식이 현저하게 떨어지는 중앙회 출신 직원이 내부통제를 총괄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정기검사 결과는 이르면 9월에 나올 전망이다. 이후 농협금융과 농협은행에 검사의견서를 발송한 뒤 피검기관의 소명을 들을 예정이다.
일각에서는 지배구조 개선 요구가 몇년째 계속됐음에도 시정되지 않았기에 이번 검사를 계기로 징계조치까지 내려질 수 있다고 주장한다. 징계가 결정되면 금감원은 제재심의위원회에 안건을 회부해 제재 수위를 확정하게 된다.
그러나 회전문 인사 시스템으로 인해 CEO가 직접 제재를 받을 가능성은 낮다는 게 업계 중론이다. 인사 교류 시스템과 내부통제 실패 간 직접적인 연결고리가 없기 때문이다.
또 법적 위반사항이 없는 이상 중징계를 내릴 근거도 없다. 실제로 2022년 금감원은 농협금융의 임원후보추천위원회가 형식적으로 운영됐다며 '경영유의' 조치를 내린 바 있다. 그러나 경영유의는 금감원이 경영상 시정 조치가 필요할 때 피검기관에 자율적으로 개선을 요구하는 것에 지나지 않는다.
2020년에도 금감원은 농협은행이 내는 농업지원사업비가 과다하다며 경영유의 조치만을 내렸을 뿐이었다.
농협금융은 정기검사에 협조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농협금융 관계자는 "자료 제공 등 할 수 있는 선에서 검사에 성실히 임하겠다"고 말했다.